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MZ 맛집 잇달아 강화
매출 높지만 2030 비중 낮아
2030 매출 60% 더현서 공식 따라
미래 소비 세대 MZ 공략 경쟁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매출 3조 돌파를 앞둔 롯데·신세계백화점 대표 점포들이 매출 1조의 더현대 서울 성공 공식을 따라가고 있다.
매출 규모면에선 더현대 서울이 작지만 미래 소비 주체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선 더현대 서울의 영향력이 더 높아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8층 영패션 전문관 이미스 매장 전경.[사진=신세계] |
◆ MZ가 찾는 K-패션·맛집 들인다
18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9월 영패션 전문관을 재단장하며 MZ세대 매출 비중을 끌어올렸다.
재단장 100일 만인 지난 16일 기준 32% 수준이었던 2030세대 매출 구성비는 50%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영패션 전체 매출은 70%가량 증가했다.
매출 증가를 이끈 건 MZ세대가 선호하는 K-패션 브랜드다. 이미스, 마르디메크르디, 포터리 등 새롭게 입점한 브랜드가 매출 상위권을 휩쓸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앞서 지난 4월 남성 전문관, 7월 스포츠·아웃도어 전문관을 재단장했다. 이때도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기준은 MZ세대였다.
스포츠·아웃도어 전문관은 아웃도어 의류와 일상복을 조합하는 고프코어 룩을 선호하는 1020세대의 취향에 따라 등산화 브랜드 살로몬의 의류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면서 10대 매출을 이전 대비 5배 넘게 끌어올렸다.
롯데백화점도 마찬가지로 매출이 가장 높은 잠실점을 'MZ세대 성지'로 만들기 위해 상품기획(MD) 역량을 총 동원하고 있다.
잠실 롯데월드몰에 국내 백화점 최대 규모로 문을 연 아더에러 플래그십 스토어, 마르디 메크르디의 백화점 1호 매장 등이 대표적이다.
MZ세대가 찾는 맛집도 품었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과 노티드 월드는 국내 유통사 최초로 입점시켰고, 블루보틀 11번째 매장도 열었다.
더현대 서울 내부.[사진=현대백화점] |
◆ 'MZ 백화점' 더현서 따라잡기 경쟁
기존 백화점에선 볼 수 없었던 K-패션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유명 맛집으로 식음료 매장을 채우기 시작한 선발주자는 더현대 서울이다.
더현대 서울은 이 때문에 다른 백화점과 다르게 2030 매출 비중이 매우 높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의 '큰 손'은 소비 여력이 있는 30~50대고 이들이 매출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더현대 서울의 매출 60%는 2030에게서 나온다.
2030은 많이 와도 매출 기여도가 낮은 '뜨내기손님'이라는 인식도 더현대 서울에선 사라졌다. 더현대 서울은 이달 초 국내 백화점 중 최단기간인 2년 9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샤넬, 루이비통 등 객단가가 높은 명품 브랜드 없이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스마저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올 정도로 온라인에 밀려 백화점이 몰락하고 있는 가운데 더현대 서울의 사례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견학을 온 외국 백화점 관계자들이 더현대 서울에 와서 가장 놀라는 점도 매장을 가득 메운 2030의 모습이다.
이에 연매출 3조 싸움을 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더현대 서울의 'MZ 공략 공식'을 따라가는 모습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모두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품고 있고 VIP 매출 비중이 높은 점포지만 2030 사이에선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내년 상반기에 재단장을 마칠 식품관도 2030 선호 식음료 브랜드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본관 리뉴얼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어려움을 겪는 상황 속에서 백화점 업계의 '콘텐츠 경쟁'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