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B 깜짝 금리인하..재량 소비재주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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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글로벌경제 전문기자 =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깜짝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주요 통화국 중앙은행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앞서) 가장 먼저 금리인하 깃발을 꽂았다.
연준 비둘기 날개짓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날아든 SNB 서프라이즈에 유럽증시는 달아올랐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그날도 머지 않았다는 응원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영란은행(BOE)의 비둘기 메시지도 힘을 보탰다.
유로와 스위스 프랑은 풀썩 주저앉았다. `거대 행성들의 6월 정렬(연준과 ECB, 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6월 동조화된 금리인하)`후 나타날 통화정책 다이버전스의 부활을 SNB가 한발 앞서 일깨운 탓이다.
1. SNB 서프라이즈 (feat. BOE)
3월21일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25bp 내렸다. 블룸버그 사전 서베이에서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SNB의 금리 동결을 점쳤다. 시장이 예상한 SNB의 금리인하 시점은 6월이었다. 이런 예상을 깨고 SNB는 깜짝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SNB의 토마스 조던 총재는 정책 성명서에서 "지난 2년반의 인플레이션과 전투가 효과를 낸 덕분에 통화정책 완화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SNB가 제시한 물가전망도 여기에 맞춰 조정됐다. SNB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석달전의 1.9%에서 1.4%로, 내년 전망치를 1.6%에서 1.2%로 낮춰 잡고 오는 2026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1%로 제시했다. 향후 3년간 스위스의 물가상승률은 목표치 밴드(0~2.0%) 안에 머무를 것이라고 봤다. 지난달(2월) 스위스의 물가상승률은 1.2%에 그쳤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전망 변화 추이[사진=블룸버그] |
같은 날 영란은행(BOE)도 완화적 신호를 보냈다. BOE는 예상대로 금리(5.25%)를 동결했는데 눈길을 끈 것은 그간 추가 금리인상을 주장하며 동결에 반대표를 행사하던 매파적 정책위원 두 명이 이번에는 금리인상 요구를 접었다는 점이다. 연초 영국 경제가 리세션 분위기를 풍기는 가운데 `천연가스 가격 하락이 물가 오름세를 더 끌어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 것과 궤를 같이 한다.
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것은 너무 이르지만 영국은 인플레이션과 전투에서 승리로 향하는 길 위에 있다"고 말했다. 정책회의 결과를 확인한 머니마켓 트레이들은 BOE의 첫 금리인하가 6월에 이뤄질 것이라는 베팅을 높였고, 올해 4차례 금리인하(5.25%→4.25%)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다.
영국의 최근 물가상승률은 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사진=블룸버그] |
2. 유럽내 재량 소비재주 랠리
유럽증시는 만면에 화색을 띠었다. 유럽 주요 중목들로 구성된 Stoxx600지수는 전일 0.9% 올라 509를 넘어섰다. 독일 DAX와 영국 FTSE지도 각각 0.91% 및 1.88% 상승했다. 연준과 ECB, 그리고 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첫 금리인하가 6월에 당도할 것이라는 믿음이 한층 강해진 가운데 SNB `서프라이즈`가 극적 효과를 더했다. 중앙은행 `피벗`의 가시성을 높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월20일자 기사에서 "유럽증시에서 재량 소비재주에 대한 베팅이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하며 그 배경으로 금리인하 기대 속에 고개 든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꼽았다.
실제 자동차 제조업체 르노와 스텔란티스 주가는 2월초 이후 25% 넘게 뛰었고 독일의 티케팅 및 라이브 엔터테이먼트 회사 에벤팀(Eventim)과 덴마크 보석회사 판도라(Pandora)도 두자릿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Stoxx600 자동차 업종지수와 재량 소비재 업종지수는 올 들어 10% 넘게 상승했는데 이는 유럽 경제가 바닥을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 ECB 등 유럽내 주요 중앙은행이 금리인하에 나서며 경기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와 맞물린다. 최근 Stoxx600의 재량 소비재 업종지수가 필수 소비재 업종지수(대표적인 방어주)를 크게 아웃퍼폼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참고로 아래 차트는 유럽판 `매그니피센트 7`으로 일컬어지는 그라노라스(GRANOLAS) 11개 종목과 이들 종목을 제외한 Stoxx600지수의 최근 1년 추이를 보여준다. 지난 1년 성과를 보면 그라노라스의 아웃퍼폼이 여전히 두드러진다. 다만 3월 이후 양상은 다르다. 그라노라스 11개 종목의 탄력이 약해진 반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의 퍼포먼스가 돋보인다. 경기 회복 기대를 배경으로 한 랠리의 확산이다.
이달 들어 유럽 그라노라스 11개 종목이 주춤한 동안 이들 종목을 제외한 Stoxx600지수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
3. 터널 끝의 빛 vs 거짓 새벽
RBI자산운용의 최고 투자 책임자(CIO)인 댄 보드만 웨스턴은 "터널 끝의 빛이 보이는 듯 하다'며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깊은 심연에서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따 놓은 당상과 다름 없는 ECB의 6월 금리인하는 더 안도감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유럽의 경기 모멘텀은 여전히 미약하지만 서서히 반전의 기운을 축적하고 있다. 전일 공개된 S&P글로벌의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그러하다. 제조업 PMI는 전월 46.8에서 45.7로 하락했지만 서비스업 PMI가 50.2에서 51.1로 높아지면서 종합 PMI의 반등(49.2 → 49.9)이 이어졌다.
침울한 독일 경제에도 회복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다. 민간경제연구소 ZEW의 3월 조사에서 따르면 독일의 3월 경기기대지수는 예상(20.4)을 크게 웃돈 31.7을 기록하며 2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씨티가 산출하는 `유럽 경제 서프라이즈지수(경제지표가 예상을 웃돈 빈도지수)`도 2월 들어 9개월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반전했다.
ZEW 독일경기기대지수 추이 [사진=ZEW] |
물론 모두가 낙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주식 전략가 안드레아스 브루크너는 유럽 랠리의 지속성에 대해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유럽 경제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며 "지난해 ECB 긴축 영향이 이어져 경제는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기둔화에 유럽의 자동차주와 은행주가 가장 취약해 보인다"면서 "대신 필수 소비재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지금 흐름에 현혹되지 말고 방어적 포지션을 구축하라는 이야기다. 그는 "(ECB의) 공격적 긴축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당장은 괜찮아 보일지 모르나 거짓새벽으로 판명날 것"이라고 했다.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