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반도체·제약도 15% 상한…트럼프 위협했던 고율 관세보다 완화
EU, 7,500억 달러 에너지 구매·6,000억 달러 투자 약속…美 "보장 없는 지출"
합의문에 '디지털 무역 장벽 해소' 명시…빅테크 규제는 향후 과제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달 극적으로 타결한 무역협정의 세부 내용을 21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공개했다.
합의안에는 EU산 대부분의 상품에 대해 미국이 15% 관세를 일괄 적용하고, EU가 미국산 에너지 대량 구매와 미국 내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이 담겼다.
![]() |
지난 2020년 1월 다보스 포럼서 만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자동차·반도체·제약도 15% 상한
성명에 따르면 미국은 9월 1일부터 EU산 수입품 대부분에 15% 관세를 부과한다. 기존 27.5%였던 자동차·자동차 부품 관세도 EU가 산업재 전반의 자국 내 관세를 낮추는 법안을 도입하면 15%로 인하된다.
항공기 및 부품, 제네릭 의약품, 화학 전구체 등 일부 품목에는 최혜국대우(MFN) 관세만 적용된다. 반도체·제약·목재 역시 15% 상한으로 제한된다.
이는 당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했던 30~100%의 고율 관세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 EU, 1,350조원 규모 에너지·투자 약속
그 대신 EU는 7,500억 달러(약 1,000조 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와 6,000억 달러(약 839조 원) 추가 투자를 2028년까지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액화천연가스(LNG), 석유, 원자력 에너지뿐 아니라 AI 반도체 분야까지 포함된다.
다만 미국 행정부는 이를 "보장된 약속이 아닌 '의도된(expected)' 지출"로 규정해 강제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백악관은 이번 합의가 양측 경제의 재산업화를 촉진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 유럽 내 반발 여전
EU 내부에서는 이번 합의가 미국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자동차 제품에 대한 15% 관세만으로도 독일 기업들에 매년 수십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가 에너지·투자·농축수산물 개방을 약속한 반면, 미국은 전략산업 관세를 단일 상한으로 묶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를 "WTO 중심의 30년 다자무역 체제를 정부 간 양자 협정으로 대체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역사상 가장 큰 무역합의"라고 자찬하며, "양측 모두 무역 불균형 해소라는 공통의 문제를 양자 틀에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디지털 규제, 협의 과제로 남겨
이번 합의문에는 '부당한 디지털 무역 장벽 해소'가 명시됐다. 양측은 데이터·디지털 규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으며, EU는 미국 IT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망 사용료(network usage fees)'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등 빅테크 규제 전반은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아 향후 협의 과제로 남았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