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화재보험 상대 보험금 소송 제기
1심 원고 승소→2심 원고 패소→파기환송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피보험자의 직업이 바뀐 사실을 서면으로 통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해 보험금을 감액 지급한 보험사에 대해 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앞서 A씨는 2006년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와 B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B씨는 경찰관이었는데 2015년 화물차 운전기사로 직업을 변경했다. 2017년 A씨는 B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직업이 변경됐다는 사실을 보험설계사에게 고지했다.
2018년 9월 B씨는 교통사고로 인해 경추척수 손상 등 상해를 입었고, 이에 A씨는 보험회사에 상해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보험회사는 A씨가 보험약관 제15조에 규정된 직업변경 사실 통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삭감 지급한다고 통지했다.
보험회사는 "이 사건 보험계약은 약관상 직업변경 시 서면으로 통지해야 함에도 원고는 별건 보험계약의 보험설계사에게 유선상으로 직업변경 사실을 고지했을 뿐이라 통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A씨는 "2017년 직업변경 사실을 통지한 것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 기재된 통지의무 이행에 해당한다"며 "설령 이를 통지의무 이행으로 볼 수 없다고 해도 피고는 2017년 원고의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게 됐고 그로부터 1개월이 도과했으므로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할 수는 없다"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는 2017년 10월 B씨의 직업변경 사실을 통지하며 운전자 보험계약의 보험료 등을 변경했다"며 "이는 보험계약상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가 의무를 이행한 이상 피고는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 및 삭감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해진 보험금 전액에서 이미 지급한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 사건 상해보험 계약과 그 후 체결된 운전자보험은 전혀 별개의 보험계약인 점을 종합하면 원고가 운전자보험의 보험설계사에게 B씨의 직업변경 사실을 이야기한 것만 가지고 보험계약상 통지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보험회사에서 생명보험을 처리하는 부서와 운전자보험을 처리하는 부서가 서로 연계돼 있어 피보험자의 직업 등 개인신상에 관한 정보를 당연히 공유하게 된다는 사정도 확인되지 않은 점에 비춰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중대한 과실로 피보험자의 직업변경을 알지 못한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은 보험약관이 규정하고 있는 위험변경증가 통지의무 또는 계약 후 알릴 의무의 이행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와 운전자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10여 일이 지나 신규로 발급받은 보험증서에 B씨의 직업이 잘못 기재된 것을 발견하고 바로 보험설계사에게 직업이 변경됐다고 말했고, 보험설계사는 이를 피고에게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가 최초 발급한 운전자 보험증권에서 상해보험 계약 체결 당시 고지한 경찰관으로 직업이 기재돼 있던 점을 고려하면 직업 정보가 운전자 보험계약에도 그대로 이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로서는 담당 보험설계사에게 B씨의 직업변경 사실을 통지하면서 운전자 보험계약 외에 상해보험 계약에 대해서도 피고에게 통지가 이뤄진다고 믿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가 운전자 보험계약에 관해서만 직업변경을 반영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상해보험 계약에 관해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