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전공의·학부모·교수·의협 의견 모아보니
의대생, 복귀하고 싶지만…집단 따돌림 두려워
전공의 "미복귀로 의료계 입장 관철해야" 주장
학부모 '울화통'…몰래 등록하는 부모도 '속출'
전공의 면허 정지 철회 때랑 달라…제적 가능
의협, 학생 뒤에 그만 숨어야…내부 의견 갈려
[세종=뉴스핌] 신도경·이유나 기자 = 서울대와 연세대를 제외한 대부분 의대 학생들이 제적 위기에 놓인 가운데, 의대생과 학부모들은 복귀하고 싶어도 복귀할 수 없는 상황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학부모와 의대 교수는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생과 전공의 뒤에서 나와 복귀를 독려하고, 정부와 협상하는 책임 의식을 지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의협 내부에서도 의협이 비겁하다며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28일 <뉴스핌>은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이해관계자인 의대생, 전공의, 학부모, 의대 교수, 의협 관계자 의견을 모았다.
◆ 의대생 "복귀하고 싶다" vs 전공의 "미복귀해야"…학부모는 '울화통'
당사자인 의대생들은 복귀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선·후배 간 관계 등을 의식해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의대의 경우 선·후배가 일대일 관계로 맺어져 선배로부터 족보와 병원에 대한 정보 등을 공유받을 수 있는데, 복귀할 경우 '배신자'로 낙인찍혀 신상이 공개되고 집단으로 괴롭히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공의 의사집단행동이 시작되면서 의료 현장에 남은 전공의에 대한 신상정보가 의사·의대생 익명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공개됐다. 의대생 입장에서 제적이나 집단따돌림이나 의료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것은 똑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의대생은 "저희도 얼른 복귀하고 싶다"며 "정부가 비윤리적인 정책을 철회하고 상황이 좋아지면 복귀할 예정이지만, 만일 학교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군입대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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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선배인 전공의의 입장은 어떨까. 익명을 요청한 전공의는 개인의 선택으로 조심스럽다면서도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생이 생각하는 의료 현장과 실제 겪게 되는 의료 환경이 달라 미복귀로 의료계의 입장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직한 전공의는 "정부가 직접적인 피해가 될 것 같이 얘기하고 있지만, 작년 전공의를 대상으로도 면허 정지시키겠다고 해놓고 철회했다"며 "겁을 먹을 수 있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안을 들어주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부모들은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자녀가 느끼는 선·후배 관계에 대한 압박을 이해하면서도 의사집단행동에 자녀의 인생이 희생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학생 자녀를 둔 의대생 부모는 "남자 의대생들은 지게차 자격증을 딴다"며 "군대를 가야 하는데 지게차 자격증을 받으면 공군 입대에서 가산점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창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지게차 자격증을 따는 상황이 말이 되느냐"며 "부모가 자녀 몰래 등록하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여학생 자녀를 둔 의대생 부모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자녀가 의과 공부를 하고 싶어 입학했는데 복귀를 할 수 없는 분위기다 보니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남학생의 경우 군대라는 차선책이 있지만, 여학생은 병가 외에 다른 경로도 없다.
의대생 부모들은 의협이 자녀들을 앞세워 권리만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면서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에 대해 개인의 선택이라는 말만 내뱉고 있기 때문이다.
◆ 의대 교수 "선배가 인생 책임지지 않아"…의협, 의대생·전공의 복귀에 나서야
의대 교수들 역시 학부모의 입장에 백번 공감한다.
강희경 서울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대생이 선배들의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의료계 선·후배 간 관계가 다른 전공에 비해 결집력이 세지만, 선배가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의대생들이 말하는 족보 등 하나 없이 잘 졸업했다"며 "예과생의 공포일 뿐"이라고 했다.
아울러 강 교수는 정부가 제적을 학칙대로 할 수 없다고 믿고 있지만, 전공의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공의를 대상으로 사직서 수리 금지, 면허 정지를 내세웠던 일은 인권 억압 등의 이유로 원칙을 벗어났지만, 휴학계 반려 후 학칙에 따른 제적 조치는 원칙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강 교수는 학부모 의견과 같이 의협이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의대생과 전공의를 총알받이로 세우고 기성세대가 뒤에 숨어 있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의협은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기성세대가 나설 테니 너희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며 "의대생과 전공의가 의견을 주면 의협이 받아들이겠다, 다칠 위험이 있으니 돌아가라고 해야 하는데, 집행부가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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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대학교 미복귀 의대생들의 등록 마감일인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5.03.27 yooksa@newspim.com |
의협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협회장은 의협이 의대생 뒤에 숨어있는 행태를 보여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특이 의협이 의대생 복귀에 대해 개인의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말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의대생의 선택이라고 하는 말은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다는 것"이라며 "나중에 처벌받을까 봐 책임 안 지려고 의대생을 볼모로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미 의협은 의대생과 전공의의 신뢰를 잃은 상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해 의협을 두고 전공의를 앞세워 분란을 야기한다며 비판했다. 의협이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복귀하라고 해도 이미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의협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회장은 "의대생과 전공의가 가장 원하는 것은 의협이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자기 역할은 안 하고 권리만 주장하니까 당신이 왜 나서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의대생과 전공의가 의협에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만, 절망이 쌓이고 속이 문드러져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의협이 의료계 대표 단체로서 책무를 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