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소장 "존재감 과시 차원"
국정원 "김정은 '연초 큰 파장' 지시"
"4월 총선 겨냥 상시 도발" 관측도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 김정은이 휴일 오후를 틈다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1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동해상으로 종류가 파악되지 않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서울=뉴스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9일 주요 군수공장을 시찰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왼쪽부터 김정식 노동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김정은,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 겸 비서, 오수용 당 경제비서. [사진=조선중앙통신] 2024.01.10 |
우리 군 당국은 발사체의 비행거리와 고도・속도 등 구체적인 제원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올들어 처음인데, 지난해 12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훈련 발사 이후 27일 만의 도발이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만 총통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는 친미 성향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승리했다.
민진당이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이 8년간 집권한데 이어, 라이칭더 당선자가 임기 4년을 더 하게 된 것이다.
김영수 북한연구소장(서강대 명예교수)은 14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대만 총통 선거에 대한 기대가 물 건너 갔다는 판단에 따라 북한이 도발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친중 성향 후보가 낙선하고 반중・친미 정책을 펼칠 라이칭더가 당선되자 북한 이슈가 대만 문제에 밀릴 수 있다고 북한 지도부가 결론을 내렸을 수 있고, 곧바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도발을 펼친 것이란 게 김 소장의 분석이다.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승리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0일 유세에서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의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중국시보 캡쳐] |
대북부처 당국자도 "북한의 새해 첫 미사일 도발이 대만 이슈와 관련된 것이란 판단을 갖고 있다"며 "김정은이 그만큼 올해 해외 관련국들의 리더십 교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 노동당 제8기 9차 전원회의(12월 26~30일) 연설에서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선언한 김정은이 새해 들어 대남 도발의 수위를 올리기 위한 차원에서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가 정보원도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정은이 핵심 측근 간부들에게 "내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밝힌 바 있다.
김정은이 지난달 18일 ICBM 발사훈련 이후 한미를 향해 보다 진화되고 위협적인 방식으로 강력 대응할 것임을 밝힌데 따라 새해 도발 수위를 올릴 것이란 게 국정원의 전망이다.
북한은 김정은 지시에 따라 남북관계를 대적(對敵)관계로 가져가기 위해 대남 매체인 평양방송을 중단하고 '우리민족끼리' 등 인터넷 선동 사이트도 닫는 등 단절을 위한 조치도 속속 취하고 있다.
김영수 소장은 "북한이 4월 총선을 겨냥한 대남 선동과 도발을 통해 윤석열 정부 흔들기를 본격화 하고 남한 내 불안감 조성에 나설 것"이라면서 "이번 미사일 도발도 휴지기를 두지 않고 계속 대남도발에 나설 것임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