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자문기구 심사결과 공개..등재 여부에 결정적
심사 결과 '등재권고·보류·반려·등재불가' 중 하나로 공개
정부, "조선인 강제노역 포함한 전체 역사 반영하면 찬성"
2015년 군함도 등재 때와 같이 '조건부 등재 권고' 가능성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노역을 한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전문가 그룹의 심사 결과가 오는 7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 심사 결과는 사도광산에서 조선인 강제노역이 있었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일본의 시도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과에 따라 향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이 문제를 놓고 한·일 간 외교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대응 민관 합동 TF' 회의 모습. [사진=외교부] |
외교부 관계자는 4일 "세계문화유산 등재 심사를 담당하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심사 결과가 7일(현지시간) WHC 회원국에게 회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모스는 심사 대상 유산에 대한 서류 심사와 현장 실사 등을 통해 심사 결과를 등재 권고·보류·반려·등재 불가 등 4가지 방식으로 공개한다. 이 결과는 7월말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WHC 회의에서 사도 광산 등재 여부를 결정할 때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코모스 심사 결과가 보류인 경우에도 등재가 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결과가 등재 권고로 나왔는데 등재가 안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코모스에서 등재 권고 결정을 하면 사실상 등재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대상 기간을 에도 시대(1603∼1868)로 한정했다. 일본이 근대 시기를 배제한 것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2000여명이 강제노역한 역사적 사실을 가리려는 의도다.
일본은 앞서 2022년 2월 사도광산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했으나 '서류 미비'로 등재에 실패했으며 지난해 1월 서류를 보완해 다시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정부는 사도광산의 역사 전체가 반영되지 않은 세계유산 등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적시한다면 등재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데 부정적이다. WHC의 결정은 회원국 3분의 2의 찬성으로 이뤄지지만, 통상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것이 관례다. 따라서 WHC 회원국인 한국이 반대할 경우 등재가 쉽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이코모스의 심사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조건부 등재 권고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코모스가 강제노역이 포함된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해 등재 하라는 권고를 내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코모스는 2015년 일본이 '군함도'로 널리 알려진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 하시마(端島) 탄광을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유산'으로 등재할 때도 강제노역 사실을 포함한 전제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를 내놓은 바 있다. 정부는 이 권고를 근거로 WHC 회원국 설득에 외교력을 총동원해 결국 이코모스의 권고 내용이 반영될 수 있었다.
당시 일본은 하시마 탄광 등재를 위해 유네스코 주재 일본 대사가 "과거 1940년대 한국인 등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강제로 노역'(forced to work)했던 일이 있었다"고 인정해야 했다. 이는 일본이 국제적으로 강제동원을 인정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일본은 등재 이후 "의사에 반해 노역을 했지만 강제노역은 아니다"라고 주장해 비판을 받았다. 일본의 이같은 주장은 '국민총동원령'에 따라 노역이 이뤄졌고 당시 조선인 노동자는 일본 국민이었으므로 강제 노동한 것은 아니라는 논리에 따른 것이었다.
만일 이코모스가 이번에도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설명을 달아 등재하도록 권고한다면 WHC에서 또 한번 한·일 간 외교전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한·일 관계 개선을 중요 외교업적으로 꼽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한·일 관계에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충돌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번 WHC 회의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open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