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이상 언더퍼폼 '마침표'
금리인하 반사이익+밸류 매력
펀드매니저 7월부터 비중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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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소위 '빅컷(big cut, 50bp 금리 인하)'으로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 섹터가 변곡점을 맞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상업용 부동산이 침체에 빠졌고, 2022년부터 지속된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부동산 시장이 홍역을 치르면서 리츠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금리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월가의 '입질'이 재개되는 모양새다.
사실 리츠에 대한 투자 심리 회복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제롬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할 때라는 말로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낸 뒤부터 두드러졌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진 후 투자은행(IB) 업계가 하루만에 총 39개 리츠에 대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해 눈길을 끌었다.
업계에 따르면 리츠 섹터는 지난 2년 6개월 가량 뉴욕증시 전반에 언더퍼폼했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특정 부동산 자산에 집중 투자하는 종목이 모멘텀을 얻었을 뿐 대표적인 주택 리츠인 리얼티 인컴(O)이 2024년 초 이후 7% 이내로 오르는 데 그치는 등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했다.
헬스케어 섹터를 겨냥하는 애시포드 호스피텔리티 트러스트(AHT)가 연초 이후 53% 폭락했고,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오피스 프로퍼티스 인컴(OPI)가 71% 내리 꽂히는 등 일부 종목은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했다.
미국 부동산 섹터 등락 [자료=그린 스트리트] |
맥쿼리에 따르면 2022~2023년 사이 미국의 금리 인상이 40년래 가장 큰 폭으로 강행됐고, 이로 인해 미국 부동산 섹터가 2022년 3월 고점에서 2023년 10월 사이 44.6% 폭락했다.
헤이즐뷰 인베스트먼트는 보고서를 내고 리츠 섹터의 비중 확대를 강력 추천했다. 지난 수 년간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매력이 두드러지는 데다 추세적인 금리 인하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의견이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사진=블룸버그] |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과격한 금리 인하를 추진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월가에서 유일하게 9월 50bp(1bp=0.01%포인트) 금리 인하를 예상했던 마이클 페롤리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또 한 차례 '빅컷'을 전망하고 있다.
고용시장이 급속하게 둔화될 경우 연준이 11월에도 50bp 금리 인하를 강행할 여지가 높다고 그는 강조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역시 보고서를 내고 11월 50bp 금리 인하를 예상했고, 씨티그룹도 미국의 침체 리스크를 언급하며 금리인하 사이클이 가속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블룸버그는 채권 트레이더들이 컨퍼런스 보드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를 확인한 뒤 빅컷에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9월 지수는 98.7을 기록해 8월 105.6에서 가파르게 떨어졌다. 이번 낙폭은 2021년 8월 이후 최대치에 해당한다.
반면 부동산 시장은 연준의 빅컷에 반응하며 훈풍을 내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가협회(MBA)에 따르면 9월20일 기준 모기지 신청 건수가 전주 대비 11% 급증하며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존 대출을 다른 대출로 갈아타는 이른바 리파이낸스(refinance) 역시 전주 대비 20%, 전년 동기 대비 175% 늘어났다. 모기지 금리가 하락한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MBA의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최근까지 8주 연속 하락하며 6.13%까지 내렸다. 이와 별도로 미국 연방주택국(FHA)에서 보증하는 모기지론의 금리는 5.99%를 기록, 심리적 저항선인 6% 아래로 떨어졌다.
헤이즐뷰 인베스트먼트는 이번 보고서에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라며 "리츠 업계가 마침내 변곡점을 맞았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연준의 이른바 피벗(pivot, 정책 전환)에 따른 고수익률 기회를 찾는 투자자들에게 리츠가 한 가지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뿐 아니라 영국과 유로존, 스위스, 중국까지 주요국 전반에 걸쳐 금리 인하 및 통화완화 정책 기조가 확산되는 데다 거시경제 여건이 리츠를 포함해 금리에 민감한 섹터에 유리하다고 헤이즐뷰 인베스트먼트는 강조한다.
밸류에이션 저평가가 두드러지는 동시에 수요 상승으로 임대료 수입의 증가가 기대되는 부동산 섹터의 리츠가 특히 수익성 및 주가 호조를 나타낼 전망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자산의 공급이 제한되면서 가격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앞으로 수 년간 리츠 섹터의 주가 전망을 낙관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월가는 강조한다.
맥쿼리는 보고서를 내고 "리츠 섹터의 투자 매력이 과소평가 받는 상황"이라며 "헬스케어와 산업 부문까지 포함해 강한 반등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를 때 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금리가 내릴 때 자산 가치가 상승하는데 리츠가 특히 이 같은 움직임을 뚜렷하게 보인다고 맥쿼리는 설명한다.
리츠의 비즈니스 특성 상 대차대조표 상 부채 규모가 크고, 따라서 자금 조달 비용이 하락할 때 이익률이 향상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얘기다.
맥쿼리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 상장 리츠는 순자산가치에 11% 할인된 주가에 거래되고 있다. S&P500 지수에 비해서는 0.6배의 밸류에이션을 나타내는 상황.
월가의 큰손들은 이미 리츠의 편입 비중을 확대하고 나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은 이미 7월부터 연준의 피벗을 겨냥, 포트폴리오의 리츠 비중을 대폭 확대했다.
리츠 비중이 여전히 역사적 평균치를 밑도는 만큼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월가는 예상한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