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공실수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최대…세금낭비 우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3년간 매입임대주택 매입 비용에 10조8000억을 사용했다는 시민단체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상대적으로 비싼 약정매입 방식으로 큰돈을 들여 주택을 매입했음에도 정작 공실률은 늘고만 있다며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경실련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LH 매입임대주택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4.05.02 dosong@newspim.com |
경실련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LH 매입임대주택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매입임대 주택은 공공부문이 기존 주택을 매입해 저소득층과 청년 및 신혼부부 등에게 저렴하게 임대로 공급하는 주거지원 방식이다.
경실련의 조사에 따르면 LH는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만 9000호의 매입임대 주택을 사는데 총 10.8조를 사용했다.
LH가 주택 매입을 줄이면서 매입임대 주택에 든 총금액은 해가 갈수록 감소했다. 2021년에는 2만 695호를 사들이며 5.3조가 들었지만 2022년에는 1만 72호에 4.1조, 2023년에는 4620호에 1.4조가 들었다.
그럼에도 주택당 매입 가격은 2.5억(2021)→2.9억(2022)→ 3.1억(2023)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주택 매입량이 줄면서 총 금액이 감소했지만 주택 당 가격은 되려 비싸진 것이다.
경실련은 그 원인으로 상대적으로 매입주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약정매입을 지목했다. 상대적으로 매입 가격이 높게 형성된 약정매입이 전체 비중의 80%를 차지하면서 평균 매입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약정매입은 민간에서 건축하는 주택에 대해 사전 매입약정을 체결하고, 준공 후 LH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있는 주택을 매입하는 기축매입과 달리 건축 과정에서 토지 매입 비용 및 건축비 등이 매입 가격에 반영돼 가격이 더 비싸다.
경실련이 지난 2021년 서울지역 약정임대 주택 매입가와 SH 위례지구의 아파트 건설원가를 비교(주택 평당 가격을 25평형으로 환산)한 결과 SH 위례지구 분양원가는 3.4억인 데 반해 LH 약정매입 아파트는 3.9억이 더 비싼 7.3억이 들었다.
경실련은 "이는 주택 공기업이 직접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2배 이상의 가격이 더 많이 든다는 뜻"이라며 "매입임대 주택을 늘리는 대신에 직접 주택을 지어서 공급한다면 같은 금액으로 두 배 더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LH의 매입임대주택 매입 건 중 매입금액이 가장 큰 상위 5건이 모두 신축 매입 약정이었다는 것 역시 밝혀졌다. 조사에 따르면 LH가 매입한 ▲부천시 송내동 아파트 (1147억·190호)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오피스텔 (1115억) ▲경기도 화성시 병점동 오피스텔 (1057억)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오피스텔 (1032억) ▲인천 남동구 논현동 오피스텔 (896억) 등은 모두 신축 약정 매입이었다. 이 중 상위 4건은 1000억이 넘어가는 고가 매입이었다.
LH가 매입임대 주택에 열을 올렸음에도 정작 공실수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5002호의 매입임대 주택이 비어있었다. 공실률 역시 2.9%를 기록해 지난 2020년(3.3%)을 제외하면 지난 6년 간 가장 높은 수치다.
경실련은 "비싼 가격을 치르고 매입한 주택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매입임대주택 제도를 하루속히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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