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25일(현지 시간) 미 국채 가격은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경제의 둔화 우려가 커진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 달 동안 유예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예정대로 내달 4일 부과할 것임을 재차 확인하며 시장의 안전 선호가 강화한 여파다.
이날 뉴욕 채권 시장 오후 거래에서 기준금리가 되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일 대비 9.3bp(1bp=0.01%포인트) 하락한 4.3%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0년물 수익률은 지난해 12월 12일 이후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30년물 채권 수익률도 9.4bp 하락하여 4.555%를 기록했다.
단기물인 2년물 수익률은 6.2bp 하락하여 4.1%로 떨어졌다. 장중 한때는 4.07%까지 밀리며, 지난해 11월 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채권 수익률(금리)과 채권 가격은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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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채권 가격을 움직인 건 경제 지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이었다. 이날 발표된 미국 콘퍼런스보드(CB)의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8.3으로 전달보다 7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지난 2021년 8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이로써 CB 소비자신뢰지수는 석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미국의 2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1월 소매 판매, 미시간대의 2월 소비자심리지수 등 최근 공개된 경제 지표들은 예상을 크게 하회하며 미 경제의 둔화 가능성을 신호했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미 경제가 둔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경기 둔화 신호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주 예정대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며 시장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PGIM의 수석 투자 전략가 겸 글로벌 채권 대표 로버트 티프는 "경제 전망과 상충되는 정책들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권 시장은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더욱 강하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25일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총 61bp(1bp=0.0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반영 중이며, 이는 하루 전의 44bp에서 높아진 것이다. 첫 금리 인하 시점도 6월과 7월이 점차 비등해지고 있으며, 두 번째 인하 시점은 9월이나 10월이 유력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 경제 둔화 우려 속 이날 미 달러화는 전날에 이어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이날 뉴욕 거래 후반 0.39% 하락한 106.33을 기록하며, 전날 장중 기록한 2개월 만의 최저치(106.12)에 근접했다.
반면 이날 유로는 독일 총선에서 승리한 기독민주당(CDU)이 방위비를 늘리기 위해 재정 준칙을 완화하는 등 재정 지출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에 강세를 보였다.
독일을 필두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재정 준칙을 완화할 경우 유럽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어 유로화에는 긍정적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뉴욕 거래 후반 0.47% 오른 1.052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내주 예정대로 부과할 것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한 여파에 이날 멕시코 페소와 캐나다 달러는 미 달러화 대비 하락했다.
월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보였던 벼랑 끝 전술을 반복할 위험이 있으며, 3월 4일 관세 부과일이 다가옴에 따라 해당 통화들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주 시장은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미국의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28일)와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27일) 등을 기다리고 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