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글로벌 벤처캐피털(VC) 투자의 인공지능(AI) 분야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2024년 AI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금액은 전년 대비 50% 증가했으며, 전체 VC 투자의 36%를 차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수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이들의 사업화 성패에 따라 VC 시장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VC의 전체 투자 금액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3685억달러(약 530조원)였다. 그중 AI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금액은 1315억달러(약 190조원)로 전년 대비 52% 증가했다. VC 투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1%포인트 상승한 36%를 기록했다.
이는 3년 전과 비교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비율이다. 건당 투자 금액도 1575만달러로, AI를 제외한 전체 산업 평균의 약 두 배 수준이다. 핀테크, 우주산업 등 다른 성장 분야에서 AI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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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
대형 투자 건의 상위에도 AI 관련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다. 2024년 최대 투자 건은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기업인 미국의 데이터브릭스에 대한 투자로, 스라이브캐피털 등이 100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VC 투자다.
두 번째는 오픈AI에 대한 66억달러 투자였으며, 투자 금액 상위 20건 중 13건이 AI 관련이었다.
일본 최대 규모의 VC인 소프트뱅크그룹(SBG)도 AI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SBG는 지난 1일, 최대 400억달러를 오픈AI에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외부에서 모집한 100억달러를 제외하고 실질적으로는 SBG가 300억달러를 투자하게 된다.
단, AI에 대한 투자는 아직 대부분이 수익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VC가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수단인 기업공개(IPO)는 2024년 전 세계적으로 10% 감소했다.
VC의 수익 모델에 있어서 투자의 출구가 좁아진다는 것은 새로운 성장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골드만삭스 증권은 "출구가 없으면 수익을 낼 수 없고,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으기 어려워진다. 다음 펀드를 만들 수 없는 VC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전문가를 인용해 "AI에 집중된 투자가 성과를 내지 못해 자금을 효율적으로 수익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VC 시장의 축소나 도태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VC의 생존은 AI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의미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