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B 선정 국제 최고경영자, 아시아 금융인 최초로 수상
인사이트펀드 부진 극복하고 M&A·ETF·글로벌로 성장
미래에셋그룹, 아시아 최고 금융사에서 세계수준 인정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아시아 최고의 금융회사로 성장한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글로벌 전략 책임자)의 투자실력은 정말로 뛰어날까? 이에 대해서는 평가가 크게 갈린다. 누군가는 천재적인 투자자로 기억하지만 또 누군가는 실제 실력보다 과대평가 돼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박현주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한국 금융 역사를 다 살펴봐도 더 뛰어난 인물은 없다. 그 이전까지 한국 금융 쪽에서 뛰어나다고 평가받던 경영자들은 국가대표 축구 경기로 비유하면 다 국내용 선수들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해 세계 정상권 선수들과 경쟁하는 한국의 대표선수처럼 글로벌 시장을 최초로 개척하고 금융자산을 키워 낸 박현주 회장과 수준을 논할 CEO가 없다. 또한 박 회장은 금융을 넘어 한국 기업 역사 전체를 통틀어도 적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평가도 탑 수준이다. 국제경영학회(AIB)는 2024년 최고 경영자상 수상자로 박현주 회장을 선정했다. 이는 아시아 금융인으로는 최초다. 한국인 중에서는 1995년의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수상 이후 두번째다.
AIB가 1982년부터 수여하고 있는 '올해의 국제 최고경영자상'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경영인이 수상하는 상 중 최고 권위의 상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가 박현주 회장의 경영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제경영학회(AIB)로부터 아시아 금융인 최초로 '올해의 국제최고경영자상'을 수상 위해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글로벌 진출 20년 만에 글로벌 사업을 1000억달러 규모(고객자산 기준)로 키웠으며 박 회장은 그룹의 글로벌 전략가(Global Strategy Officer)를 맡아 해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국제경영 분야 관련 연구와 교육, 정책 수립을 비롯해 국가간 학술교류와 세미나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경영학회(AIB)는 지난 1959년 미국 미시간에서 설립됐으며 현재 세계 90여개국에서 34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2024.07.03 yym58@newspim.com |
◆ 미래에셋그룹의 '차이나펀드'와 '인사이트펀드'
하지만 투자실력과 경영실력은 엄연히 다르다. 또 미래에셋 투자상품의 성과가 곧 박현주 회장의 수익률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미래에셋그룹의 투자실력이 박현주 회장의 이미지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다.
미래에셋그룹은 1997년 창립 이후 약 30여 년의 세월 동안 크고 작은 위기가 있어 왔다. 그 중 금융소비자들에게 가장 부정적으로 각인된 사건은 뭘까? 바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미래에셋 '차이나펀드'와 '인사이트펀드'의 몰락이다.
특히 인사이트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이 최상이었던 2007년에 설정된 블라인드 펀드라 더 충격이 컸다. 이 펀드는 약관에 투자 대상과 범위를 사실상 정해놓지 않았다. 따라서 투자 지역과 투자 대상을 운용사측에서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다. 이론적으로는 100% 중국주식이나 100% 인도주식 투자도 가능하다.
미래에셋이 가장 자신감 넘치던 시기인 2007년에 출시된 인사이트 펀드는 오픈 초기에 무려 4조원 이상이 몰렸다. 하지만 1년 뒤인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최대 손실률이 -60%로 추락했다. 이와 함께 미래에셋 펀드는 반드시 수익을 내 준다는 믿음도 사라졌다.
이 당시 미래에셋의 '차이나펀드'와 '인사이트펀드' 투자자 중 손실을 보고 펀드를 환매했던 고객들은 지금도 미래에셋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박 회장은 당시 "100년만에 온 투자기회"라며 힘들어하는 투자자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본인 역시 밤에 잠을 설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역사는 미래에셋그룹과 박현주 회장의 성장통이었다. 만약 여기서 미래에셋그룹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멈춰섰다면 지금의 미래에셋 신화는 존재할 수 없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교훈 삼아 박 회장과 미래에셋그룹은 체질개선에 나섰다.
금융에서 돈을 버는 건 결국 철저한 확률게임이다. 동일한 금액으로 10개의 투자대상에 분산했을 때 6개 이상을 맞추면 돈을 번다. 반대로 6개 이상을 틀리면 돈을 잃게 된다.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그룹은 2008년 이후 10개의 투자 중 6개 이상을 맞췄을까? 아니면 6개 이상을 틀렸을까?
미래에셋그룹의 투자는 10개 중에 최소 6~8개 이상을 계속해서 맞춰왔다. 그럼에도 1~2개씩은 계속해서 틀려왔다. 이런 패턴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금융회사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확률상 이기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미래에셋은 앞으로도 계속 6~8개 이상을 적중시키며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박현주 회장은 창조적 파괴를 선호한다. 미래에셋그룹의 연혁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건은 다 한국 금융사에 획을 긋는 대 사건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창조적 파괴의 결정적인 순간을 8개만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지난 1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Horizons ETFs 운용자산 300억 캐나다달러 돌파' 기념 행사에서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 Horizons ETFs CEO인 Rohit Mehta(로히트 메타), 임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2024.03.07 yunyun@newspim.com |
◆ 결정적 순간① 한국 최초 뮤츄얼펀드 박현주 1호 출시 (1998년12월)
박현주 회장은 1998년에 본인의 이름을 건 한국 최초의 뮤츄얼펀드인 '박현주 1호' 펀드를 출시했다. 이때부터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문화를 미래에셋이 주도해 왔다. 이는 오롯이 박현주 회장의 공이다.
◆ 결정적 순간② 한국 최초 해외 운용 법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설립 (2003년12월)
미래에셋은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2003년에 한국 최초로 해외에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을 설립했다. 이 당시까지 한국의 그 어떤 금융사도 해외에 진출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박 회장은 해외투자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이를 추진했다. 이때부터 한국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외에 해외펀드를 통해 해외에도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이후 중국, 싱가포르, 인도, 브라질, 미국, 호주 캐나다 등 다양한 해외지역에 진출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08년에 1호 펀드를 시작으로 성장해 온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은 현재 인도 내 유일한 독립 외국자본 운용사다. 포스트 차이나로 평가받는 인도시장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은 최근 30조원을 넘겼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시장이다.
◆ 결정적 순간③ 퇴직연금 사업 확장 (2005년~ 계속)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규모는 현재 25조원을 돌파했다. 규모 면에서 절대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던 은행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이 급성장한 이유 역시 박현주 회장의 선구안이다. 박 회장은 한국이 결국 미국과 유사하게 퇴직연금 시장이 크게 성장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한국의 퇴직연금 도입 초기였던 2005년말부터 적자를 감수하고 선제적으로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미래에셋은 실적배당 구조인 DC형 상품에 큰 공을 들여왔다.
초기에는 원금손실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성장하는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 ETF를 퇴직연금에 편입시켜 쏠쏠히 재미를 보고 있는 금융 소비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 결정적 순간④ 한국 최초 중국 본토 빌딩 투자 '미래에셋상하이타워' (2006년5월)
미래에셋의 첫 해외 부동산 투자는 중국 상하이의 핵심 지역인 푸동지구였다. 2006년에 황푸강 바로 앞에 위치한 미래에셋 상하이타워에 투자한 금액은 약 2600억원이다. 그 당시로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 투자가 의미 있는 건 최초인 것도 중요하지만 평가수익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미래에셋 상하이타워의 추정시세는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희소성 감안 시 2조원 가치로 평가한다. 그 당시는 대규모 자금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박현주 회장 특유의 추진력이 맞아 떨어진 사례다.
◆ 결정적 순간⑤ 캐나다 선두 ETF 운용사 호라이즌 ETFs 인수 (2011년11월)
캐나다 선두 ETF 운용사인 호라이즌 ETFs를 2011년에 인수한 건 그 의미가 크다. 액티브펀드의 시대에서 수수료가 저렴한 ETF 시대가 올 것을 일찌감치 간파한 박현주 회장의 선구안이 빛난 결정이었다. 인수가격은 1430억원이다.
미래에셋은 그 뒤로도 계속해서 해외 ETF 회사들을 인수했다. 특히 임팩트가 강했던 건 2018년 2월의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X' 인수 건이다. 인수가격은 약 4억8800만달러(그 당시 한화 약 5200억원)이다. 상당한 금액이라 우려도 많았지만 현재 시점에서 '글로벌X'의 위상을 평가해보면 역대급으로 성공한 M&A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공격적으로 S&P500이나 나스닥 등의 해외지수 ETF를 선제적으로 상장시켜 ETF 자산 규모가 급증했다. 현재는 자산규모 1위인 삼성자산운용을 바짝 뒤 쫓고 있는 상황이다.
◆ 결정적 순간⑥ 대우증권 인수 후 미래에셋증권과 합병 (2016년12월)
2016년 당시 자기자본 1위였던 대우증권을 인수한 것도 결정적인 순간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지분 43%를 2조3200억여원에 인수했다. PBR 기준 1.3배의 비싼 가격에 절대 금액 자체도 상당해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다. 이번에도 박현주 회장의 뚝심은 통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은 한국 '1위 증권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됐다. 현재 자기자본 10조원을 훌쩍 넘긴 미래에셋증권의 달라진 위상을 생각하면 이 M&A도 대성공이라는 평가다.
◆ 결정적 순간⑦ 미국 주식 중심의 해외주식 중개 집중 (2017년~ 계속)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 이후 통합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은 미국 주식 중심의 해외주식 중개 서비스였다. 미래에셋은 과거부터 고객과의 동맹을 강조하며 고객 수익률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실제 고객들의 체감 수익률은 높지 않은 게 늘 과제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세계 금융의 중심이자 빅테크 기업들이 몰려 있는 미국 주식 위주의 해외주식 중개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관리고객 수익률이 극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마진이 낮은 국내 주식 매매수수료 구조에서 탈피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주식 중개수수료는 상대적으로 높고 환전수수료까지 더해 미래에셋증권의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고객들도 수익률이 개선됨에 따라 윈윈 효과를 누리게 됐다.
◆ 결정적 순간⑧ 인도 10위권 증권사 '쉐어칸' 인수 (2023년 12월)
미래에셋증권이 2023년말에 인도 10위권 증권사인 '쉐어칸증권'을 인수한 것 역시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매입 금액은 약 300억 루피(원화 약 4800억원) 수준이다. 쉐어칸증권은 2000년에 설립된 인도 현지 증권사다. 주력 서비스는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다. 총 임직원수는 약 3500여명이다.
박 회장은 오래 전부터 포스트 중국은 인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인도시장에 대한 비즈니스 확대에 집중해 왔다. 이번 인수로 인해 박 회장의 글로벌 확장 구상은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 ETF 운용 자회사 Global X(글로벌엑스) 임직원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2024.02.27 yunyun@newspim.com |
◆ 아시아 넘어 세계 금융 중심으로
이런 8개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거쳐 지금의 미래에셋그룹이 만들어졌다. 이 밖에도 수많은 파괴적 혁신사례가 많다. 물론 미래에셋의 투자가 언제나 성공했던 건 아니다. 또 미래에셋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언제나 수익만 본 것도 아니다.
박현주 회장 역시 이점을 인식하고 사회공헌 활동에도 진심이다. '미래에셋 박현주재단'을 통해 지난 17년 간 많은 사회공헌활동을 해 왔다. 6900명 이상의 학생들이 50개국에서 최고의 교육 기관에 진학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했다.
척박한 한국의 금융환경에서도 미래에셋은 눈부신 성장을 해 왔다. 뛰어난 경영능력을 가진 박현주 회장의 공이다. 박 회장은 특히 국내보다 해외에서 그 능력을 더 인정받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은 전 세계 19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 미래에셋그룹의 글로벌 ETF 자산은 1250억달러(173조원)가 넘는다. 전 세계에서 12번째로 큰 ETF 금융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은 아직 배가 고프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성장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블랙록'이나 '골드만삭스'와 견줄 수 있는 금융회사가 언젠가는 탄생할 수 있을까? 미래에셋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longinu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