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통일·외교

속보

더보기

실패한 협상, 예정된 참사...사도광산 추도식 파행 전말

기사입력 : 2024년11월25일 06:18

최종수정 : 2024년11월25일 07:34

야스쿠니 참배 日대표...추도식 아닌 '기념식'
정부, 조선인 추모행사 아님을 알면서 합의
추도식 불참으로 '협상 실패' 자인한 외교부
군함도 등재 이어 '같은 말 두번 산' 책임론 대두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新潟縣)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일본이 약속한 희생자 추도식은 결국 한국 정부가 불참한 가운데 파행으로 끝났다. 

사도광산 인근에서 지난 24일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生稻晃子) 일본 외무성 정무관은 '인사말'로 이름붙인 추도사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노역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가치와 가혹한 환경에서 노동한 모든 광산 노동자들의 노고를 언급한 뒤 "광산 노동자 중에는 1940년대 우리나라(일본)가 전쟁 중에 노동자에 관한 정책에 기초해 한반도에서 온 많은 분이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또 한반도 노동자들이 "갱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면서 "종전(終戰)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유감스럽지만, 이 땅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쿠이나 아키코 일본 외무성 정무관 [사진=이쿠이나 정무관 인스타그램]

이쿠이나 정무관의 추도사에는 조선인 노동자들이 왜 사도광산까지 와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끌려왔다는 사실을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강제동원 사실은 물론 일제의 조선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예견된 '외교 참사'

지난 7월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모든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는 2가지의 '이행 조치'를 약속받고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이 약속한 2가지 이행 조치란 사도광산 인근 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노역과 관련된 전시실을 마련하고, 희생자를 위한 추도식을 매년 개최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합의 직후 마련된 전시관에는 조선인이 강제노역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이어 이번 추도식에서도 강제노역과 관련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로써 정부가 일본과 협상을 통해 얻어냈다는 가장 중요한 외교적 성과 2가지가 모두 무너졌다. 사도광산 등재를 위한 일본과의 합의는 '외교적 참사'로 끝난 셈이다.

지난 7월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당시 정부가 이같은 일본의 약속을 받고 등재에 동의했다고 발표했을때 한·일 관계 전문가, 언론, 시민단체 모두 이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했다.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하는 표현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국과 협의 과정에서 강제노역과 관련된 표현을 명시하는 것을 거부했다. 이는 일본과 협상을 했던 외교부가 스스로 인정한 사실이다.

외교부는 또 일본이 약속한 전시와 추도식에 강제노역의 표현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난 7월 26일 외교부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전시와 추도식은 일본인을 포함한 모든 사도광산 노동자가 대상"이라며 "한국인만을 위한 특별한 전시나 추도식이 일본 국내 정치적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한 결과"라고 공개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또한 추도식을 일본 정부가 주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 당국자는 당시 브리핑에서 "추도식을 매년 실시하기로 했다"면서 "니가타현, 사도시와 같은 지방정부뿐 아니라 중앙부처에서도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해 추도식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일본이 "중앙정부가 이 같은 추도식을 주최한 적이 없다"는 말로 정부 주최 추도식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외교부는 추도식은 지방 정부나 시민단체들이 주최하고 일본 정부 관계자가 행사에 참석하는 형식으로 치러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동원과 관련한 자료가 전시돼 있는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내부 모습. [사진=외교부] 2024.07.28

◆"짐작은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외교부는 추도식에 중앙정부의 정무관(차관급) 이상의 고위직이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 이 정무관이 추도사에서 조선인 노동자의 희생에 대해 언급하면 강제노역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내용상으로는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를 내세울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추도사에 강제노역 인정 내용이 없을 것은 알고 있었으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경력이 있는 극우성향의 정치인 출신 이쿠이나 정무관이 정부 대표로 참석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23일 일본의 발표가 나오자 외교부는 대경실색했다. 예정됐던 언론 브리핑을 5분 전에 취소하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외교부는 회의 끝에 이쿠이나 정무관의 참석을 용인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그날 밤 늦게 출입기자단에 "정부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 개최를 위해 일본 정부의 고위급 인사 참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고 일본이 이를 수용하여 외무성 정무관이 추도식에 참석하게 된 것"이라고 입장을 언론에 배포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24일 오후 외교부는 전격적으로 추도식 불참 결정을 알렸다. 이쿠이나 정무관 참석까지도 수용할 수 있었지만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추도식이 사실상 유네스코 등재를 기념·축하하는 형식인데다 추도사에 노동자들의 희생에 사의를 표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자 결국 포기한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추도식 불참 결정은 추도식의 성격과 추도사 내용 등 제반 사항이 정부가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정부의 의사 표시"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태에서 추도식에 참석했다가는 뒷감당이 안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 실패 인정한 정부...책임론 부상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사도광산 등재 직후인 지난 8월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비판에 "강제성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대표의 발언문에 강제성이 들어있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2015년 하시마 탄광(군함도) 등재때 강제성을 받아냈고, 이번에 일본이 '과거의 약속을 확인하고 명심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사실상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었다. 조 장관은 "(강제성이) 빠졌다면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사도광산 등재 협의에서 강제성이 빠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024.08.13 leehs@newspim.com

조 장관은 또 "협상 초기부터 2015년에 우리가 얻어낸 합의 결과에서 후퇴하는 건 '논스타터'(non starter)라는 걸 분명히 하고 일본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면서 "이행조치(전시물 설치·추도식 개최)를 확보했기 때문에 진전된 합의라고 자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장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합의가 실패한 협상이라는 게 드러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외교부가 이번에 추도식 불참을 결정한 것은 협상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이 추도식은 매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일본에서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가리고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행사가 매년 열리게 된다. 정부로서는 두고두고 화가 될 싹을 키운 셈이다. 차라리 추도식 개최를 합의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본은 2015년년 일본 하시마탄광(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끌려와 일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겼으나 곧바로 "강제노역을 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번복하고 이행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데 실패했다. 2015년 군함도 등재때 교훈을 얻었으면서도 '같은 말을 두번 산' 외교 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opent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눈에 보는 트럼프 취임사...6대 키워드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 연설은 이념적인 수사가 가득했던 8년 전 2017년 당시와 다르게 낙관적인 어조 속에서 구체적인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요지는 전 정권에서 약화한 미국의 외교와 경제 영향력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부활'을 알리면서 관세 정책과 경제·에너지 정책, 불법 이민자 정책, 영토 확장, 다양성 정책 재검토 등을 강조한 취임 연설을 했다. 다음은 30분간의 취임 연설에서 언급한 핵심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취임 첫날 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열린 퍼레이드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1. 미국의 부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황금시대가 지금 시작된다"라고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오늘부터 우리나라는 번영하고 세계의 존경을 다시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지금 국가적 성공의 흥미진진한 새로운 시대의 시작점에 있다"며 "미국은 전례 없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순간을 맞이했다"고 했다. 2. 관세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에 대해 "다른 나라를 윤택하게 하기 위해 미국민에게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또 "관세를 징수할 '대외수입청'을 설립하겠다"며 "외국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이 우리 국고로 흘러와 조만간 아메리칸드림은 전에 없던 방식으로 다시 살아나 번창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경제는 부드럽고 한심하게 약한 무역 협정을 통해 우리 스스로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세계에 성장과 번영을 제공해왔다"며 "이제 이를 바꿀 때다. 우리는 우리와의 무역으로 이익을 얻는 이들에게 비용을 부과하기 시작할 것이며 그들은 기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 경제·에너지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시추를 계속할 것"이라며 "미국은 다시 제조업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다"며 "그것을 사용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전략비축유를 다시 최대로 채우며 미국 에너지를 전 세계로 수출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그린뉴딜을 끝낼 것이며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철회해 우리의 자동차 산업을 구하고 위대한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했던 나의 신성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4. 불법 이민자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불법 이민자 정책에 대해 "미국의 완전한 복원을 시작하고 상식의 형멱을 이룰 것"이라고 운을 뗀 뒤 "남부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며 "모든 불법 입국은 즉시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백만명의 범죄자 외국인이 그들이 온 곳으로 돌려보내지는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체류 정책(Remain in Mexico policy)을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잡았다가 풀어주기(catch and release) 관행을 종료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를 침범하는 재앙적인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남부 국경에 군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했다. 5. 영토 확장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와 관련해 "미국 선박들은 심각하게 과도한 요금을 부과받고 있고 미국 해군을 포함해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을 중국에 준 것이 아니라 파나마에 준 것이며 이제 그것을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만에 대해서는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또 화성 탐사에 대해서는 "미국 우주비행사들을 화성에 보내 성조기를 꽂게 할 것"이라고 했다. 6. 다양성 정책 재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성 정책에 대해 "오늘부로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은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을 인정하는 것으로 정해질 것"이라며 "연방정부는 더 이상 젠더 이데올로기를 장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연방 기관들은 여권과 비자와 같은 정부 신분증에서 개인을 생물학적 성별로 분류할 것"이라며 "교도소, 이민자 쉼터, 성폭행 피해자 지원 센터와 같은 시설들은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구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21 10:13
사진
中 인공태양, 세계 최초 1억도 1000초 운행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이 개발 중인 인공 태양이 세계 최초로 1000초 운행에 성공했다. 중국과학원 산하 허페이(合肥) 물질과학연구원은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실험장치인 '이스트(EAST·Experimental Advanced Superconducting Tokamak)'가 20일 수행한 실험에서 1억 도 이상의 플라즈마를 1066초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사가 21일 전했다. 1억 도의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1000초 이상 운행하기는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신화사는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진은 2012년에 플라즈마의 30초 운행에 성공했고, 2016년에 60초를 달성했으며, 2017년에는 101초를, 2023년에 403초 운영을 성공시켰다. 중국과학원의 연구진은 "핵융합 장치가 최소 수천 초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만 플라즈마의 자가 순환을 실현할 수 있으며, 핵융합 발전소가 영구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이번 실험의 성공으로 인공 태양이 기초 과학의 영역에서 벗어나 현실화의 영역으로 접어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EAST 프로젝트는 초고온, 초저온, 초고진공, 초강력 자기장, 초대전류 등 200여 개 핵심 기술과 200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06년 EAST 장치가 완공된 후 21차례의 물리 실험이 진행됐고, 플라즈마 작동 횟수는 15만 회를 넘어섰다. 연구진은 "EAST를 통해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미래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핵융합 발전은 지구상에 무궁무진하게 존재하는 수소를 원료로 하며, 방사능과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우려가 없어서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태양의 에너지 생성 과정을 재현하기 때문에 '인공 태양'이라고도 불린다. 상용화까지는 20여 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학원 산하 허페이(合肥) 물질과학연구원은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실험장치인 '이스트(EAST)'가 20일 수행한 실험에서 1억도 이상의 플라즈마를 1066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의 이스트 장치 모습. [신화사=뉴스핌 특약] 조용성 특파원 = 2025.01.21 ys1744@newspim.com 중국과학원 산하 허페이(合肥) 물질과학연구원은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 실험장치인 '이스트(EAST)'가 20일 수행한 실험에서 1억도 이상의 플라즈마를 1066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에 성공하자 연구진들이 기뻐하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조용성 특파원 = 2025.01.21 ys1744@newspim.com ys1744@newspim.com 2025-01-21 10:2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