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이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대해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유보하고 미국과 협상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과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이 즉각적인 보복 관세 부과에 나선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달 27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만남에서도 다른 정상회담과는 달리 친근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었다.
![]()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 도중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스타머 총리는 이날 매주 수요일마다 의회에서 열리는 총리질의응답(PMQ) 시간에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글로벌 관세 부과에 실망했지만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측과 관세를 포함한 경제 협상을 하고 있으며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타머 총리는 (EU와 달리)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발표하지 않았다"면서 "그는 이 같은 행보를 통해 영국이 미국의 세금 부과로부터 보호를 받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영국 총리실은 조너선 레이놀즈 상무장관이 다음 주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양국 간 무역 협정 체결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리실 대변인은 "영국 정부의 접근 방식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무역 전쟁을 피하고자 하는 영국 산업계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캐나다와 EU 등은 강경 대응에 나섰다.
EU 집행위는 이날 다음달부터 약 260억 유로(약 41조13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달 1일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 중단 조치를 복원하고 13일부터 본격적으로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캐나다도 오는 13일부터 210억 달러(약 30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중국은 최근 1·2차에 걸쳐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농기계, 닭고기, 대두, 유제품 등에 10~15%의 보복 관세 부과 결정을 내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스타머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 영국이 미국의 관세 공격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는 워싱턴과 런던의 협상 담당자들이 지난 몇 년간 지지부진했던 자유무역 협정에 합의할 수만 있다면 관세 면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스타머 총리는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양국간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