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신세계, 계열 분리 공식화 선언...' 無상표권' 원칙 고수
신세계 상표권은 정유경에...이마트, 사명에 신세계 붙인 법인 多
사명 변경 검토 가능성도...일각에선 신세계 브랜드 상실 우려도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이마트가 신세계 브랜드 사용을 놓고 고심이 깊다.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와 결별을 공식 선언한 만큼 이마트는 신세계에 브랜드 로열티(사용료)를 지급해야 할 신세가 됐다.
브랜드 로열티가 수백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을 고려할 때 사명을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용진 신섹계그룹 회장(왼쪽), 정유경 ㈜신세계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이후 브랜드 로열티 정리 절차에도 관심이 쏠린다.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이후 '브랜드 로열티'가 이슈로 떠오른 것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계열을 분리한 이후에도 상표권 사용료를 무상제공할 경우 자칫 총수일가간 부당지원행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 이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창고형 할인점, 편의점 가맹사업 등 유통 사업은 물론,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조선호텔, 신세계건설 등 5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71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재계 순위 11위에 올라 있다.
이마트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신세계는 딸인 정유경 회장이 각각 맡고 있다. 지분 구조도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각각 이마트 지분 18.56%,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여기서 문제는 이마트가 '신세계' 브랜드를 사명으로 사용하는 법인이 많다는 점이다. 신세계 브랜드 상표권 권리는 정유경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신세계가 갖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동안 이마트와 신세계가 서로 브랜드 로열티를 받지 않는 것은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고수해온 경영원칙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명희 총괄회장이 창업 초창기 때부터 계열사간 브랜드 로열티를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 것으로 안다"면서 "모친의 이러한 경영 기조를 자식들도 이어받아 정유경 회장도 신세계 브랜드 사용료를 이마트로부터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세계 CI. [사진=신세계] |
이마트가 '신세계'를 사명으로 사용하는 법인이 많은 만큼 이마트와 신세계가 브랜드 로열티 계약을 별도로 체결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이마트가 신세계 브랜드를 사용하는 계열사는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신세계아이앤씨(I&C) 등 상장사를 포함해,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L&B, 신세계화성, 신세계야구단, 신세계동서울PFV 등이다.
지금껏 그룹 계열사로부터 별도 브랜드 로열티를 받는 대신, 경영제휴 수수료 명목으로 순매출의 2.0% 이하를 일부 계열사와 점포에서 받고 구조였다. 게다가 이마트와 신세계의 각자 법인으로 국한하고 있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신세계그룹의 브랜드 로열티 규모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실제 이명희 총괄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지난해까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계열사 2곳을 상대로만 브랜드 로열티를 받아 왔다. 수수료율은 순매출의 0.15%다.
딸인 정유경 회장이 총괄하는 신세계는 수수료 산출 방식이 이마트와는 차이를 보인다. 신세계는 별도 법인인 ㈜광주신세계,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 ㈜대전신세계 3곳으로부터 경영제휴 수수료를 받고 있다. 별도의 사용료 없이 매출액의 2.0%를 경영제휴 수수료로 포괄 지급받는 식이다.
이러한 그룹 특성상 상표권 사용료 규모도 크지 않지만, 계열 분리 이후에는 이마트가 신세계에 상당한 금액의 로열티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마트가 지난해 한 해 동안 상표권 사용료로 지급받은 금액은 총 54억3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52억원) 대비 4.5% 증가한 금액이다. 이를 고려하면 신세계가 이마트에 로열티를 청구할 시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브랜드 로열티가 매년 지급해야 하는 만큼 사명을 변경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사명 교체 시 '신세계'란 브랜드 프리미엄을 버리고 이마트로서 자생해야 하는 점은 불안요소다.
대형마트 등 유통 사업의 경우엔 실적 타격이 거의 없겠지만, 신세계 브랜드로 성장해 온 신세계건설, 신세계푸드 등은 적잖은 충격이 가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입장에서는 신세계에 브랜드 로열티 지급 혹은 사명 변경 중 선택해야 한다"면서 "이마트 산하 자회사들도 신세계그룹 계열사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 법인 명칭에 '신세계'를 붙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계열 분리 시 사명을 변경하는 것도 고려 사항 중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nr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