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가 상승률 7% 불과, 한때 낙폭 25%
AI 수요 버팀목 역할했지만 나머지가 부진
"8~10월서 '바닥 봤다', 신규수주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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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성능 시험용 측정장비를 판매하는 미국 키사이트테크놀로지스(종목코드: KEYS)를 둘러싸고 월가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매입할 기회라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는 고객사의 재고 소화와 투자 집행 보류 등의 이유로 결산이 부진하게 나와 주가 역시 미진한 성과를 거뒀지만 내년에는 본격적인 실적 회복이 기대돼 주가 역시 큰 폭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관점에서다.
1. 올해 부진
키사이트의 주가는 현재 170.88달러(16일 종가)로 올해 들어 7%에 불과한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올해 한때 8월 연중 저점 119.86달러까지 연초 이후 낙폭이 25%에 달한 적도 있었다. 그 뒤 저점을 다지며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연초 이후 상승폭은 주가지수 S&P500의 27%를 크케 하회한다. 취급 제품이 첨단기술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주가 성과에서 아쉬움이 묻어난다.
*키사이트의 사업부는 ①통신솔루션그룹(CSG) ②전자산업솔루션그룹(EISG) 등 2가지다. ①CSG 매출 비중은 69%다. CSG는 다시 ⒜상업용통신(46%) ⒝항공우주·방위 및 정부(23%)라는 하위 부문으로 나뉜다. ⒜는 스마트폰 등의 통화 품질·데이터 전송속도 등을 검증하는 무선통신 시험 장비, 인터넷의 데이터 전송품질을 검증하는 네트워크(유선통신) 시험 장비 등을 판매한다. ⒝는 레이더·전자전 시스템 시험 장비를 취급한다.
②EISG는 비중이 31%다. ⒜자동차 ⒝반도체 ⒞일반 전자제품 등 3가지 영역을 다룬다. 자동차용으로는 배터리나 자율주행 센서 시험 장비, 반도체용으로는 파라미터 분석기와 웨이퍼 시험 장비가 있다. 또 일반 전자제품용으로는 오실로스코프나 디지털 멀티미터, 신호발생기 등 범용 시험·측정장비를 판매한다.
2. 이유는?
키사이트의 주가 성과가 올해 부진했던 것은 실적 때문이다. 각 사업부와 하위 부문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고객사들의 신규 수요가 저조했던 까닭이다. 인공지능(AI)과 관련해 대형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등의 네트워크(유선통신) 시험 장비 수요와 반도체 업계의 웨이퍼 수요가 있었지만 나머지 부문의 부진이 관련 신규 수요분을 상쇄했다.
전체적인 실적 부진의 거시적 원인은 이렇다. 1년여 동안 장기간 고금리 상태를 유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긴축 기조로 고객사들의 설비투자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높은 자본비용 부담을 앉게 된 고객사 사이에서는 지출 보류의 경향이 강해졌다. 또 각국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을 실시한 뒤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 지출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①CSG에서는 ⒜에서 고속 이동통신 인프라 투자가 성숙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가 가세하면서 무선 테스트 장비에 대한 수요가 둔화했다. ⒝에서는 앞서 말한 대로의 이유가 컸다. 키사이트의 주요 고객이 되는 정부는 미국이지만 독일이나 영국 등과도 거래를 한다. 키사이트는 ②EISG에서는 자동차의 경우 업계의 전기차 판매 성장세 둔화와 배터리 초과 공급 문제가 있었다. 일반 제조업은 재고 누적과 투자 위축을 경험했다.
3. "바닥 봤다"
월가의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키사이트의 실적이 2024회계연도 4분기(올해 8~10월)을 계기로 바닥을 찍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올해 9월부로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정책금리 인하로 돌아선 가운데 종전까지 위축됐던 각 산업의 투자지출이 회복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비록 4분기 결산은 감소세를 파하지는 못했지만 컨센서스를 웃도는 것으로 나와 애널리스트들을 고무시켰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키사이트의 24회계연도 4분기 매출액은 12억87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 감소했지만 애널리스트 컨센서스와 종전 회사가 가이던스로 제시했던 예상 범위의 상단을 웃돌았다. 주당순이익은 1.65달러로 17% 줄었으나 이 역시 컨센서스를 넘어선 것은 물론 가이던스를 상회했다. 사업 환경 약화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을 약 26%를 유지한 것 또한 애널리스트들을 고무시켰다.
바닥 확인의 자신감은 수주에서 나왔다. CSG의 신규수주가 24회계연도 4분기 말까지 2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 최다액을 경신한 것이다. 항공우주·방위 및 국방 부문에서의 연말 예산 집행이라는 계절적 특수성도 있었지만 장기 산업 트렌드로 자리잡은 AI에서의 지속적인 강세가 더 눈에 띄었다. EISG에서는 자동차의 부진이 계속됐지만 반도체와 일반 전자부문의 수주잔액 성장세가 확인돼 실적 회복의 자신감을 높였다.
▶②편에서 계속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