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라이브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감성어 사전 9 [ 봄비 ]

기사입력 : 2024년04월17일 09:01

최종수정 : 2024년04월17일 10:44

시인 고정희...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봄비를 부르는 목소리, 이은하와 채은옥을 듣는 시간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비는 추억이다. 유독 '비 오는 날'의 기억들은 오래 지워지지 않는다. 우산을 같이 썼던 기억, 함께 비를 맞았던 순간, 비 오는 날 마시던 막걸리와 물난리가 났던 기억까지. 밤새 창문을 때리던 거센 빗줄기와 빗물에 씻겨간 잡념들. 비는 마음의 문신(文身)이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봄비는 추억을 부른다. 봄비는 희고 붉은 꽃을 지게 하지만 비 그친 뒤 연초록을 부르는 마법사다. [사진 = 오광수] 2024.04.17 oks34@newspim.com

그중에서도 봄비는 유난하다. 생각할 때마다 마음을 뒤흔드는 첫사랑을 닮았다. 여름날의 폭우나 스산한 가을비도 아닌 순하디 순한 비, 봄비다.
'오는 봄비는 겨우내 묻혔던 김칫독 자리에 모여 운다/ 오는 봄비는 헛간에 엮어 단 시래기 줄에 모여 운다/ 하루를 섬섬히 버들눈처럼 모여 서서 우는 봄비여/ 모스러진 돌절구 바닥에도 고여 넘치는 이 비천함이여.' - 박용래 '그 봄비'.

산문집 '호박잎에 모이는 빗소리'를 펴내기도 했던 시인은 '맑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좋았다. 비 오는 날보다 눈 오는 날이 더 좋았다. 과거는 모두가 아름답고 허망하였다'라고 썼다. 그렇다. 시인의 말처럼 봄비는 허망하다. '화무십일홍'의 희고 붉은 꽃들이 밤새 내린 봄비에 속절없이 진다. 아스팔트 위를 수놓은 꽃잎들을 보면 문득 우리네 삶도 춘몽임을 느낀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봄비를 노래하는 목소리는 많아도 이은하와 채은옥의 그것은 탁월하다. [사진 = 오광수] 2024.04.17 oks34@newspim.com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고정희 '봄비' 일부.

두보(杜甫)는 '춘야희우'(春夜喜雨)에서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리나니(好雨知時節)/ 봄이 되니 만물을 움트게 하네(當春乃發生)'라고 노래했다. 봄비는 '좋은 비'다. 열흘 붉은 꽃을 속절없이 지게 하지만 대신 초록을 불러온다. 고려시대 정지상(鄭知常)은 '송인'(送人)에서 '비 갠 강둑엔 풀빛이 푸르고(雨歇長堤草色多)/ 낭군을 보내는 남포엔 슬픈 노래가 퍼지네(送君南浦動悲歌)'라고 썼다. 이수복의 시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것다'('봄비' 일부)와 일맥상통한다.

봄비는 사랑을 부른다. 록그룹 애드 훠(ADD 4)는 '빗속의 여인'(1964년)에서 '노오란 레인코트에 / 검은 눈동자'를 가진 '다정하게 미소 지며 / 검은 우산을 받쳐주던' 여인을 잊지 못한다고 노래했다. 스물두 살 신중현의 마음을 흔들던 여인도 분명 봄비 속에서 만났으리라. 천재 싱어송라이터 송창식도 비와 여인을 사랑했다. '창밖에는 비 오고요 바람 불고요 / 그대의 귀여운 얼굴이 날 보고 있네요'(창밖에는 비 오고요)라고 노래하는가 하면 '언제부터 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까 / 언제부터 내가 이 빗속에 서 있었을까'(비와 나)라고 노래한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봄비는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아서 좋다. [사진 = 양재명 작가] 2024.04.17 oks34@newspim.com

이장희도 '내려라 밤비야/ 내 님 오시게 내려라/ 주룩주룩 끝없이 내려라'(비의 나그네)라고 썼다. 당시 동아방송에서 DJ였던 이장희는 호우주의보가 내린 날에 이 노래를 선곡했다가 담당 PD와 함께 시말서를 썼다는 일화가 있다. 그래도 봄비가 온다면 채은옥의 '빗물'이나 이은하의 '봄비'를 빼놓을 수 없다. 온통 마음을 뒤흔드는 목소리를 가졌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오는 비. 그래서 봄비다.

oks34@newspim.com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4.04.17 oks3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누구?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3일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김 후보자는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나 마산중앙고, 동아대를 졸업해 성공회대 NGO대학원에서 정치정책학(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2025.06.23 sheep@newspim.com 김 후보자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정의당에 입당,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동본부장을 맡았다. 2021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부문 지지단체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에 공동대표로 참여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 20번을 받았다. 현재 한국철도공사 기관사이자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며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인물"이라며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4.5일제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 대해 "합리적이다"라며 "민주노총이 그간 (사회적 대화 등) 제도권 밖에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제도권으로 들어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프로필 ▲1968년 부산 출생 ▲마산중앙고, 동아대, 성공회대 NGO대학원 정치정책학 석사 ▲정의당 노동본부장 ▲민주노총 위원장 ▲철도노조 위원장 ▲철도공사 기관사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sheep@newspim.com 2025-06-23 14:57
사진
안규백 64년 만에 문민 국방 후보자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초대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 출신인 안규백(64) 더불어민주당 5선 중진 의원을 인선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안 후보자가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와 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의 대부분을 국회 국방위에서 활동했다"면서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고 64년 만에 문민 국방장관으로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안 후보자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국방위원으로서 15년 간 의정활동을 했다. 그 누구보다 군과 국방안보를 잘 아는 인물로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명됐었다. 특히 안 후보자는 국회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위원장 중책까지 맡았다. 여야 의원들을 아우르며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괄특보단장 핵심 보직을 맡았다. 계엄 사태 주역인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면서 어수선한 군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군 전반을 개혁할 최적임자로 꼽힌다. 합리적인 성품에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다만 상식과 원칙을 중시하며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않은 일에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다. 아들 둘 모두 육군과 해병대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이재명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으로 취임하면 1961년 현석호 장관 이후 64년 만에 군인이 아닌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된다.  한국 정치사의 격동기를 거쳐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장군 출신들이 독식했던 국방장관을 정치 안정기에 들어 사실상 민간인 출신의 진정한 '문민 국방장관'이 나올 수 있을지 초미 관심사다. ▲전북 고창(64) ▲광주 서석고 ▲성균관대 철학과 학사·무역대학원 무역학 석사 수료 ▲18·19·20·21·22대 국회의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간사 ▲국회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kjw8619@newspim.com 2025-06-23 14:1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