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K 돌파하며 상호관세 발표 이후 최고치 기록...달러는 3년래 최저
"달러 종말은 시기상조" 의견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연준) 압박으로 미 달러화 가치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날 비트코인 가격은 상호관세 발표 이후 최고 상승세를 기록하며 대조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달러의 '기축통화' 자리를 비트코인이 대신할 것이란 주장과 함께 비트코인 추가 상승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한국시간 기준 22일 오전 11시 28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0.97% 오른 8만 8199.26달러를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24시간 전보다 3.29% 후퇴한 1,578.473달러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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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이미지.[사진=로이터 뉴스핌] |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3일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해방의 날'이라며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한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러한 비트코인 반등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과 맞물려 달러화 가치가 급락한 것과 동시에 나타났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패배자"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해임 압박을 가하자, 달러화는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간밤 뉴욕 외횐시장서 한때 97.92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를 대신해 비트코인이 기축통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미국의 국가 부채가 심화될 경우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더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하게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달러의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가 비트코인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36조 달러를 넘어선 미국의 국가 부채는 지속 불가능한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핑크는 "탈중앙화 금융이 시장을 더 빠르고, 저렴하며, 투명하게 만드는 혁신"이라며 "이런 혁신으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달러보다 더 안전한 선택으로 보기 시작한다면, 미국의 경제적 우위도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PI 에셋 매니지먼트의 스티븐 이네스는 투자자들이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항의 수단으로 새로운 자산을 찾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파월 압박이 계속될 경우 결국 금리 인하로 이어져 비트코인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칸토르 애널리스트 브렛 크노블라우흐는 "만약 트럼프가 파월 해임에 성공하고, 보다 비둘기파적인 인물을 연준 의장에 앉힌다면 이는 암호화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역사적으로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은 저금리 환경에서 더 좋은 성과를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또한 블루칩 데일리 트렌드 리포트의 수석 기술 전략가 래리 텐타렐리는 "비트코인은 최근 7만 5000~9만 달러 구간에서 박스권에 머물렀지만, 9만 달러를 돌파할 경우 본격적인 상승세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종말을 점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리키우토는 전날 마켓워치에 보낸 논평에서 달러의 종말을 너무 성급하게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언젠가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달러가 아닌 다른 자산으로 표시되는 날이 오겠지만, 그 시기는 아직 한참 멀었다"고 주장했다.
FHN 파이낸셜의 거시전략가 윌 콤퍼놀 역시 "달러 기축통화의 사망 선고는 시기상조"라며 "미국 자산에서 일부 자금이 이탈한 것은 맞지만, 가격 변동성에 비해 실제 이탈 규모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