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양 GPU 동나고 저사양으로 전환...TSMC 의존도 날로 확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에 가로막힌 중국 AI칩 기업들이 대만 TSMC와의 협력 유지를 위해 반도체 설계를 저사양으로 변경 중이라고 4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이 단독 보도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에 중국의 고사양 AI 반도체 생산 여력이 대폭 제한되고 있으며, TSMC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의존도가 날로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주요 AI 반도체 제조 업체인 무시(메타X)와 엔플레임이 미국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지난해 말 TSMC에 사양을 낮춘 칩 설계도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두 기업 모두 이전까지만 해도 엔비디아에 견줄만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든다고 홍보해왔지만 미국의 견제에 직격타를 입은 모습이다.
[사진 = 바이두] |
두 소식통에 따르면 상하이에 본사를 둔 무시는 최고사양 GPU인 C500의 재고가 올 초 바닥났고, 이제는 그보다 사양이 낮은 C280을 생산 중이다.
무시는 지난 2020년 AMD 출신 임원들이 세웠으며, 2018년 설립된 엔플레임은 텐센트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작년에는 27억달러 투자도 유치한 바 있다.
이번 보도에 무시와 엔플레임은 논평 요청을 거부했고, TSMC 역시 개별 기업과의 거래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으며 관련 법률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에는 기술 대기업 화웨이 외에도 엔비디아와 경쟁하려는 약 50개의 AI칩 스타트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이들 중 일부가 직격타를 입고 해외 파운드리 업체를 찾을 수 없어 생산이 어려워진 상태.
매체는 현 상황이 화웨이에만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부터 미국과의 기술 경쟁 및 긴장이 심화된 이후 중국은 자국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44개 파운드리업체 중 고사양 GPU 대량생산이 가능한 곳은 SMIC 뿐이며, 소식통들은 최근까지도 SMIC 생산 역량 대부분이 화웨이에 집중돼 있다고 꼬집었다.
전날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중국 정부의 천문학적 AI 지원에도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미국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022년 초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방안을 처음 공개했고 이후 규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