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사건' 제보자 관련 공무상비밀누설 등 유죄
"김웅에 고발장 전달했으나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
실형 선고, 구속은 안해…손준성 "항소해서 다툴 것"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 고발을 사주했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31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손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증거인멸의 염려나 도주할 우려가 없다며 법정에서 구속하지는 않았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1.31 pangbin@newspim.com |
손 검사장이 지난 2020년 4월 3일 이른바 '채널A 사건' 최초 제보자 지모 씨와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당시 여권 인사들을 피고발인으로 하는 1차 고발장 및 같은 해 4월 8일 최 전 의원을 피고발인으로 하는 2차 고발장을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은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각 고발장 일부 작성과 검토에 관여한 사실, 고발장과 지씨의 실명 판결문 등 자료를 당시 미래통합당 서울 송파구 갑 국회의원 후보이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직접 텔레그램 메시지로 전송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 조성은 씨가 김 의원으로부터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상단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가 있고 해당 표시를 누르면 손 검사장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연락처로 연결된다며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손 검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김 의원과 공모해 각 텔레그램 메시지를 조씨에게 전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해당 고발장은 선거 전까지 접수되지 않았고 언론에 보도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친 사정도 없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지씨의 실명 판결문을 김 의원에게 전송한 것은 직무상 취득한 비밀과 개인정보, 형사사법정보를 누설한 것이라며 일부 공무상비밀누설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피고인이 범한 이 사건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은 검찰 또는 그 구성원을 공격하는 익명 제보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누설한 것으로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피고인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죄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지만 각 범행은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위반해 검찰권 남용 과정에 수반된 것이라는 측면에서 일반적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에 비해 사안이 엄중하고 죄책 또한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제보자 및 당시 여권 정치인, 언론인을 고발에 활용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거나 시도를 협조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20년간 검사로 성실히 근무한 점, 당시 제보자에 대한 정보가 언론 기사를 통해 외부에 알려진 상태로 피고인의 범행으로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 등 권리가 침해된 정도가 매우 무겁지는 않다고 평가할 여지가 있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손 검사장은 선고가 끝나고 법원을 빠져나가면서 "사실관계와 법률관계를 모두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해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선고 직후 "판결문을 받는 대로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발사주 의혹은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 2020년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장이 검사들에게 최 전 의원과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당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에 따르면 손 검사장은 당시 선거에서 부정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 등에게 최 전 의원 등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정보 수집을 지시한 뒤 지씨의 실명 판결문과 함께 김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2022년 5월 손 검사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공수처 기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김 의원 사건은 검찰에 이첩했다. 그러나 검찰은 같은 해 9월 손 검사장과 김 의원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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