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부실· '선 넘은' 가계 부채 경제 위기론 팽배…부채 규모 줄일 '특단의 대책' 요구
서민과 영세기업 집중된 대출 규제, 제2금융권 의존 증가 '풍선효과' 우려
대형 시행사와 일부 부유층만 부동산 독식 가능 '양극화' 가능성 ↑
사회적 불평등 심화 되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 고심해야
[서울=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정부는 이달 들어 대출과 관련해 앞으로 건설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두 가지 정책을 내놨다.
정부가 지난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놓은 '부동산 PF제도 개선방안'과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가 정책 대출인 디딤돌대출의 '맞춤형 관리방안'을 발표한 게 그것이다.
이들 발표 내용이 상이해 보이지만 결국 정부의 노림수는 건설부동산시장의 자금줄을 확 조이겠다는 의도가 읽혀진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4.11.15 peterbreak22@newspim.com |
부동산 PF 제도 개선 방안에는 여러 내용이 담겨 있긴 하나 핵심은 앞으로 기업(시행사)의 PF 대출 조건을 강화한 내용이다. 시행사가 총사업비 규모의 자기 자본금 2~3%만 충족하면 나머지 토지 매입을 위한 '브리지 론'과 본 사업에 소요되는 PF 대출을 금융권으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한 현행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PF 사업을 추진하는 시행사가 자기 자본 비율의 일정 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사실상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물론 자기 자본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토지 현물 출자, 세제 혜택 및 각종 인센티브 부여 등으로 유도한다는 방안이지만 대출 규제가 핵심 내용으로 볼 수 있다.
국토부의 디딤돌 대출의 맞춤형 관리 방안은 사실상 수도권에서의 신축 주택 구매자가 디딤돌 대출을 받기 어려운 구조로 바꾸고 구축 주택에 대해서는 대출 규모 한도를 더욱 축소한 것이 이번 정책 대출 규제 내용의 핵심이다. 앞서 지난 9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과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규제에 맞물려 은행에서의 가계 대출은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이들에게 특단의 대출 규제 대책을 내린 데는 '선을 넘은' 위기론이 팽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부동산 PF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30조 원 규모다. 2022년 하반기부터 건설부동산경기 침체와 고금리 추세에 접어들면서 PF 부실이 심화되자 건설사와 금융권으로 불똥이 튀는 연쇄부도설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의 '긴급 수혈' 덕에 연명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돼 왔다.
가계 대출 역시 선을 넘은 지 오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 대출 잔액은 1780조 원에 달했다. 2021년 2월 1000조 원을 돌파한 이후 3년 4개월 만에 780조 원이 늘어난 것이다. 가계 대출의 급증 주범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꼽힌다. 매달 수조 원씩 급증하는 추세대로라면 2000조 원 돌파도 멀지 않은 시기에 닥칠 현실이 될 수 있다.
정부로서는 경제 위기의 신호탄이 되지 않도록 돈줄을 확 조이지 않을 수 없는 고육책(苦肉策)임을 이해하면서도 몇 가지 아쉬움과 우려되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단기에 그것도 갑작스럽게 돈줄을 조이니 가장 고통받는 계층은 서민과 영세기업일 수밖에 없다. 디딤돌 대출의 경우 시중 은행 창구의 갑작스러운 중단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국토부가 이번 대책에서 기존 분양 및 입주 예정자의 유예 기간을 뒀다고 하나 앞으로 서민층의 내 집 마련 꿈은 한층 멀게 느껴질 공산이 커졌다.
PF 제도 개선 대책은 영세 디벨로퍼(시행사)들에게는 당장 사업 시도조차 차단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현재 국내 디벨로퍼는 2400곳에 달하지만 이 중 95% 이상이 연 매출 100억 원 이하인 영세업체라는 점을 정부가 묵과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로 인해 '풍선효과' 부작용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은행권에서 대출이 끊긴 서민과 영세기업들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싼 제2금융권 또는 상호금융과 같은 곳을 찾아다니며 돈을 구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마구 풀린 돈을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집중 관리하지 못한 패착이 고스란히 이들의 피해로 돌아가게 됐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결국 '양극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대출에 구애를 받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는 계층과 자기 자본 비율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대형 시행사만이 부동산 PF 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독식 구조로 바뀐다는 얘기다.
온갖 대출 규제 속에서도 수십억, 아니 수백억 원에 달하는 강남권 아파트가 신고가로 매매되는 현실을 보면 이 같은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양극화는 사회적 불평등을 가속화하는 또 다른 불안요인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좀 더 정책적으로 고심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dbman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