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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이제는 정치혁신'] 한국은행, 민주주의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기사입력 : 2024년07월20일 06:00

최종수정 : 2024년07월22일 08:23

물가가 오르면 정부는 무엇을 하느냐고 국민들은 원성이지만, 사실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 가장 깊은 고민에 빠지는 곳은 다름 아닌 중앙은행이다. 과일 값이 오를 때 정부는 수입이나 대체과일, 정부지원 등 재정과 무역을 통해 물가를 잡으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고 푸는 것은 중앙은행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바라보는 경제상황에 대한 견해가 같거나 비슷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정반대의 입장일 때는 불편한 관계가 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코로나 때와 같이 국민지원금이나 자영업자 지원 등으로 막대한 자금을 풀어 소비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할 때,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면서 풀린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갑자기 올린다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둘의 관계는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자동차의 치킨게임처럼 비쳐지게 된다. 왜냐하면 정부가 지원한 생활비 지원자금은 외식, 국내여행, 쇼핑 등의 소비 활동진작에 쓰이지 못하고 가계부채의 높아진 이자비용만큼 은행으로 들어가게 되어 정책효과를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정부는 중앙은행장 해임을 고려할 수 있을까? 또한 중앙은행은 정부와 대척점을 이루며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서라도 화폐조절을 통한 자신만의 정책기조를 고수해야 할까? 중앙은행이 정부의 정책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고 엇박자가 되면 정부는 처음부터 고분고분하게 자신들의 말을 따를 수 있는 총재를 뽑아 애초부터 문제를 제거하려고 하지 않을까?

이 같은 가상적 상황은 결국 중앙은행이라는 국가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이라는 민주주의 문제로 귀착된다.

중앙은행이라는 제도는 언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중앙은행 고유의 역할은 무엇이며,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적 관계를 어떻게 보장되고 있을까? 각국의 독립성을 측정해 볼 수 있는 국제적 지표는 있을까.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수준일가?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출처=블룸버그통신]

세계 제1위 권력자, 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

4명의 미국 대통령을 보좌하고 빌 클린턴 정부에서는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던 로버트 리치(Robert B. Reich) 교수는 세계 최고의 권력자는 미 대통령이 아닌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이라고 그의 자서전에서 적고 있다. 정치 베테랑이었던 리치가 주목한 그린스펀은 1987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후 2016년 직위에서 물러나기까지 조지 부시, 빌 클린턴 그리고 조지 W. 부시까지 4명의 대통령의 대통령과 함께 미 연방은행을 이끌어 온 수장이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사건은 바로 검은 월요일(Black Monday) 패닉사태다. 1987년 10월 19일 월요일 발생한 주가폭락사건은 1929년 발생한 두 번의 월스트리트 대폭락 수치보다 훨씬 파괴적이었다. 홍콩에서 시작해서 유럽으로 이어진 폭락사태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까지 이르러 다우존스 지수가 22.61% 하락해 세계경제를 패닉상태로 몰아넣었을 때 그린스펀이 신속하게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대폭 증가시킴으로써 경제위기는 가까스로 수습되었다. 주가대폭락을 신속하게 대처한 그린스펀은 세계적 주목을 단숨에 받으며 스타덤에 뛰어올랐다.

그의 뒤를 이은 벤 버냉키(Ben Bernanke), 재닛 엘렌(Janet Yellen), 제롬 파월(Jerome Powel)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그린스펀 만큼 인지도는 없어도 세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자국의 중앙은행장 이름은 생소해도 미국 연준위의장의 이름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이러니다.

중앙은행의 역사

1401년에 설립된 바르셀로나 은행(Taula de canvi de Barcelona)은 지방 공립 은행의 첫 번째 사례다. 1407년 이를 모방해 제노바 공화국의 세인트 조지 은행(Bank of Saint George)이 설립되었고, 베니스에도 지로은행(Banco del Giro)이 설립되었다. 1609년 암스테르담 은행과 1619년 함부르크 은행이 차례로 설립되었다. 이 은행들은 국제 무역의 효율성을 높이고 통화 안정성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며 지방 공공 은행으로 활동하며 중앙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했다.

국가가 소유한 중앙은행은 1688년 스웨덴 신분의회가 소유한 국가은행(Riksens Ständers Bank)이 세계최초다. 안정적인 화폐보유를 통해 전쟁을 치를 수 있는 군대조직과 무기제작 등을 위해 설립되었기 때문에 국왕의 통치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 때는 스웨덴이 30년전쟁의 승전국으로서 유럽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1899년 릭스방크법에 따라 스웨덴 릭스방크로 이름을 바꾸며 1931년부터 1975년까지 금본위제를 택해 국가가 보유한 금의 가치만큼만 지폐를 만들어 시중에 유통시켰다.

영란은행.[사진=로이터 뉴스핌] 2023.11.02 mj72284@newspim.com

스웨덴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1694년 설립된 영란은행은 주식회사형태의 특허회사로 출발했다. 1690년 프랑스 해군과의 전투에서 대패하면서 해군육성이 시급했던 영국은 런던정부의 낮은 국제신용과 자금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란은행법(The Bank of England Act)에 따라 은행을 설립했다. 골자는 런던과 웨스트민스터의 자본가들이 개인 최대 £10,000 투자를 유도해 함대를 건조할 수 있는 150만 파운드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즉 대주주들이 참여해 만든 주식회사와 같은 형태를 띤 은행으로 이 같은 형태는 1946년까지 유지되었다.

영란은행은 주주들이 소유한 주식회사 형태에서 국가가 국유화해 중앙은행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세계중앙은행 형성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첫 번째 계기는 월터 베이지호트(Walter Bagehot)가 쓴 '롬바르드가(街) (Lombard street: A Description of the Money Market, 1874)'에서 국가소유의 중앙은행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롬바르드 거리에서 활동했던 오버랜드 거니 은행(Overend, Gurney and Company)이 은행이 유동성 위기가 왔을 때 영란은행에 지불보증을 해 주지 않아 생긴 파산문제는 국가 중앙은행의 공공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주식회사였던 영란은행의 주주들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우량은행의 일시적 자금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중앙은행의 존재는 국가경제에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다.

두 번째 영란은행의 위상에 영향을 끼쳤던 문서는 맥밀란 보고서(Macmillan Report, 1931)다. 맥밀란 위원회는 뉴욕 주식의 폭락사태에 따라 얼어붙은 영국의 금융시장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이 위원회에는 존 메이나드 케인즈(John Meynard Keynes)도 조사위원으로 참가해 함께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 위원회의 권고사항은 바로 영란은행의 국유화였다. 중앙은행의 개입 없이 국내 금융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보고서의 내용에 따라 1946년 국가가 소유하는 중앙은행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 번째 문서는 라드클립 보고서 (Radcliffe Report, 1959)다. 2차대전 이후 전후 복구를 위해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것보다 정부가 직접 개입해 영란은행을 지휘하고 통화정책과 경기관련 정책에 있어 정부가 우선권을 가지고 주도해야 한다는 권고안이 강력하게 제시되어 논란이 되었다. 중앙은행은 정부의 지휘와 감독 하에 운영되어야 한다는 권고안이었다. 2차대전 이후의 산업재건, 국가인프라건설, 그리고 주택건설 등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을 관리하고 마셜플랜으로 미국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야 했던 정부의 역할에 힘을 실어준 보고서였지만, 이후 영국에서는 영란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요구가 봇물을 이루며 중앙은행의 고유권한과 독립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했다.

루이 14세 사후 존 로(John Law)가 설립한 일반민간은행(Banque Générale - Banque Générale Privée)은 1716년 5월 20년 인가를 받은 주식회사였다. 침체된 프랑스 경제를 활성화하고,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을 비롯한 루이 14세의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국가 부채를 청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지만 중앙정부의 소유는 아니었다. 1800년 나폴레옹의 주도로 프랑스은행 (Banque de France)이 처음으로 설립되어 중앙은행으로서의 기능을 갖기 시작했다.

중앙은행의 역사 속에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는 유럽의 중앙은행들보다 한참 늦은 1913년에야 설립되었다. 은행들은 평상시 예금자로부터 예치된 자금의 대부분을 투자에 쓰기 때문에 예금자들이 예치한 은행의 지불능력에 의구심을 갖고 일시에 현금을 찾으려고 할 때 발생하는 예금인출에 속수무책이 된다. 1930년대에 발생했던 대공황을 거치면서 위기상황에서 발생하는 뱅크런(Bankrun)에 대비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에서 '부분 지급준비금제도'가 갖춰졌다. 또한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통화량을 재량껏 조절할 수 있게 하는 탄력적 통화정책을 통해 통화량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역할도 포함되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달러 발행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국가 소유의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상업은행들(privately-owned commercial banks)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현재 미국 정부는 민간 기업인 연방준비제도로부터 대가를 지불하고 달러를 빌려오는 식으로 화폐를 조달하고 있는 형태다.

1971년 닉슨의 달러정책, 세계 중앙은행 화폐정책의 대변혁

2차대전이 끝나갈 무렵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체결한 조약은 본격적으로 1958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다. 경쟁적 평가절하를 막아 세계 경제성장을 촉진하며 마셜플랜 하에 경제복구를 추진 중이었던 유럽과 일본은 미국산 제품을 수입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화폐는 자연스럽게 달러에 고정되었다. 금1온스 당 35달러의 고정환율로 자국의 화폐를 바꿀 수 있었다. 세계 금의 70%를 보유하고 있던 미국은 세계경제를 이끄는 단일 마차였기 때문에 브레튼우즈 체제는 잘 작동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1970년에 이르자 서독과 일본,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의 경제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미국이 세계경제생산에 차지하는 비율은 27%까지 수직낙하했다. 베트남전쟁으로 늘어난 국가채무, 국제수지의 적자악화, 통화팽창 등의 결과가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1971년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5.84%, 그리고 8월 기준 실업률은 6.1%까지 치솟았다.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은 급히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 재무장관, 재무부 국제담당재무 국장 핵심인물을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에 불러 비밀회합을 가졌다. 결국 달러와 금 사이의 태환제도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임금과 가격을 한시적으로 90일 동안 동결하고,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책정했으며, 이를 8월 15일 일요일 바로 발표했다.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은 임금과 가격을 통제한 것이다. 이를 역사는 1971년의 닉슨쇼크(Nixon shock)이라 부른다.

처음에는 국내외적으로 성공하는 듯했다. 8월 15일 발표한 다음 날인 월요일 다우존스는 일일 사상 최대 상승폭으로 올랐고, 뉴욕타임스도 긍정적 사설을 실었다. 1971년 12월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후속 조치도 이끌어 냈다. 독일의 마르크화, 일본의 엔화 등 각국 통화의 미국 달러화에 대한 평가 절상이 이루어졌다. 이를 스미소니언 협정(Smithsonian agreements)이라 한다.

1973년에는 3월에는 고정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바꿔 무역수지에 따라 환율이 자동조절되는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모든 것이 미국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변동환율제는 라인강의 기적과 한국전쟁의 특수로 경제의 붐이 일고 있던 독일과 일본의 마르크와 엔화의 가치를 가파르게 상승하게 했지만, 달러화의 가치는 계속 줄어들어 두 화폐 대비 2분의 1의 가치로 계속 떨어졌다. 달러 가치의 지속적 폭락, 세경경제 2위와 3위 화폐의 가치상승은 스미소니언 합의도 폐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이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바로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다. 1985년 9월 미국, 일본, 서독, 영국, 프랑스 재무장관들이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여 합의한 환율조정에 따라 달러 대 엔환율을 1달러에 250엔에서 120엔으로 대폭 조정하여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낮추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결국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긴터널이 시작된 것이 바로 플라자 합의라 할 수 있다. 잘 나가던 일본경제가 이 기점으로 경쟁력을 서서히 상실하면서 버블이 꺼져가지 시작했다. 플라자 합의 이후 반사이익을 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1986년부터 3년 연속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2% 이상을 기록했을 정도였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자료=한국은행]

중앙은행 독립성, 정치학 연구의 영역으로 들어오다

중앙은행의 위상이 정치학 연구의 한 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온전히 리파르트(Arend Lijphart) 교수의 덕이다. 그의 저서 민주주의의 형태(Patterns of Democracy, 1999/2012)에서 중앙은행의 정부로부터의 독립정도는 민주주의의 작동방식과 매우 연관이 높다고 주장한다. 리파르트 교수는 세 가지의 변수에 주목하라고 주문한다. 첫째, 연방주의와 지방자치 수준이 높을수록 독립성은 올라가고, 단방형 중앙집권국가에서는 독립성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이 모델에 따르면 독일, 스위스, 미국,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들 국가들의 1945-94년 사이 중앙은행 독립성 지수는 상위그룹에 속해 이 상관성은 0.6 정도에 이른다. 둘째, 노사 간의 협조체제가 공고한 국가일수록 독립성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노사 간의 공조체제가 안정적으로 작동되면 국가가 경기부양이나 실업률 통제를 위해 중앙은행이 덜 개입할 것이라는 가설이다. 하지만 상관관계는 0.10으로 매우 낮아 신빙성은 떨어진다. 셋째는, 비례대표제로 권력이 공유되어 있는 국가일수록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가설이다. 두 번째 논리와 마찬가지로 권력이 분산되어 중앙은행에 압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설이다. 하지만 이 모델은 0.06의 상관관계를 보여 거의 신빙성은 낮은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단방제, 중앙집권제, 다수대표제를 적용하고 있는 국가로 대체로 위 3가지의 가설이 맞아 떨어진다. 1945-94년 사이 평균 0.27에 머물고, 1945-2010년까지의 평균도 0.36, 그리고 1995-2010년 기간 동안은 0.41로 대체로 최하위권에 있어 3개의 가설이 모두 해당되는 국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과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의 중앙은행 독립성 정도가 우리나라보다 낮게 나오기 때문에 전혀 설명력이 떨어진다. 위 세 나라는 단방제는 모두 동일하지만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고, 권력분산형 모델이라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이 많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결정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 

미국과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독립적 위상을 훼손시킨 사례들

사례 1. 존슨 대통령과 윌리엄 마틴 위원장과의 갈등

미국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는 이미 1951년과 1970년 사이 의장이었던 윌리엄 마틴(William McChesney Martin Jr.)과 존슨(Lyndon B. Johnson) 대통령과의 갈등은 더 극적이다.

1965년 12월 5일의 존슨 대통령이 "위대한 사회"를 실천하기 위한 국내 프로그램 확대, 1964년 제정된 세금 감면,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 대한 지출 증가 등의 재정 부양책을 들고 나왔을 때, 연준의장이었던 마틴 주니어(William McChesney Martin Jr.)는 경제가 과열되는 조짐이 있다고 보고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은 금리 인상이 경제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분노하며 연준의장과 경제 관료들을 텍사스 목장으로 불러 모았다. 그날 모임에서 존슨 대통령은 담낭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상태에서도 격정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연준의장도 단호했다.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제가 옳고 대통령이 틀린다는 것은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방준비제도법이 금리에 대한 책임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부여했다는 매우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결정이 최종적이어야 하는 몇 안 되는 경우 중 하나입니다." (리치몬드 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1965: The Year the Fed and LBJ Clashed. https://www.richmondfed.org/publications/research/econ_focus/2016/q3-4/federal_reserve)

결국 존슨 대통령은 그의 뜻에 따라야 했다.

사례 2. 트럼프 대통령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위원장 길들이기

2018년 12월 10일자 워싱턴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 임명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을 향해 일련의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은행을 '미쳤다'고 표현하며 '중국보다 훨씬 더 큰 문제'라고 파월의장을 길들이려 했다는 것이다. 또 기사에서 '제롬 파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봅시다'라며 강제퇴임 조치까지 시사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꺼내며 압력을 가했다. (2018. 12. 10. 워싱턴 저널).

미국 민주주의의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례 3. 박근혜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와의 밀월관계

부동산 규제 및 대출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시절 정부 정책에 지나치게 순응하면서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되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된 적이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금리가 2.5%에서 1.25%로 내려 가계대출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이를 따져 물었다. 2017년 10월 한국은행 국정감사장에서 당시 한 의원과 한국은행 총재와의 질의답변이다. "취임 당시 2.5%였던 기준금리가 1.25%로 반 토막이 됐다. 소신을 못 지킨 게 이해가 안 된다". 질의에 대해 총재는 "5차례에 걸친 금리인하는 경기흐름의 모멘텀을 살리는 데에 기여한 것이다. 통화정책은 그야말로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율적, 중립적으로 결정되고 있다".

경제부총리와의 압력에 의한 결정인지, 자율적이며 독립적 판단인지 의문이 남는다.

사례 4. 문재인 정부시절 경제부총리의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압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19년 7월18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낮췄다. 2018년 11월 기준금리를 올렸다가 8개월 만에 돌려놓았다. 시장에서는 같은 해 7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8월경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당시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며 정책공조 필요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여러 차례 한국은행에 간접적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이 말의 신빙성을 의심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경제부총리는 2019년 5월 기자간담회, 7월 4일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변화한 경제여건을 감안해 금통위가 합리적이고 적절한 판단을 할 것", "국제적으로는 전체적으로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같이 하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가 고려된다" 등의 발언으로 한국은행의 7월 금통위를 앞둔 시점에서 지속적으로 압력 시그널을 보냈다.

이런 발언들을 두고 경제부총리의 지속적 압력이 금융정책에 영향을 미쳐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연 3.50%인 기준금리를 12차례 연속 동결했다. 2024.07.11 photo@newspim.com

한국은행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면

우리나라의 국제적 평가는 냉정하다. 리파르트 교수가 제시한 국제비교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우리나라의 한국은행 독립지수는 하위권에 속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한국은행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정부의 압력과 무관하게 완전히 정부의 의지와 단절될 수는 없다.

미국의 제롬 파월이 트럼프가 보란 듯 정부가 압력을 가하는 것과 반대로 금리인하를 끝까지 거부하고 반기를 들었던 사례나, 존슨 대통령의 엄포에도 당당하게 맞선 마틴 주니어의 한마디가 강하게 와 닿는다.

"나는 연방준비제도법이 금리에 대한 책임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부여했다는 매우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결정이 최종적이어야 합니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의 눈치보지 말고, 당당하게 통화안정과 물가안정, 그리고 경제성장의 큰 틀에서 자율적 결정의 잣대를 확실히 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는 한국은행이 되어 한국이 국제비교에서 당당히 세계 최고수준으로 소개되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길 바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연혁 교수. 2024.01.15 mironj19@newspim.com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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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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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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