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 5만건에서 7만건대로 급증
집값 부담과 경기위축에 관망세 확산...25개구 모두 증가
거래 둔화에 급매물 쌓여 집값 유지 부담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집값 불투명성이 높아지면서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이 연중 최대치로 불어났다. 거래가 감소한 상황에서 매도 물량이 쌓이고 있어 대세 하락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과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주택 매수여력이 하락하고 있다. 집값이 석 달 정도 급격히 반등한 것도 대기 수요자가 관망세로 돌아선 이유로 해석된다. 정부가 가계부채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내 집 마련의 시기를 늦추는 수요층이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 10개월새 50% 증가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집을 팔려는 매도 수요로 인해 매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거래는 감소하고 있어 올 연말 이후 집값 대세하락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파트 실거래가 제공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집을 팔려는 아파트 매도물량이 연초 5만 513건에서 지난 23일에는 7만5921건으로 50.1% 급증했다.
서울 25개구 중 광진구로 가장 많이 늘었다. 연초 960건으로 1000건을 밑돌았던 매도물량이 지난 24일 기준으로 1830건으로 90.6% 증가했다.
<자료=아실> |
주택 수요층이 두터운 강남 등 인기 지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 기간 서초구는 3220건에서 5715건으로 77.4% 늘었다. 마포구는 1978건에서 3221건으로 62.1%, 강남구는 4054건에서 6547건으로 61.4%, 동작구는 1917건에서 3084건으로 60.8%, 송파구는 3545건에서 5584건으로 57.5% 각각 불어났다.
상대적으로 집값 오름폭이 컸던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쌓이는 분위기다. 집값 반등에 가격 부담이 생기자 관망하려는 대기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중저가 매물이 많은 강북 지역은 40% 정도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노원구는 3736건에서 42.5% 증가한 5326건으로 늘었다. 중랑구는 1587건에서 42.0% 증가한 2255건, 은평구는 2224건에서 38.7% 늘어난 3086건, 도붕구는 1628건에서 38.4% 불어난 2254건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에서 모두 매도물량이 증가했으며 지역별로 최고 90.6%, 최저 20.5% 매도물량이 늘어난 상태다.
매도호가도 일부 낮아지고 있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의 전용 124㎡는 지나날 매도호가가 36억원에서 이달 35억원으로 1억원 낮아졌다. 이 면적의 최고 거래가는 36억5000만원이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의 전용 113㎡는 이전 호가에서 5000만원~1억원 낮은 23억~23억5000만원에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 거래 줄고 급매물 쌓여... 집값 하락 가능성
주택경기 불확실성에 대기 수요자의 관망세가 더 늘어날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거래량이 주춤하다 보니 늘어난 매도물량이 소진되지 않고 있다. 2021년 집값 호황기에는 서울 아파트 월별 거래량이 6000~7000건 수준을 유지했다. 작년에는 1000건대로 하락하다 올해 상반기에는 3000건대로 회복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증가세를 기록하진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844건에서 9월에는 지난 23일 기준 3305건으로 줄었다. 거래신고 잔여기간을 감안할 때 3600건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에도 620건으로 집계돼 3000건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리가 다시 뛰면서 주택매수 여력이 감소했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지난 4일 기준 4.17~7.121%로 집계됐다.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상단이 7%대를 넘어섰다. 주담대 5년 고정형 금리는 4.00~6.441%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정금리 역시 최근 하단이 4%대로 올라섰다. 미국의 장기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어서 국내 대출금리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서울지역 아파트의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구입) 비율도 연초 10%대에서 이달에는 4~5% 수준으로 하락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집값이 연초 대비 3억~4억원 반등해 가격 부담이 커진 데다 경기전망도 악화하자 매수세가 둔화한 분위기"라며 "대세 하락 분위기까지는 아니지만 급매물도 거래가 되지 않아 쌓이면 집값 유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