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이 마약 제보자 면담강요 혐의 유죄
1심 무죄 뒤집혀…징역 6개월·집유 1년 선고
보복협박·강요 혐의는 무죄…"해악 고지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소속 가수에 대한 마약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제보자를 협박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3부(이의영 원종찬 박원철 부장판사)는 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구매 의혹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2022.12.22 mironj19@newspim.com |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과 행동에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과 같이 양 전 대표의 보복협박 및 강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면담강요죄는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 수사·재판과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그 친족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했을 때 적용된다.
재판부는 "대형 연예기획사의 실질적 대표라는 월등한 사회적 지위와 연예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를 가진 피고인이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피해자를 야간에 밀폐된 사무실로 불러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질타하고 번복을 요구하도록 위력을 행사한 이상 이 사건 조항의 처벌을 면할 수 없고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실제로 비아이에 대한 수사가 무마되면서 적지 않은 유무형의 이익을 취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을 고려하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익신고 이후 비아이에 대한 수사가 재개돼 뒤늦게 처벌이 이뤄졌고 피해자도 당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다"며 "비아이가 마약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범행한 것으로 위력 행사의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표는 선고 직후 '유죄로 바뀌었는데 하실 말씀 없나', '상고할 계획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앞서 양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8월경 소속 아이돌그룹 '아이콘'의 멤버였던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마약 구매 및 투약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린 제보자 한모 씨를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진술을 번복하도록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한씨는 경찰에 진술을 번복했고 이듬해 "양 전 대표가 거짓 진술을 강요하고 미국에 나가 있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 등 도피를 지시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한씨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양 전 대표가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고 말을 안 들으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반면 양 전 대표 측은 거짓 진술을 하도록 협박하거나 강요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한씨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려워 보복협박이나 강요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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