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무역위, '반덤핑' 관세 부과 건의 의결
철강업계 "부당한 가격 경쟁 벗어나는 효과"
국내 조선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미미' 전망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정부가 중국산 철강 제품의 '덤핑' 행위에 대해 28~38%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에 착수하면서 우리 철강업계가 한숨을 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포한 상황에서 갈 곳 없는 중국산 저가 제품이 대거 유입될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다.
![]() |
포스코 열연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광양제철소] |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무역위원회를 열고 '중국산 탄소강 및 그 밖의 합금강 열간 압연 후판 제품'에 대해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건의하기로 의결했다.
열간 압연 후판에 대한 예비 조사 결과, 덤핑 사실과 덤핑 수입으로 인한 국내 철강 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추정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예비 판정했다.
조사 기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잠정 덤핑 방지 관세 27.91%~38.02% 부과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정부가 최고 38%의 관세를 예고한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용과 건설용으로 많이 쓰인다.
국내 후판 시장은 약 8조 원 규모다. 국내 후판 수요는 약 800만t 수준으로 2023년 839만t에서 지난해에는 지속적인 건설 경기 악화로 780만t으로 감소했다. 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후판은 지난해 138만t 규모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4년 내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국내 수요량의 약 20% 수준이다.
후판 가격은 국산 제품이 t당 평균 90만~100만 원이다. 반면 중국산은 이보다 20% 이상 싼 평균 70만 원대 수준이다.
![]() |
용융아연도금 강판 [사진=포스코] |
이에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20~30% 저렴한 중국산 후판의 유입으로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며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따른 중국산 '밀어내기 수출' 등의 후속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덤핑 관세 절차에 돌입하면서 국내 철강 업계는 우선 한숨을 돌리게 됐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중국산 후판이 20~30% 싸게 들어왔다"면서 "문제는 중국 내수보다 중국에서 밀어내기로 내보내는 수출 가격이 더 싸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산 저가 덤핑에 대한 부당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또한 피해 사실이 증명됨에 따라 국내 철강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필요성이 입증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국내 조선 업계에 대한 악영향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관계다.
선박 건조에 후판이 대량으로 쓰이긴 하지만 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 해도 조선용 후판에는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조선소는 보세구역이기 때문이다.
보세구역은 관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외국 물품을 관세 등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관, 제조·가공, 건설, 판매, 전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구역이다.
거의 대부분의 건조 물량을 수출하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에게는 반덤핑 관세로 인한 비용 인상이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의 국내용 물량 매출 규모가 5%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수요 배를 만드는 조선사에는 조금 타격이 있을지 모르지만 조선 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귀띔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