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한국 복싱에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안긴 임애지(25·화순군청)에게 승리 소감을 묻자 처음 나온 말이 "사실은 상대가 너무 무서웠어요"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임애지는 1일(현지시간) 복싱 여자 54㎏급 8강전에서 예니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에게 3-2로 판정승했다. 올림픽 복싱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아 준결승에만 오르면 동메달을 확보한다.

경기후 오륜기 모양의 안경을 쓰고 나타난 임애지는 "제가 우리나라 복싱 발전에 도움이 된 것 같아 정말 행복하다"며 밝게 웃었다.
아웃복서 임애지는 인파이터 카스타네다와 메달권 진입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링에 오를 때부터 결연한 표정을 보였던 카스타네다는 1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임애지를 향해 돌격했다.
임애지는 "상대가 파워풀한 선수다. 전략을 많이 세웠는데, 내가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성공적으로 상대 공격을 흘려보내) 엇박자가 나오는 게 정말 즐겁다. 그럴 때는 내 페이스대로 경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임애지는 이날 승리로 한국 여자 복싱 선수로는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제가 여자 복싱 최초로 유스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땄었다. 그때 최초라는 말을 들어서 무척 뜻깊었다. 이번에도 여자 최초 타이틀이 더 뜻깊다"고 뿌듯해 했다.
임애지는 도쿄 올림픽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모두 첫판에서 탈락했다. 당시를 돌아보며 "선생님이 도쿄 대회 끝나고 '파리 올림픽 3년 남았다'고 하셔서 그 말에 힘이 쭉 빠졌다. 지난 3년 동안 어떻게 했나 싶다"고 감회에 젖었다. 이어 "도쿄 때는 대학생, 항저우에서는 (실업팀에 들어가서) 직장인이었다. 직장인이라고 생각하며 버텼다"고 말해 주변 사람들을 미소짓게 했다.
임애지는 "선생님들이 (8강 경기를 앞두고) 한 번만 이기면 메달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저는 세 번 이길 거예요'라고 말했다. 결승까지 걸 거예요"라고 당차게 말했다. 임애지는 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 11시 34분 하티세 아크바시(튀르키예)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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