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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초동 명장면]①재판서 '울컥' 이재용 삼성 회장·'만세' 이용수 할머니

기사입력 : 2023년12월24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12월24일 08:00

檢 징역 5년 구형...이재용 울먹이며 선처 호소
위안부 피해자, 일본정부 상대 손배소 최종 승소
'사법농단' 양승태·임종헌 1심 6년여만에 마무리
'故노무현 명예훼손' 정진석 실형...판사 SNS논란
'이재명 최측근' 김용 실형·'민주당 돈봉투' 재판

2023년 올해는 칼부림 난동 등 민생범죄가 유난히 자주 일어났습니다. 정치인들의 법원 출석도 잦았습니다. '대장동' 등 사건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과 법원을 드나들었고, 수년간 열린 '사법농단' 재판이 끝나 내년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취임에 따라 사법부 지형 변화도 예측되고 있습니다. 뉴스핌에서 올해 서초동에서 일어난 명장면을 모았습니다.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감사하다. 감사하다. 정말 감사하다. 하늘에 계신 할머니들도 내가 모시고 감사를 드린다."

지난 11월 2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청구금액 전부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자 법정에서는 탄성이 쏟아졌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원고 중 유일한 생존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두 팔을 벌려 만세를 외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서울고법 민사3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주권 국가인 일본에 다른 나라의 재판권이 면제된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한민국 법원의 일본 정부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각 2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명백히 인정됐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원고 측 대리인 양성우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이번 판결은 올해 나온 판결 중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크라이나 등 전쟁 지역에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과 아동 등 개인이 전범국을 상대로 피해 보상을 청구할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식민지배를 당했던 국가들의 개인이 지배국을 상대로 피해 보상을 청구할 때 이번 판결을 참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재판에서 증언을 하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05.11 pangbin@newspim.com

같은 달 17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사건 결심공판이 이뤄졌다. 검은색 양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한 이 회장은 재판이 길어지자 천장을 보거나 하품을 하는 등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이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며 구형 의견을 밝힐 때도 담담한 표정이었다.

최후진술 과정에서 이 회장은 사전에 준비한 원고를 꺼내들고 "이 사건 합병과정에서 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 없다.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말하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다 감정에 복받치듯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회장은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절감하기도 했다"며 "중요한 회사일을 처리하면서 한번이라도 더 신경쓰고 더욱 신중하게 살펴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목이 멘 듯 갈라진 목소리로 진술을 마쳤다.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기소된 이 회장은 총 106차례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27일 회장으로 취임한 당일에도 그는 취임행사 대신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의 1심 선고 결과는 내년 1월 26일 나올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17 leemario@newspim.com

대법원장 재직 시절 법원의 위상 강화와 이익도모를 목적으로 당시 박근혜 정부와 재판거래를 통해 일선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선고 결과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같은날 나온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1심 선고기일은 내년 2월 5일로 예정됐다.

검찰은 "법관의 재판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한 초유의 사건"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의 재판 독립은 피고인들이 면죄부로 내세운 방탄막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과 사법부 신뢰에 가장 기초되는 이념이라는게 이 사건 판결로 확인돼야 한다"며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에게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최후진술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억지와 추측을 바탕으로 20여만장에 이르는 수사기록과 300쪽이 넘는 공소장이 만들어졌고 이는 수사권 남용의 열매이자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사례의 교육 재료로 삼을 만하다"며 대놓고 검찰을 비난했다.

공판 내내 무표정이던 임 전 차장은 "판사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애써 쌓아올린 공든탑도 순식간에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아픔을 직접 체험한 지난 6년을 되돌아보며 모든 일에 더 조심하고 신중을 기해야겠다는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며 "엄격한 형사법상 증거법칙에 따라 증명되는 사안의 실체를 파악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달라"며 눈물을 훔쳤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7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5.22 yooksa@newspim.com

판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논란을 촉발시킨 재판도 있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개인 SNS에 정치적 성향이 담긴 글을 게시한 것이 드러나며 문제가 됐다.

정 의원은 지난 2017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과 관련해 '권양숙씨와 아들이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는 글을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구형한 벌금 500만원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되자 박 판사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박 판사가 개인 SNS에 '친(親)민주당' 성향의 글을 올린 사실이 공개되면서 박 판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한 시민단체는 박 판사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후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감사위원회 심의를 열고 박 판사에게 '엄중 주의' 처분을 내렸고, 전국 판사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판사가 SNS를 사용할 때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을 올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진=뉴스핌DB]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도 있었다. 지난 11월 3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대표 측은 "일주일 만에 20억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일 정도로 경선자금 조달 여력이 넘치는 상황에서 경선자금 확보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며 "검찰의 짜깁기 수사와 기소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대응했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됐다는 지적과 함께 총선 전 사퇴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재판도 화두였다.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구속되면서 검찰은 돈봉투 수수 의원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사건 관련 현역 의원 중 가장 먼저 기소된 윤관석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은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윤 의원에 대한 1심 선고 결과는 내년 1월 31일 나올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1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2.18 leemario@newspim.com

jeongwon10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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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대법서 징역 7년8개월 확정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쌍방울 그룹에서 수억원대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쌍방울 그룹에서 수억원대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 받았다. 사진은 이 전 지사가 지난해 10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이던 2019년, 쌍방울로 하여금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와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보내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기도 평화부지사, 경기도 산하기관인 킨텍스 대표로 재직 중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등 3억3400여만 원의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이중 2억5900여만 원에 대해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이 전 부지사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정치자금법 위반 징역 1년 6개월, 특가법상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징역 8년을 합해 총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쌍방울이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의 방북비용(300만 달러)을 대납하려 했다는 검찰 측 판단을 모두 받아들였다. 다만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총 800만 달러 중 394만 달러만 해외로 밀반출된 불법 자금으로 인정했다.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 8개월 및 벌금 2억5000만원, 추징 3억2595만 원으로 감형했다. 구체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을, 특가법상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7년을 각각 주문했다. 1심 형량과 비교해 1년 10개월이 감형됐다. 2신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기소한 대북송금 800만 달러 가운데 394만 달러만 북한 측에 밀반출됐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이 중 200만 달러는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비용으로 대납한 것이라고 봤다. 다만 "뇌물죄, 정치자금법 위반죄 범행 후 공무원 또는 정치인으로서 부정한 행위까지 나아가지는 않은 점, 스마트팜은 인도적 지원 사업이었고 남북간 평화조성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추진이라는 정책적 목적도 있는 점, 김성태가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 추진 등 이익을 도모한 사정도 있고 피고인이 김성태에게 비용 대납을 강요한 사정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으로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 모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양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부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검사의 사전면담 등이 이루어진 증인의 법정진술의 신빙성 판단, 유죄의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뇌물수수죄에서 직무관련성, 대가성, 뇌물귀속 주체와 고의,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서 정치자금과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hong90@newspim.com 2025-06-0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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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장관 김현종·조현 거론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새 정부는 민생 회복과 함께 대미 관세 협상 등 외교·안보 문제도 시급하다. 미국 법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을 대상으로 부과한 상호관세 효력을 정지시켰지만 여전히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신 것은 아니다. 지난 4일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강조해왔다. 민주당 공약집을 보면 통상환경의 변화와 경제안보 중요성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20개국(G20)·주요 7개국(G7) 등의 적극 참여를 통해 글로벌 현안 적극 대응하고 2025 경주 APEC 성공적 개최를 위한 외교역량을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계승 발전해 글로벌 사우스와 권역별 협력을 심화하고 핵심소재·연료광물의 공급망(GVC) 안정화를 위한 통상협력 강화도 약속했다. (왼쪽부터) 김현종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외교안보특보, 위성락 민주당 의원, 조현 선대위 국익중심실용외교위 공동위원장, 안규백 의원. [사진=뉴스핌DB] 북핵 대응으로는 한국형 탄도미사일 성능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고도화를 내세웠다. 핵무장이나 핵잠재력 확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핵 대응의 기본 원칙은 한·미 확장억제 강화'라는 기존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 분야에서는 국방 문민화를 비롯해 군 정보기관 개혁, 육·해·공군 참모총장 인사청문회 도입 등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국가안보실장에 위성락 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인 위 의원은 '이재명 후보 외교안보보좌관'으로 임명돼 활동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 선대위 산하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 좌장을 맡았다. 외교부 장관 후보군으로는 조현 전 외교부 1차관과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언급된다. 조 전 차관은 선대위에서 국익중심실용외교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위 의원과 외무고시 13기 동기로 유엔대사,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외교부 국제기구국장 등을 역임했다. 김 전 차장은 대선 기간에도 '이재명 후보 외교안보보좌관' 자격으로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국방부 장관 자리에는 군 출신이 아닌 5선의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유력하다. 이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강조해 왔다. heyjin@newspim.com 2025-06-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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