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청년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
김문수 "일자리, 기업이 만들어…정부 역할 미미"
"뾰족한 수 부족해 답답한 상태"라고 한탄하기만
정치적 이슈만 장시간 설명…본연의 임무 찾아야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쉬었음' 청년이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4.3%로 1.7%포인트(p) 하락해 2021년 1월 낙폭 -2.9%p 다음으로 컸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부터 '쉬었음' 청년을 언급했다. 올해 신년사에는 "교육부·자치단체와 협업해 '쉬었음' 청년을 찾아내고 상담·훈련·취업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발언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통상 신년사는 조직이 당면한 문제와 해결 의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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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희 경제부 기자 |
'쉬었음' 청년이 최근 새롭게 등장한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벌써 몇 년째다. 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는 건 악화된 일자리 상황과 직결돼 있다. 쉬고 싶지 않아도 적합한 일자리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쉬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기업과 공공기관들은 올해 신규 채용을 많게는 절반까지 줄인 상황이다.
지난 10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김문수 고용부 장관 기자간담회에서도 일자리 대책은 단골 질문으로 등장했다.
고용정책 주무부처의 수장 김문수 장관은 일자리 상황 개선을 위한 질문을 받자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미미하다"며 기업에 문제 해결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김 장관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저도 나름대로, 고용노동부 직원들 다들 고심하고 있는데 뾰족한 수가 부족하다. 참 답답한데 그런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6개단체장 모셔 놓고 업무협약(MOU) 했는데 (기자들이) 보도를 많이 안 해 주더라. 최상목 대행, 한경협, 상공회의소, 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경총, 무역협회 기업인 단체와 협약을 맺어 '청년을 최대한 많이 채용한다' '(청년을 최대한) 빨리 채용한다' 이런 이야기를 협약 내용에 다 (마련)했는데도 불구하고 성과가 잘 안 나는 것 같다. 사진 찍고 행위는 했는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안을 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청년을 채용해야 하는데, 기업이 전체적으로 감원 추세"라며 "올해 기업 사정이 너무 나쁘다. 우선 감원은 하지 말고 많이 뽑아 달라, 졸업생 공채를 많이 해 달라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다니는데, 효과가 신통치 않다. 답답하다"고만 호소했다.
취업의 대안으로 '창업'을 언급한 부분도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란 지적이다. 김 장관은 "대책이 이제 창업 있지 않나. 대학에 창업센터를 더 늘려서 아주 실력 있는 교수들하고 먹고 자고 (하는) 창업교육센터 대폭 늘리자고 교육부 장관한테도 이야기했는데, 대학이 요즘 등록금을 안 올려서 (센터를 늘릴 돈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 장관이 제시한 창업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성이 크다. 최근 두 달간 폐업한 자영업자는 2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570만명이던 자영업자 수는 계엄과 탄핵 등을 겪으며 지난 1월 550만명으로 줄었다. 코로나19가 유행이던 2021년 자영업자 규모(551만3000명)와 비슷하다.
김 장관은 일자리 문제 해결책을 기업과 창업에 돌리면서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장시간 설명을 늘어놨다. 그는 "대통령께서 석방이 되셔가지고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간담회 모두발언을 시작, 20분여간 정치 이야기를 이어갔다. "공수처는 없어져야 한다"나 "헌법재판소 재판은 졸속 재판이다"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열린 '정부-경제 6단체 일자리 창출 협약식' 모두발언을 통해 스스로를 '고용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책임자'라고 소개했다. 정부의 고용정책 책임자라면 "참 답답하다"는 한탄보다 '이런 점은 힘들지만,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명확한 비전을 세우고 이행하는 장관이 됐으면 한다.
shee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