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 단체, EU AI 강령 초안에 반발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 "EU AI 3차 초안, 실질적 수단 포함 못해"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전 세계 작가, 가수, 배우 등 창작자 권리 단체들이 유럽연합(EU) '인공지능법(AI Act)'에 따라 마련 중인 '범용 목적 AI 행동 강령' 제3차 초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을 비롯한 유럽 및 국제 창작자, 공연자, 권리자 단체 60여 곳은 지난달 28일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초안이 EU AI법의 입법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으며,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수단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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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사진=한음저협] 2024.01.09 alice09@newspim.com |
CISAC 이사국으로 활동 중인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장 추가열) 역시 본 성명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며, 국제적인 창작자 권익 보호를 위한 공동 대응에 동참하고 있다.
EU AI법은 인공지능 기술의 책임 있는 개발을 장려하면서, 저작권 등 기존 권리 체계와의 조화를 도모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종합적 AI 규범이다. 그 중 GPAI는 챗GPT나 이미지 생성 AI처럼 특정 용도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목적에 활용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의미하며, 웹상에 존재하는 방대한 콘텐츠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저작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이 무단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EU AI법은 GPAI 제공자에게 EU 저작권법의 준수, AI 훈련에 사용된 콘텐츠 목록의 상세한 공개 등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행동 강령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 성명은 이번 행동 강령 제3차 초안이 이러한 기본 원칙조차 충실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안은 GPAI 제공자에게 구체적인 법적 의무를 부과하기보다는 '합리적인 노력'만을 요구하고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AI 훈련에 사용된 제3자 데이터셋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책임도 사실상 제외되어, 오히려 저작권 침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성명에 참여한 단체들은 이번 초안이 저작권법의 핵심 원칙인 사전 허락 원칙, 무단 사용 금지 원칙을 훼손하고 있으며, EU AI법이 추구하는 '책임 있는 AI 개발과 문화 창작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방향성과도 충돌한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창작자 권리 보호라는 법의 취지를 외면한 초안에 국제 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은, AI 기술이 전 세계 창작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결코 국지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지금, 창작자 권리를 보호할 제도적 기반 마련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직면한 공통의 과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AI 기술의 확산 속도에 비해 입법과 제도 정비가 크게 뒤처져 있다. AI가 만든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퍼지고, 창작자의 동의 없이 기존 작품이 학습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음에도 이를 규율할 명확한 법적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한음저협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해 AI 콘텐츠 표기 의무화, AI 학습 데이터에 대한 사전 동의 및 목록 공개, AI 산출물에 대한 명확한 표기 기준 및 입증 책임 전환 방안 마련 등 제도 개선 활동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저작권법 개정안에 포함된 'AI 학습 면책 조항'이 창작자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공식 반대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내 입법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사회적 관심도 부족한 상황이다.
한음저협은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지금,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라며 "국내외 창작자 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실효성 있는 입법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