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한국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학교·할랄 음식점 있어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보광초등학교 운동장 앞에 있는 다세대 주택 안에서 이주 배경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바라카(축복) 작은 도서관(Blessing Library for Moms and Children)'에서다. 아랍어를 쓰는 이현경 관장은 이슬람교인과 아랍권 등 다양한 국가의 이주 배경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고 있었다. 통역과 조언 등 도움을 부탁하는 이들에게 쉼 없이 전화 벨이 울렸다. 수업 중에도 아이들과 히잡을 쓴 학부모들이 왔다 갔다 했다. 이 관장은 "한국에서 학교를 3년이나 다닌 아이가 말이 안 통해 기본 과목명도 모르고 있었다"며 "이주 배경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몇 반인지 말할 수 없어 수위실부터 통과가 어려워 학교에 갈 엄두를 못 내, 이곳에 온다"며 안타까워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이자 이슬람교인들의 성지인 '서울 중앙 모스크'가 있는 용산에 있는 실상 유일한 '이슬람 공동체'가 재개발과 예산 부족 등으로 이곳을 떠난다.
13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2018년 7월 창립한 바라카 작은 도서관은 내년 상반기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에서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현경 바라카 작은 도서관 관장은 "낙산 꼭대기로 이사를 가는데 같이 이사 오겠다는 가정도 몇몇 있다"며 "지금 있는 보광동만큼 저렴한 곳을 찾기 어려운 데 사실 월세 내기도 힘들어 전기세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 이슬람 공동체의 중심 흔들린다..."전기세도 못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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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배경 아동들. [사진=바라카 작은 도서관] |
바라카 작은 도서관은 용산에서 이슬람교인과 아랍권 국가 등 다양한 국가의 아동과 청소년, 여성뿐 아니라 난민과 같이 제도권 밖에 있는 이들에게 교육과 정착을 지원하고 통번역 일자리도 제공해왔다.
바라카 작은 도서관은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 지기 전의 이슬람인 등 제도권 밖 이들을 품기에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대신 시민들의 후원을 받지만, 재개발과 폭등하는 집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용산을 떠나게 된 것이다.
올해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들 대부분은 종교 등으로 인해 고국을 떠난 이슬람교인이 많은 국가 사람들이다. 용산에 있는 이슬람 사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긴 모스크로 규모가 가장 커 이슬람교인들이 많이 모인다. 용산에 할랄푸드와 관련 상점들도 밀집해 있다. 할랄푸드는 이슬람 율법이 허용한 식품으로, 돼지고기·알코올 성분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
2년 전 난민 인정을 받은 미얀마에서 온 티다윈(43) 씨는 "용산에 모스크와 할랄 식품 마트나 식당이 많이 모여 있어 좋았다"며 "재개발로 (바라카 작은 도서관이) 떠나야 한다니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용산구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 A씨는 "이슬람교인 분들은 남녀가 대기석에도 같이 앉아 있지 못하고 보수적 성향이 강해 중장년층의 한국어 교육에 어려운 점이 많다"며 "말이 안 통하면 아이를 맡기기도 어렵고 상담을 하기도 어려워 바라카 작은 도서관이 필요한 이들이 많은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난민 중 대부분은 이슬람교인으로 제도권 밖에 있다. 이들은 종교와 정치적 박해, 내전 등으로 고국을 떠나왔다. 김기학 바라카 작은 도서관 대표는 "우리가 받는 분들은 다문화 가정이 아닌 이주민이거나 난민 신청이 거절되거나 보류된 분들이라 정부에서 지원 받기가 어렵다"며 "난민들이 한국에 와서 기초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난민 인정 받거나 재심사 요청한 외국인, 이슬람교 국가 다수...종교와 정치 등으로 박해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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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카 작은 도서관은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이주 배경 여성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이태원 라뽁이' 밀키트 사업이 시작했다. [사진=바라카 작은 도서관] |
지난해 난민 인정자 105명 중 이집트가 39명(37.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얀마 24명(22.9%), 아프가니스탄 7명(6.7%), 콩고민주공화국 7명(6.7%) 순으로 이들 대부분은 이슬람교 국가다.
지난해 난민 재신청자는 중국을 제외하고 ▲이집트(1685건·14.8%)와 ▲파키스탄(1090건·9.6%) ▲나이지리아(1072건·9.4%) ▲인도(741건·6.5%) 순으로 역시 대부분 이슬람교인이다.
아랍권역이나 이슬람교인들은 기타 국가로 분류돼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법무부의 '2024 출입국·외국인정책통계연보'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아랍권역과 이슬람교인 등 기타 국가에 속한 아동과 청소년 수는 약 2만4343명이다.
바라카 작은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은 한결같이 아쉬움과 우려를 표했다. 파키스탄에서 온 와카스(17)군은 "고등학생이라 공부 시간이 부족해 바라카 작은 도서관이 이사 가는 창신동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중학교 때부터 여기서 선생님들과 공부하고 친구를 많이 만들고 놀면서 활기차게 지내는 게 좋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혜란(13) 양은 방글라데시에서 왔다. 그는 "같은 종교와 같은 나라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이사를 가야 하는데 친한 친구들과 헤어져 낯선 곳에 가야 하는 게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라민(12) 군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부터 왔던 곳으로 여기에 모스크도 있고 무슬림 친구들과 친한 친구들이 있어 편했다"며 "친한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