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1860억 원 북미 증자…BPC 브랜드 확장 본격화
아모레퍼시픽·CJ올리브영도 미국 시장 투자 가속
다인종화·글로우 트렌드…변화한 미국 시장이 K뷰티에 기회 제공
"미국 성공하면 영어권 확장도"…추가 투자도 주목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K뷰티의 미국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트럼프 임기 이후의 미국 뷰티시장 전략도 속속 제기된다는 점에서 미국이 K뷰티의 또다른 신흥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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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
◆ K뷰티, 미국 시장 본격 공략…LG생활건강·아모레·CJ올리브영 잇단 투자
29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LG생활건강도 미국 투자에 본격 나섰다. LG생활건강은 전날 북미 법인의 약 1860억 원(1억3000만 달러)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 배정 방식으로 진행되며, 약 1000억 원(7000만 달러)은 북미 법인의 운영 자금 및 재무구조 개선에, 약 860억 원(6000만 달러)은 자회사 더에이본컴퍼니(The Avon Company)에 현금 출자해 운영 자금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이를 통해 아마존을 중심으로 더페이스샵, CNP, 빌리프, 닥터그루트 등 BPC(Beauty & Personal Care) 브랜드의 마케팅 투자를 확대하고, 브랜드 인지도 제고 및 성장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더에이본컴퍼니 역시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온라인 판매 강화, 앰버서더 보상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사업 기반을 안정화할 방침이다.
앞서 아모레퍼시픽 또한 향후 3~5년 안에 미국 내 물류 및 모듈형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트럼프 관세 정책이 글로벌 기업의 생산 전략과 공급망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지만, 업계에서는 "단순히 관세 대응 차원을 넘어 미국을 제2의 중국 시장으로 육성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CJ올리브영도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현지 법인 'CJ Olive Young USA'를 설립하고 미국을 전진기지로 삼아 글로벌 성장을 본격화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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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6~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진행된 'KCON LA 2024' 올리브영 부스가 성황을 이뤘다. [사진=CJ올리브영 제공] |
◆ 美 다인종·SNS 타고 확산…K뷰티, 중국 넘어 미국 시장 뚫는다
과거 미국은 피부색, 기후, 문화 차이로 인해 K뷰티가 성장하기 어려운 시장이었다. 백인 중심의 스킨케어·메이크업 기준이 고착되어 있었고, K뷰티 특유의 '맑고 투명한 피부'를 강조하는 미적 기준은 주류와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다인종화가 심화되면서 미국 내 미적 기준도 변화했다. 매트(matte) 피부 선호가 약화되고, 윤기나는 '글로우 스킨'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K뷰티 스타일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빠른 확산이 더해지며, 젠지(Gen Z) 세대를 중심으로 K뷰티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 에이피알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올해 1분기 미국 시장 매출이 약 7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애경산업을 제치고 국내 뷰티업계 '빅3'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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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알 미국 LA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에이피알 제공] |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던 LG생활건강도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하고 미국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의 미국 투자 소식이 전해지자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브랜드 성과가 주목할 만하다"며 "아마존 내 직접 판매에 본격 나서지 않았음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70% 증가했다. 상반기 내 판매 구조 전환이 이뤄지면 추가적인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미국에 대한 K뷰티 기업들의 투자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영어권 국가로도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다"며 "또 아모레퍼시픽의 '코스알엑스'처럼 아마존 상위에만 올라가도 수익성이 급등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K뷰티 기업들의 미국 시장 공략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