김경선 한국공학대학교 석좌교수(전 여가부 차관)
"쉬었음 청년 50만명" 얼마전 눈길을 끈 통계수치이다. "쉬었음"은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가 아니다.
취업준비, 진학준비, 군입대를 위한 대기도 제외한 그야말로 그냥 쉬었다는 응답을 한 15세이상 29세이하 인구 수치인 것이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선 것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초라고 한다. 경제활동인구조사 자체가 1주일간의 활동을 토대로 취업자,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 전부를 구직포기자로 볼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 수치가 50만을 넘어섰다는 것은 일종의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최근 체감경기는 코로나때보다 더 좋지 않다. 제조업, 건설업 등 고용효과가 큰 산업의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미국이 제조업 일자리를 다시 되찾아가려고 하는 리쇼어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가 아니라 이미 바이든 정부때도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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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선 교수. |
삼성, 현대자동차 등 국내 최고 일자리 창출 기업들이 미국내 공장설립을 약속하고 역대 최대 투자를 약속한 것은 이미 몇 년전부터 시작된 일이다.
그러다보니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국내 대기업, 중견기업 일자리 채용공고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채용관행 역시 신규 채용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게 된지도 오래되었다. 청년인구가 줄고 있지만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의 취업의 문은 오히려 높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쉬었음" 상태로 있는 것이 심각한 이유는 이렇게 오래동안 쉬고 있을수록 나중에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이들이 원하는 일자리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1년 이상 '쉬었음' 경험이 있는 청년 3,18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한 결과, 일 경험이 없을수록, 미취업 기간이 길수록, 과거 일자리가 저임금·저숙련·불안정할수록 쉬었음 상태로 남아 있는 비율이 컸다.
또한 '쉬었음' 상태가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은 77.2%에 달했는데,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인식은 줄어들고 '힘든 시간, 구직 의욕을 잃게 만든 시간'이라는 인식이 증가했다.
그렇다면 이들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적합한 일자리를 한시적으로도 만들어주는 것이다.
과거 코로나 시기에 정부에서는 대규모의 디지털 일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당시 디지털 일자리 사업의 경우 6개월간 청년들이 IT관련 직무를 할 때 1인당 180만원, 실제 임금의 90프로까지 정부에서 지원해주었기때문에 스타트업이나 중소중견기업에서 청년을 많이 채용하였다.
한해 1조원 규모의 해당 일자리 사업은 청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것 뿐 아니라 일을 배우는 일경험의 기회를 제공했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대기업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현재와 같이 채용기회가 줄어든 시기에는 청년들에게 경력직 채용으로 나아갈 수 있는 디지털 디딤일자리 사업을 대규모로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50만명의 쉬었음 청년에게 월25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1조5천억원이 든다. 당장은 쓸 용돈이 생기는 것이지만 그것이 청년들에게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다가오는 백세시대를 앞둔 청년들은 앞으로 40년은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세대이다. 이들에게 더 절실한 것은 평생 직업을 만들어나갈 일 배울 기회이다. 매년 10만개씩 5년간 50만개의 디지털 디딤일자리를 만들어보자. 이는 청년들에게 디지털혁신의 시대에 평생 직업을 연결되는 소중한 마중물 역할을 해줄 것이다.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1969년 경북 영주 출신으로, 영주여고와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 정책학 석사, 미국 인디애나대 법학 석사, 서울대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보유하고 있다. 1992년 제35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김 전 차관은 고용노동부에서 28년간 근무하며 여성 최초로 기획조정실장에 오르는 등 다양한 직책을 역임했다 . 특히 배우자 출산휴가제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도입 등 일·가정 양립 정책을 추진하며 노동정책에 기여했다. 2020년 여성가족부 차관으로 임명되어 성폭력 대응 강화, 아동·청소년 보호 등 핵심 정책을 추진했으며 , 2023년 8월에는 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으로 취임해 퇴직연금제도 개편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