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하나·우리, 커플 매칭 행사 진행…각 은행별 10명씩 참가
MBTI 써내고 첫인상투표부터 로테이션 미팅까지…비용 전액 지원
지난해 4대 은행 평균 연봉 1.2억…결혼 성사시 연소득 2억 넘어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은행권이 미혼 남녀 직원들의 '솔로 탈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은행들은 이색 행사로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결혼 기피, 저출생과 같은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오는 26일 서울 을지로 소재 하나은행 복합문화공간 H.art1에서 '나는 SOLO-대체 언제까지!' 행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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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오는 26일 서울 을지로 소재 하나은행 복합문화공간 H.art1에서 '나는 SOLO-대체 언제까지!' 행사를 연다. 은행권 연봉을 고려할 때 결혼 성사 시 연소득 2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김아랑 미술기자] |
참가 은행들은 전날(8일)까지 내부적으로 신청을 받았다. 참가 희망자들은 취미와 MBTI, 지원동기 등이 담긴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이들 은행은 이날부터 공동으로 블라인드 평가를 진행 중이다. 각 은행별로 남성 5명, 여성 5명으로 10명씩 총 30명이 행사에 참여한다.
오는 26일 열릴 행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되며 ▲자기소개 ▲첫인상투표 ▲팀 정하기 ▲팀별 활동(데이트코스 정하기) ▲점심식사&미션 ▲단체 레크리에이션 ▲로테이션 미팅 ▲저녁식사 및 최종 매칭 등의 순으로 실시한다. 관련 비용은 각 은행에서 전액 지원한다.
참여 은행 3곳은 다양한 결혼·출산 장려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번 행사 또한 같은 취지로 기획됐다. 결혼 기피와 저출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융권에 악영향을 미친다. 생산인구 감소 시 여수신 고객이 축소되고, 노동력 감소로 경제성장이 둔화하며 기업금융 기반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부동산대출이 주 수익원인 우리나라 은행들은 더욱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 문제를 마주한 일본의 금융시장은 저성장·저금리 기소 지속, 예대금리차 축소 및 신용 수요 감소 현상을 경험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4대 은행을 중심으로 자녀 수에 따른 고금리 적금 상품 및 우대금리 대출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기준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은행권 저출생 극복상품은 30개 가까이 된다. 근무시간 단축 및 출산 축의금·결혼장려금 지원 등 사내 직원들의 결혼과 출산 독려를 위한 제도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번 행사와 같은 '은행원 커플 매칭'은 이번에 유달리 주목을 받았을 뿐 유사한 행사 및 프로그램이 이미 진행돼 왔다는 후문이다. 이번 행사 때 쓰일 공간을 내준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해 솔로인 직원을 대상으로 '사랑, 그게 뭔데' 행사를 진행했다. 신한은행은 '슈퍼 쏠로'라는 사내 데이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 2기 지원자를 모집해 이번 은행권 '나는 솔로' 행사에는 빠졌다고 한다. 지방금융인 BNK금융지주는 같은 지역 한국자산관리공사 직원과의 소개팅을 추진한 바 있다.
은행권에서는 사내 결혼을 '대체', 타행원간 결혼을 '교환'으로 표현하는 업계 용어가 있을 정도로 동종업계 결혼이 흔한 것으로 전해진다. 워낙 고연봉 업계로 정평이 나있는 만큼 은행원 맞벌이 부부의 연 소득은 2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840만원으로 전년(1억1628만원)보다 200만원 이상 불었다. 각 은행별로는 ▲하나은행 1억2061만원 ▲KB국민은행 1억2000만원 ▲ 신한은행 1억1900만원 ▲ 우리은행 1억1400만원 순으로 높았다.
직전 연도와 비교하면 1년 사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이 각 600만원, 200만원, 148만원 늘었다. 유일하게 KB국민은행만 100만원 줄었지만, 노사의 임금·단체협상 결과에 따라 대중에 공개되는 임금 인상률을 낮추는 대신 주식이나 복지 포인트 방식의 보상을 더 늘리는 경우도 있어 KB국민은행의 직원의 실질적인 보수가 감소했을지는 미지수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