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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964년 성폭행범 혀 절단' 최말자 재심 사건 파기환송

기사입력 : 2024년12월20일 09:00

최종수정 : 2024년12월20일 09:00

1·2심 청구 기각
"최씨 진술 신빙성 깨뜨릴 증거·사정 존재 여부 조사했어야"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성범죄를 피하기 위해 타인의 혀를 물어 절단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유죄판결을 확정받았던 최말자 씨의 재심 사건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됐다.

대법원 2부는 지난 18일 중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던 최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최씨는 1964년 5월 경남 김해에서 일면식 없는 남성 노모 씨가 최씨의 친구들을 뒤따라 최씨의 집까지 찾아오자 노씨를 다른 길로 유인했다. 이후 노씨는 최씨를 넘어뜨리고 코를 막아 입을 벌리게 한 뒤 키스를 시도했다. 이에 최씨는 노씨의 혀를 깨물었고, 노씨는 혀 1.5cm가 잘리는 상해를 입었다.

당시 법원은 최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노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당시 법원은 노씨의 상해가 영구적이고 최씨가 노씨와 일정 시간 동행한 점을 이유로 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 56년이 지난 2020년 5월 법원을 상대로 재심을 청구했다. 최씨는 당시 수사기관에서 불법 구금이 있었다며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 따라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가 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이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된 때 유죄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심은 최씨가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 협박, 자백 강요 등을 주장한 적이 없었던 점, 불법 구금 등을 증명할 객관적이고 분명한 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최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불법 구금에 관한 재항고인의 일관된 진술 내용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고, 그 진술에 부합하는 재심 대상 판결문, 당시의 신문 기사, 재소자인명부, 형사사건부, 집행원부 등 직·간접의 증거들에 의해 알 수 있는 일련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사정들이 제시됐다"고 판단했다.

최씨의 진술과 모순되거나 그의 진술 내용을 탄핵할 수 있는 다른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어 "최씨는 검찰에 처음 소환된 1964년 7월 초순경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된 것으로 보이는 같은 해 9월 1일까지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와 같은 검사의 행위는 형법 제124조의 직권남용에 의한 체포·감금죄를 구성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공소시효가 완성돼 유죄판결을 얻을 수 없는 사실상·법률상 장애가 있는 경우로서 형사소송법 제422조의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원심은 최씨의 진술 신빙성을 깨뜨릴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반대되는 증거나 사정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사실조사를 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hyun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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