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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본은 왜 지방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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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후은 경상국립대학교 학술연구 교수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기업인 대만의 TSMC가 일본 규슈지방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신규 건설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TSMC뿐만 아니라 히로시마현에는 미국 마이크론, 이와테현에는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일본 키옥시아의 합작 공장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의 일본 내 투자유치가 성사되면서 첨단 제조업 기반이 조성되고 있다. 이들 반도체 제조공장은 일본 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진출하고 있다.

현재 미·중 기술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반도체가 핵심으로 부각됨에 따라 반도체 강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일본에서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 네트워크 변화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팹인 TSMC가 왜 일본에 생산공장을 짓는지, 세계 제3위의 마이크론은 왜 주류권에서 벗어난 일본 기업과의 협업구조를 형성하려는 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세계적 기업의 반도체 생산공장을 지방에 유치하면서 전개하고 있는 반도체산업 육성정책과 입지정책에 대해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산업 부흥정책

일본 반도체산업은 1980년대에 세계를 선도하였으나 미국의 반격, 대만과 한국의 대두로 인해 그 기세를 잃었다. 최근 들어 일본 정부에서는 다시 한번 일본 반도체산업의 부활을 꾀하고자 대규모 지원책을 쏟아내며 강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장후은 경상국립대학교 학술연구 교수

일본 정부는 지난 2021년 6월 '반도체·디지털산업 전략'을 발표한 이후, 2023년 5월에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반도체산업 분야에서는 현재 5조엔 규모의 매출액을 2030년까지 15조엔 이상 달성함으로써 일본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계별 실행 계획으로는 1단계로 IoT용 반도체 생산기반을 강화하고, 2단계는 미국과의 연계를 통한 기술협력을 도모하며, 3단계는 글로벌 연계를 더욱 강화한다는 기본 전략을 밝히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산업 부활을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 반도체 기업 등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일본 전역에 첨단 반도체 제조 기반을 조성하고 있는 점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현재 반도체산업에 총 13조엔 투자 계획으로, 특히나 해외기업들의 일본 내 반도체 공장 건설은 일본 정부의 지원금이 없었다면 성사되지 않았다고 이야기될 정도다. 이와같이 일본 정부는 반도체산업의 부활을 국가 발전 전략의 요체로 간주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TSMC는 구마모토에 공장을 건설하는가?

세계 반도체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TSMC는 구마모토현 중앙부에 위치한 인구 4만 3천명의 기쿠치군 기쿠요초(菊池郡 菊陽町)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하였다. TSMC 구마모토공장은 2023년 12월에 공장이 완공되었고, 올 겨울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TSMC의 구마모토공장에 대한 투자액은 약 1조엔이며, 일본 정부 지원금은 TSMC 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4760억엔에 이른다. TSMC 구마모토공장은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공장 건설을 위한 부동산 규제 해제와 5년이 걸리는 건설기간을 24시간 공사로 1년 10개월 만에 마침으로써, 일본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TSMC는 기쿠요초에 제2공장 건설을 확정하였고, 제3공장 건설계획도 논의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외에도 TSMC가 일본에서도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 요인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구마모토현의 풍부한 수자원이다. 2021년 대만의 대가뭄으로 인한 심각한 물 부족 사태는 반도체 생산에 큰 차질을 일으키게 되었고, 대만과 거리가 가깝고 지하수가 풍부한 구마모토현이 주목받았다.

일본 반도체 업체와 협력하기 쉬운 것도 TSMC가 구마모토현에 진출한 이유다. 규슈지방은 1980년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10%를 차지해 '실리콘 아일랜드'라 불릴 정도였으며, 현재도 구마모토현와 후쿠오카현을 중심으로 많은 반도체 관련 기업이 사무실이나 공장을 두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기업인 TSMC의 큰 고객인 소니의 공장이 기쿠요초에 있다. TSMC구마모토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를 소니가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수요-공급 구조가 충분하여 TSMC로는 안정적인 운영이 기대된다.

또한 미국 IT기업들이 TSMC 반도체 제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TSMC 구마모토공장은 반도체를 일본에서 확보한다는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거점이 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가져온 지역경제유발효과

반도체 산업으로의 활발한 일본 정부의 투자는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TSMC 구마모토공장으로 인해 구마모토현 지역 내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10년간 4조 3천억엔에 이르며, 전자기기산업 전체로 보면 6조 9천억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TSMC 직접 고용은 1700명이나, 관련 기업 약 90개사의 거점시설 및 공장 증설이 이루어지며 이에 따른 고용효과도 약 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TSMC 구마모토공장의 생산계획을 보면, 필요로 하는 부품 등을 로컬 공급망으로부터 50% 이상 구입을 추구한다고 명기되어 있다. 이러한 수요 전망으로 일본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규슈지방으로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규슈지방 7개 현에서의 2023년도 설비 투자액(계획)은 전년대비 61.7%가 증가한 1조 105억엔으로, 이러한 증가율은 1956년 조사 개시 이후 최대라고 한다.

TSMC 구마모토공장 건설이 발표된 2021년 이후 기쿠요초 지역의 인구는 연간 500명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구마모토현 내 인구 증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9월 기쿠요초의 토지가격 상승률은 전년대비 31.6%로 전국 1위를 차지하였는데, 일본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권 평균 땅값이 오른 것은 거품경제 붕괴가 본격화하기 전인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일이다.

지역 노동시장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TSMC의 월급은 일본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5만엔 이상 높은 수준으로, 일본 대기업의 잇따른 진출과 맞물려 지역에서는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첨단산업이 지역을 살리고 국가를 건강하게 만든다

일본 정부의 전례 없는 반도체산업 부흥정책 추진은 TSMC 구마모토공장 유치를 시작으로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며 일단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TSMC 구마모토공장 신설은 일본 국가 경제 및 지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지방 소도시에 반도체 버블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오랜만에 맞은 지역 호황에 기대가 더 크다.

일본 정부는 정부 보조금 지원은 반도체 공장 유치에 불가결하며, 공장 유치에 따른 경제 파급 효과가 크고 세수 증가로도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정책적 성과를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전개함으로써 파급 효과의 속도와 규모를 극대화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들은 일본 전역에서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점은, 현재 일본에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에 신규 건설되고 있는 것은 반도체 공장이라는 점이다. 반도체산업의 연구기술개발 관련 시설이 아닌 제조공장이다.

대만TSMC는 제조생산 거점은 구마모토현에 두고, R&D 거점은 수도권 연구학원도시로 잘 알려진 츠쿠바시에 설립하였다. 츠쿠바시의 TSMC R&D시설에도 일본 정부의 지원은 이루어졌다. 산업공동화를 우려한 일본 정부가 2020년부터 TSMC와 접촉하여 일본 내 생산거점과 R&D 거점을 동시에 전략적으로 유치한 결과,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정책적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판교 이남으로는 인재가 없다며 떠나는 기업,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고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로 소멸위기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반도체 산업과 같은 첨단산업의 발전전략에도 보다 파격적이며 다양한 정책적 지원방안 강구가 요청된다.

단순히 반도체라는 첨단산업 육성에만 목메는 정책이 아니라 일본과 같이, 지역균형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그동안 지방에 구축되어 온 관련 산업기반과 산학연협력 체제, 그리고 직주근접의 정주 환경을 결합하는 중장기적 접근에서의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지방정부와의 긴밀한 정책 공조가 반도체 공장 신설에 따른 지역경제 활력에 큰 뒷받침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장후은 박사는 = 경북대학교 지리학과 학·석사, 일본 도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지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경상국립대학교 울산·경남지역혁신플랫폼 대학교육혁신본부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wideope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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