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이 폭발하게 해주세요!"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 몰라, 기적>에 나오는 어린 주인공이 비는 소원이다. 아이는 화산이 폭발하면 별거 중인 부모가 어쩔 수 없이 살림을 합쳐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는 신칸센 열차 두 대가 서로 엇갈려 길을 달리는 걸 본 순간,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말을 듣고 이를 보기 위한 여정을 계획한다. 어른들은 터무니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슬쩍 속아 넘어가며 아이를 돕는다.
조승진 사회부 기자 |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대생들은 벌써 몇 개월째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1학기 수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2학기 수업도 진행이 불투명하다. 의대생 10명 중 9명 이상이 2학기 수업을 등록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학부모들도 가세해 '2학기 등록금을 내지 않겠다'고 강한 목소리를 낸다. 전체 본과 4학년 학생 100명 중 96명 정도는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겠다고도 밝혔다. 의대생들의 강경 대응에 당장 내년 전공의 역할에도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7월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의대생들을 위한 '복귀 회유책'을 내놨다. 의대생들의 유급을 유예하고, 제적 처리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주요 내용이다. 대학 등록금도 이례적으로 내년 2월 말까지 내도록 했다. 국립대 의대들 대부분은 1학기 성적 처리도 내년으로 미뤘다. 하지만, 이 대책이 발표된 뒤 각 대학 관계자는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놨다. 별다른 제재가 없어 오히려 아쉬운 것 없는 의대생들이 복귀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의대생들은 교육부 대책이 발표된 뒤 학교에 복귀하지 않았다.
앞서 기적을 믿는 어린아이를 말한 것은 아이가 보인 태도가 지금 정부가 보이는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의대생 복귀를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은 학생들이 돌아오기만을 바랄 때"라고 답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최근 기자들과 만남에서 "의대생들이 강의실로 돌아오도록 설득하기 위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대책을 내놓고 한 달이 넘도록 변화가 없는데, 교육부는 의대생들이 어물쩍 학교에 복귀하는 기적을 바라는 것인가?
일부 대학에서는 의대생들의 복귀를 위해 정부가 강경책을 써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의대생들의 요구에 끌려다니기만 해서는 의대생 복귀는커녕 의료 공백 사태를 막기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더해 또 다른 회유책을 제시하기도 어렵지 않겠냐고도 했다. 유화책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다른 대안을 내놔야 한다. 의대생 복귀는 기적이 아닌 대책에 따른 결과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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