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유업계, 원유가 협상 기한 한 달 연장...올해도 길어지나
3000원 돌파한 국산 우유...2000원대 수입산 멸균우유 찾는 소비자들
유통가도 수입산·PB강화...위기감 짙어진 유업계, 활로찾기 고심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올해 우유 원유 가격을 둘러싼 낙농가와 유업계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수입 멸균우유를 찾는 소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고물가로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국산 우유 대신 비교적 저렴한 수입산 우유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국산 우유의 위기감이 깊어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는 올해 우유 원유 가격 협상 마감기한을 지난달 말에서 이달 말로 한 달 간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 달 11일 협상을 시작해 다섯 차례 가량 논의를 진행한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영향이다. 통상 6월 협상에서 우유 원유 가격이 결정되면 8월부터 적용된다. 다만 올해도 협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과 2022년에도 6월 협상을 개시했지만 각각 10월, 11월에야 최종 원유 가격이 결정됐다.
올해 원유 가격은 농가 생산비와 음용유 사용량 등을 반영해 1L당 최대 26원 전후에서 협상이 진행된다. 낙농가는 생산비 증가를 들어 최대 폭인 26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유업계는 소비 감소 추세 등 내세워 줄다리기를 진행 중이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사진=뉴스핌DB] |
앞서 지난해에는 음용유 기준 가격이 L당 88원이 인상되며 흰우유 1L 평균가격이 3000원을 돌파한 바 있다. 올해 최대 폭인 26원이 인상될 경우 현재 L당 1084원인 음용유 가격은 1110원이 된다.
문제는 지난해 국산 흰 우유 가격이 L당 3000원선을 넘기면서 수입 멸균우유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3만7361t으로 전년 대비 약 20% 신장했다. 이는 3년 전과 비교하면 227.4%나 급증한 수치다.
유통업계에서도 수입산 멸균우유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수입 멸균우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산 흰 우유 매출은 전년 대비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현재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수입멸균우유는 총 9종으로 이중 대표제품인 갓밀크(폴란드산) 1L 가격은 1900원으로 일반 흰우유 대비 36%가량 저렴하다. 홈플러스의 올 상반기 수입 멸균우유 매출액도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일반 흰우유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편의점업계도 수입 멸균우유 카테고리를 확대 중이다. CU는 지난 1월 폴란드산 믈레코비타 멸균 우유 2종을 2000원 초반대에 출시한 데 이어 이달부터 독일 올덴버거의 멸균우유 2종을 추가로 선보인다. 지난해 7월 믈레코비타 우유1L(2100원) 등 수입 멸균우유를 본격적으로 판매한 GS25에서도 올해 5~6월 수입 멸균우유 판매량이 지난해 7~8월 대비 176.1% 신장했다.
독일 올덴버거 멸균우유 [사진=BGF리테일] |
여기에 오는 2026년이면 FTA 협약에 따라 미국, 유럽산 유제품의 관세가 철폐, 완전 개방된다. 수입산 우유 가격 경쟁력이 더 커지는 셈이다. 국산 우유를 판매하는 유업계의 위기감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흰우유 비중이 가장 높은 서울우유협동조합은 'A2우유 전면 전환'으로 활로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A2우유는 A2단백질을 가진 젖소에서 얻은 우유로 일반 우유 대비 소화력이 높다. 서울우유는 2030년까지 A2원유 비율을 100%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말까지 1900t의 원유 중 3%인 50t을 A2우유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등 유업체들은 유단백을 활용한 단백질 보조제, 식물성 음료 등 우유 외 카테고리를 늘리고 있다. 판매량이 저조한 흰 우유와 분유 등 유제품 비중을 줄이고 신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매일유업의 경우 사명에서 '유업'을 떼는 것까지 고민할 정도로 사업다각화를 고심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 우유 1L에 3000원을 넘기면서 가성비 제품으로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며 "수입산 멸균우유뿐만 아니라 2000원대 중후반인 PB우유 매출도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