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B가 SNB했다..다이버전스 상기
이 기사는 3월 22일 오후 3시29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오상용 글로벌경제 전문기자 = *①편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4. SNB가 SNB했다
이번 주(3월18일~22일) 잇따랐던 중앙은행 이벤트는 결과적으로 주식시장 황소 진영과 모멘텀 추종 플레이어들의 배포를 키우는 재료가 됐다. 일본은행(BOJ)을 시작으로 연방준비제도와 영란은행(BOE)에 이르기까지 중앙은행들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전날(3월21일)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서프라이즈 금리인하`는 화룡점정이다.
일련의 배려심은 위험자산 랠리를 부추기는 동력으로 작용했지만 외환시장은 SNB의 돌출 행동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위스 프랑은 풀썩 주저 앉았고, 유로도 끌려 내려가 달러에 대해 대폭 약해졌다.
유로-달러 환율(파란색선), 유로-프랑 환율(보라색선) 추이 [사진=koyfin] |
사실 외환시장 입장에서 SNB는 과거 행적이 몹시 불량한 중앙은행이자, 구로다 하루히코 시절의 BOJ 만큼이나 도시락 폭탄 투척(깜짝쇼)을 즐기던 중앙은행이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에게는 2015년 1월15일의 SNB 만행(?)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할 것이다.
당시 SNB는 1유로당 1.20 프랑으로 유지했던 유로-프랑 환율 하한선을 갑자기 폐기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환율 하한선(일종의 유로페그) 폐기는 없다"고 호언했던 SNB의 갑작스런 행보에 스위스 프랑은 순식간에 30% 폭등했다. 외환시장 한복판에 떨어진 SNB 폭탄에 여럿이 치명상을 입었고 영국의 외환중개사 한 곳(알팔리)은 문을 닫아야 했다.
이런 아픈 기억 때문에 SNB가 움직이면 외환시장은 긴장한다 - 그들의 돌출 행동이 이번에는 어떤 연쇄반응을 불러올까 고민하면서.
5. SNB가 상기시킨 다이버전스
이번주 중앙은행 이벤트를 지나며 연준과 ECB, 그리고 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6월에 금리를 함께 인하할 확률은 좀 더 높아졌다 - 머니마켓 참여자들은 그 가능성을 지난주보다 높여 잡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들의 동조화된 금리인하 행보는 교과서적으로 통화정책 다이버전스 요인을 줄여 단기적으로 이들 통화 사이에 환율 변동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환율이 다시 꿈틀대는 시점은 각자의 형편에 따라 금리인하 속도가 나뉠 때, 혹은 그 속도차가 완연해질 것으로 예상될 때다.
전날 SNB의 발빠른 행보는 언젠가 나타날 중앙은행들 사이의 `금리인하 속도차`를 미리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경험적으로 SNB는 유럽내 다른 중앙은행들을 선도하는 경향(먼저 치고 나가는 경향)이 강하다. 이번에도 그렇다면 ECB의 금리인하 속도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지닐 수 있다.
더구나 유럽에 비해 여전히 탄탄한 미국 경제는 올해 ECB가 연준보다 금리를 더 많이 내려야할 것 같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좋다.
전날(3월22일) 콘퍼런스보도가 발표한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2년만에 꺾여 올라갔다. S&P글로벌이 집계한 미국의 종합 PMI의 경우 전월 52.5에서 52.2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확장영역에 머물러 있다. 높은 모기지 금리가 무색하게 미국의 기존 주택 판매는 지난달 9.5%(m/m) 급증했다.
컨퍼런스보드 미국 경기선행지수 전월비 추이[사진=블룸버그] |
6. 파월의 금리인하를 믿지 않는 사람들
이런 견조한 경제 흐름 덕분에 제롬 파월 의장의 금리인하 약속을 믿지 않는 이들이 시장내 여전히 존재한다.
3월21일 CNBC에 따르면 자산운용업계 큰 손인 뱅가드도 여기에 속한다. FOMC 결과를 확인한 뱅가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샨 라이타타는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올해 연준의 금리인하가 없다는 것"이라며 "이는(연준의 no cut) 전 세계 중앙은행들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연초만해도 연내 7차례 금리인하를 반영했던 시장 프라이싱이 벌써 (3차례 가량으로) 줄어든 상태"라고 했다. 석달도 채 안 돼 이러한데 몇달 더 지나면 `노 컷(no cut : 금리인하 없음)`이 한층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올해 연준이 금리를 계속 묶어 놓는 동안 ECB는 연내 4~6 차례 금리를 인할 것"이라며 "그 결과 유로는 약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극단적 가정일 수 있지만 유로-달러 환율이 패러티(1.0)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유럽내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조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냈던 래리 서머스는 이번 비둘기적 FOMC 결과에 대해 "연준이 왜 그렇게 서둘러 가속페달(금리인하)로 향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서머스는 "연준의 중립금리 추정치가 너무 낮다는 게 핵심 문제로 계속 남아있다"고 했다. 이번 FOMC에서 정책위원들은 중립금리 추정치를 종전 2.5%에서 2.6%로 소폭 높였지만, 서머스는 여전히 현실을 과소 반영하고 있으며 미국의 살제 중립금리는 최소 4%일 가능성이 높다고 거듭 밝혔다.
물가와 고용 등 견조한 경기 흐름을 감안하면 그리고 높아진 중립금리 때문에 실제로는 덜 제약적인 연준의 정책기조를 감안하면 지금은 금리인하를 운운할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