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단가 인하 강요·제작도면 불법유출 혐의
"피해 업체들이 선처 탄원…재발방지 노력 참작"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일률적으로 인하하도록 강요하고 하청업체 기술자료를 경쟁업체에 불법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HD한국조선해양이 항소심에서 일부 감형돼 벌금 15억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3부(재판장 최진숙)는 18일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HD한국조선해양 법인에 벌금 17억원을 선고한 1심과 달리 벌금 15억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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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로고 [사진=뉴스핌 DB] |
재판부는 "당심에서 두 사건이 병합 심리됐기 때문에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돼야 하므로 원심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다시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업계에서의 피고인 지위나 피해 수급사업자의 수, 거래 금액이 상당하고 범행기간도 길다"면서도 "여러 피해 수급자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고 피고인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유리하게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조선해양은 2015년 12월 선박엔진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하도급업체들을 대상으로 2016년 상반기 하도급 단가를 일률적으로 10% 인하해 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2021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하도급업체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 내용과 하도급 대금 등이 명시된 서면 계약서를 지연 발급한 혐의도 있다.
이후 한국조선해양은 2017년 4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수급사업자(하청업체) 55곳에 선박 관련 제작도면인 '승인도' 125건을 요구하면서 하도급법에서 정한 사항을 기재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혐의로도 2022년 4월 기소됐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 요구 목적과 권리귀속 관계, 대가 등 미리 협의한 내용이 담긴 서면을 수급사업자에게 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국조선해양은 비슷한 시기 4회에 걸쳐 수급사업자의 선박용 조명기구 제작도면 12건을 경쟁 하청업체에 제공해 사용하도록 하고 입찰 과정에서 다른 수급사업자 2곳의 선박 관련 제작도면 4건을 경쟁 하청업체에 제공한 혐의도 있다.
1심은 하도급 단가 인하 강요 등 혐의에 대해 "다수의 사업자가 경영난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인하된 하도급대금은 약 51억원에 달한다"며 벌금 15억원을 선고했다.
또 하청업체 기술자료 유출 등 사건을 심리한 1심은 "수급자들로부터 각 기술자료를 제공받으면서 관련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고 제3자에게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유용했으나 기술적인 가치 자체는 크지 않다"며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