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국 대사, 첫 북한 인권 안보리 회의 주재...공동회견도 처음 대표 발표
中·러 北 인권 의제 반대...절차투표 요구했지만 12개국 찬성으로 진행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북한의 인권 문제를 의제로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을 비롯한 다수의 이사국들은 북한이 주민 인권을 탄압하고 고통을 주면서 핵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반발하며 신경전을 펼쳤다.
이날 안보리 회의는 이번달 순회 의장국을 맡은 한국의 황준국 유엔대사 주재로 진행됐다.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 인권 회의가 열린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고, 한국이 이 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 진행에 앞서 중국과 러시아 대사는 "북한 인권 상황은 국제평화 및 안보에 대한 위협 요인이 아니다"라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 안건으로 채택하는 것에 반대하며 절차투표를 요청했다.
이어진 절차 투표에서 15개 이사국 중 12개국이 회의 개최에 찬성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했고, 모잠비크는 기권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가 12일(현지시간) 북한 인권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절차 투표에서 9개 이사국 이상이 찬성하면 회의가 개최된다. 한국 유엔대표부는 북한 인권회의 절차 투표 중 12개국의 지지를 받은 것은 가장 많은 '찬성표'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황 대사는 "오늘 유엔 안보리 의장으로서 이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음이 무겁다"는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집착과 자국민에 대한 철저한 통제는 하나의 근본 원인, 즉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 문제와 인권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는 포괄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사는 "북한의 인권침해가 멈추면 핵무기 개발도 함께 멈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미 유엔대사는 "북한 정권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위해 국내외에서 강제 노동과 자국 노동자들의 착취에 의존하고 있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여기서 부끄러운 것은 북한을 보호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명백한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 연장을 거부해 해체시켜 "북한이 더 큰 처벌 없이 행동하도록 조장해 국제 안보를 약화시켰다"고 규탄했다.
한편 이날 회의 보고자로 나선 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와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특별보고관은 북한 주민들의 거주이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 더욱 강해졌고, 북한은 1990년 말 대기근 이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국제사회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우려했다.
이날 회의에는 평양 출신으로 한국 국가보훈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지낸 김금혁 씨는 탈북자 시민사회 대표로 나서 북한 인권 탄압에 대해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북한 독재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들의 편에 서 달라"고 하면서 "김정은에게 북한 주민에 대한 무자비한 억압과 핵무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이상 그의 지도력을 유지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회의에 앞서 한미일 등 57개국과 유럽연합(EU)은 유엔 본부에서 공동 회견을 열고 북한의 인권상황 악화에 우려를 표하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대표 발표자로 나선 황 대사는"북한은 표현과 이동의 자유 제약, 집단 처벌, 자의적 구금, 고문 및 공개처형 등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처벌, 납북자·억류자·전쟁포로 불송환 등 체계적이고 중대한 인권침해를 지속해서 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점점 더 도발적인 행동을 하는 동안,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와 학대를 계속 저지르고 있다"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이 북한 주민들의 복지를 증진하고 더욱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구체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행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주유엔 한국대사가 북한 인권 관련 안보리 공식회의 개최를 지지하는 국가를 대표해 언론 회견문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