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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청년사진가'구본창의 치열했던 항해,그 변화무쌍한 세계로

기사입력 : 2023년12월14일 15:10

최종수정 : 2023년12월15일 00:44

서울시립미술관 기획 '구본창의 항해' 14일 개막
사진예술의 확장 주도한 작가의 모험가득 신세계
'호기심의 방' '영혼의 사원'등 5개 섹터,총1100점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한국 현대사진의 시작과 전개를 주도해온 사진가 구본창(70). 그의 50여 년에 이르는 '사진 항해'가 서울 서소문의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섬세하고도 방대하게 펼쳐졌다. 이 압도적인 전시를 온전히 즐기려면 시간을 충분히 갖고, 미술관에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 구본창이 중학시절에 찍은 신선한 자화상에서부터 변화무쌍한 여러 시리즈의 작품과 최근작, 그리고 미공개작까지 모두 다섯개의 섹터에 걸쳐 전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50여년에 이르는 자신의 모험 가득한 '사진 항해'를 회고전 형식으로 개막한 작가 구본창. 큐레이터의 출품작 설명을 듣는 기자들을 뒤로 하고 포즈를 취했다. [이미지 제공=서울시립미술관] 2023.12.13 art29@newspim.com

뿐만 아니라 사진가인 동시에 기획자이자 수집가이기도 한 구본창이 오랜 시간 끈질기게 모으고 아카이빙해온 각종 자료와 오브제들이 일제히 나와 시간을 꽤나 할애해야 한다. 촘촘하게 전시장을 가득 채운 오브제들과 자료는 한국 현대사진의 흐름은 물론, 탐미주의자인 작가의 예리한 감각을 너끈히 가늠케 한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14일 서소문 본관 1, 2층에서 구본창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를 개막했다. 내년 3월10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사진예술'이라는 망망대해를 때로는 고독하게,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절절하고 숨막히게 헤쳐온 구본창의 오랜 항해를 작가와 함께 호흡하며 음미해보는 자리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수집가로서 끈질긴 수집벽과 예리한 감각을 보여주는 구본창의 수집품. 구본창 항해 전의 첫 전시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제공=서울시립미술관] 2023.12.13 art29@newspim.com

전시는 지난 1988년 지금은 사라진 워커힐미술관(당시 관장 박계희)에서 '사진, 새 시좌'를 기획해 당시 국내에선 생소했던 '연출사진(Making photo)'을 소개하며 한국현대사진의 서막을 열고, 변화를 리드해온 구본창 작가의 국내 첫 공립미술관 개인전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내년 5월 도봉구 창동에 오스트리아 건축가 믈란덴 야드리치가 디자인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을 개관한다. 이에 앞서 미술관은 구본창의 주요작품 49점을 서울특별시 문화본부를 통해 컬렉션한 바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중학 시절에 찍은 구본창의 '자화상', 1968, 젤라틴 실버 프린트, 12×8.5cm. [이미지제공=서울시립미술관] 2023.12.13 art29@newspim.com

이번 전시에는 '사진, 새 시좌'에 출품됐던 구본창의 '탈의기' 등 49점을 포함해 구본창의 전 시기 작품과 그가 수집해온 다양한 자료들이 망라됐다. 이를 통해 구본창의 다채로운 작품세계와 한국 현대사진의 전개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비전을 모색해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구본창 '지화상 02', 2008,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6×35cm [이미지 제공=서울시립미술관] 2023.12.13 art29@newspim.com

구본창의 전시는 '호기심의 방'에서 시작해 '모험의 여정', '하나의 세계', '영혼의 사원'을 거쳐 '열린 방'으로 끝을 맺는다. 전시 타이틀을 '항해'로 한 것은 스스로 원하는 길을 찾고자 비바람과 파도가 몰아치는 망망대해를 헤쳐온 작가의 오랜 여정과 한국현대사진의 시작과 전개에 미친 영향, 그리고 놀라우리만치 변화와 실험을 추구해온 작품세계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70세 청년 사진가'인 구본창은 이번 회고전이 끝이 아니라고 한다. "이제 새로운 시작 앞에 섰다"며 다시금 닻을 올릴 태세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구본창 '긴 오후의 미행 004',1985, 젤라틴 실버 프린트, 세피아 톤, 23×33.5cm [이미지 제공=서울시립미술관] 2023.12.13 art29@newspim.com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구본창 작가의 이번 전시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사진이 '객관적 기록'이라는 기존 역할을 뛰어넘어, 회화·조각·판화 등 다양한 매체 특성을 반영해 주관적인 표현이 가능한 '연출사진'이라는 분야를 개척해 한국현대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며 "내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기획자로 한국사진의 세계화에 기여해왔고, 시대를 앞서가는 실험적인 작품활동으로 사진을 현대미술의 장르로 확장시킨 구본창의 회고전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나아갈 방향을 점검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구본창 '콘크리트 광화문 03-1', 2010,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75cm. 이번 '구본창 항해'전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이미지 제공=서울시립미술관]2023.12.13 art29@newspim.com

첫번째 섹터인 '호기심의 방'은 구본창의 창작활동의 원천이자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모아온 작가의 수집품으로 구성했다. 이 방은 방대한 양으로 전시기간 중 두차례 새로운 구성으로 선보인다. 이어 '모험의 여정'은 진정한 자아를 찾아 떠난 독일 유학, 귀국해 제작한 실험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사진작품들이 소개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구본창 '화이트 09', 1999, 한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30×162cm [이미지 제공=서울시립미술관] 2023.12.13 art29@newspim.com

세번째 섹터인 '하나의 세계'는 부친의 죽음을 계기로 매체적 실험에 집중했던 기존 작품에서 자연의 순환을 담은 정적이고 서정적인 작품으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나왔다. 이를 통해 한국현대사진이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어 '영혼의 사원'은 시간의 흐름과 삶과 사회를 담은 '사물'을 대상으로 한 차분한 연작들이 나왔다. 마지막 섹터인 '열린 방'은 유학 시기와 귀국 초기 제작했던 스냅사진 형식과 내용의 연장선에 있는 '익명자' 시리즈를 전시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구본창 '리플렉션 009', 2018,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5×19.5cm2023.12.13 art29@newspim.com

구본창 작가는 데뷔이래 무려 50여개에 이르는 작품 시리즈를 시도했다. 한 곳에 고여있기 보다는 끝없이 도전하고, 실험을 거듭하며 변화를 모색한 '현재진행형 작가'라는 점에서 경이롭기 그지 없다. 그 중 총 43개의 작품 시리즈가 이번 전시에 나와 작가의 깊고 넓은 예술세계를 충분히 살필 수 있다. 시기별로는 1968년 제작한 '자화상'부터 최근작까지 전 시기 작품이 망라돼 작가의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한국현대사진의 전개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구본창 '지화 02', 2008,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6×35cm [이미지제공=서울시립미술관] 2023.12.14 art29@newspim.com

대중에게 구본창은 전세계 주요 박물관에 소장된 아름다운 조선백자 등을 유려하게 담은 도자기 사진이 주로 각인돼 있다. 물론 이 도자기 연작은 구본창의 놀랍고 빛나는 성취다. 그러나 이번 회고전은 구본창의 사진가로서의 여정이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방대하고, 번뜩이는 예술혼과 모험심으로 가득차 한국현대사진의 잠재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구본창을 정점으로 우리 사진은 향후 국제무대에서 힘차게 뻗어나갈 가능성이 감지되는 것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구본창 '익명자 71', 2019,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5×19cm [이미지 제공=서울시립미술관]2023.12.13 art29@newspim.com

서울시립미술관은 구본창 회고전의 도록을 2024년 1월중순 발간한다. 이번 도록에는 전시기획 글을 포함해 3편의 원고 '구본창의 항해'(한희진 학예연구사), '아름다움을 고백한다:구본창의 사물 사진'(김영민 서울대학교 정외과 교수), '물질과 정신'(가브리엘 보레 프랑스 전시기획자이자 평론가)과 전 작품 시리즈가 수록될 예정이다. 

미술관은 전시연계 프로그램인 '작가와의 대화'도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상세 내용은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작품해설은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무료관람.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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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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