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개체 증가에도 방역비 예년수준...7~8월 방역 못해
"민원 있어야 추가 방역"...소극 방역에 주민 불만 치솟아
[대전=뉴스핌] 오종원 기자 = 여름이 지났는데 아직도 모기가 기승이라 잠을 제대로 못잔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여름모기 이야기는 예전 같으면 맞는 말이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한여름 밤, 모기와의 전쟁은 옛날 말이 돼버렸다. 이제는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주 계절이 여름이 아닌 가을이 되고 있다. 여름모기에서 가을모기로의 대전환이다.
대전 중구청 전경. [사진=대전 중구] |
왜 일까. 가을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져 물지 못한다는 말도 있는데 무슨 이유로 가을인데도 모기가 활개를 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모기는 장마가 지나면 크게 늘어난다. 주변에서 보는 모기는 대부분 빨간집모기와 지하집모기다. 이들은 고인 물에 알을 낳고, 온도만 유지되면 크게 번식한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가을 들어서도 일주일이 멀다고 할 정도로 자주 비가 내린다. 기온도 내려가지 않고 가을 무더위란 말이 나올 정도로 더운 날이 많아졌다.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시작되면서 개체 수가 급증하는 것이 모기의 생태라서 이같은 환경이 가을모기 증가에 큰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가을모기가 여름모기보다 독하다는 것이다. 한번 물리면 가려움증이 오래 간다. 이로 인해 더 가렵고 붓기가 오래가게 되기에 그만큼 사람이 피곤하고 힘들어 지는 것이다.
가을모기가 많아진 이유만큼 방역도 더 많이, 더 자주해서 퇴치해야 하는 이유가 이때문인 것이다.
그런데도 모기가 늘어난 것에 비해 방역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역의 경우도 올해 폭염·폭우 등의 기후에 따라 가을모기 개체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시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
[대전=뉴스핌] 오종원 기자 = 대전 중구 은행동 한 골목 모습. 2023.10.06 jongwon3454@newspim.com |
그럼에도 대전 자치구의 방역 대응은 매우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 중구의 경우 올 여름 방역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구는 고령인구 등 생활 환경 여건이 타 자치구보다 어렵다. 그만큼 대전 중구가 관련 방역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전 중구는 현재 방역 활동을 보건소 주관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 관련 예산은 총 4억 6000여만원으로 편성했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전 중구는 17개 동을 5개 권역으로 나눠 방역 관리 중이다. 방역은 7개 민간대행업체에 위탁하고 있으며, 이들 업체들은 각각 맡은 권역에 주야간 팀당 주 1회씩 모기 방역을 마무리했다.
또 중구보건소 자체적으로 지난 3월 2일부터 4월 중순까지 해빙기 유충구제 집중 방역을 위해 방역반 2개조를 편성하고 경로당, 공중화장실 정화조, 집수정, 기계실 등에 대한 방역활동을 했다.
또 중구는 보건소에서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지역 내 하천 및 하수구, 방역취약지 등을 집중 방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기 발생이 가장 많은 여름철에 무슨 이유에선지 제대로 된 방역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충 방역은 실외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계속되는 폭우로 인해 사실상 손 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대전 중구보건소 관계자는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해충 방역소독 계획을 세워 진행 중이나 지난 7월과 8월 많은 폭우로 인해 방역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국내 모기 개체 급증이 몇 년전부터 문제되고 있지만 대전 중구청과 보건소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모기 [사진=픽사베이] 2023.10.06 jongwon3454@newspim.com |
올 가을 모기 수 급증에 따른 방역 강화 계획을 묻는 <뉴스핌>에 중구보건소 한 관계자는 "사실상 계획이 없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추가적으로 방역을 실시할 뿐 구청이나 보건소 차원에서 관련 방역 강화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고 얼버무렸다.
특히 재개발이 수십 년 간 정체돼 방역 사각지대인 은행동 1~2구역 일대는 모기 피해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뉴스핌> 기자가 지난 4일 오후 은행동 일대 식당과 거리를 약 3시간 가량 다녀본 결과 다리와 발목, 목, 손가락 등에 물렸다.
주민 불만도 상당히 높다. 대전 중구 원룸에 거주 중인 20대 김성민씨는 "작년보다 확실히 가을모기가 늘었는데도 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빌라촌이다보니 해충 발생이 아파트보다 더 많을 텐데 왜 적극적인 방역을 하지 않는지 대체 구청이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상인들은 가을모기가 극성이라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서 매출 하락 여부를 우려하고 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모기가 급증해 손님들이 자리에 앉아 있기 불편해 하는데도 소독약 냄새 등으로 적극 방역에 나서기도 어려워 결국 영업에 지장을 생길까봐 걱정"이라면서 "그런데 늘어난 모기 수에 맞게 방역도 활발히 진행돼야 하는데 관청에서는 나몰라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빌라 등 비아파트 거주 형태가 많은 대전 중구의 경우 공공방역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중구의 경우 노인 비율이 22%로 대전 자치구 중 가장 높아 일본뇌염, 말라리아 등 치명적인 전염병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방역은 주민 안전 보건의 가장 기초단계"라면서 "모기 개체수 증가는 수년 전부터 예고된 상황임에도 이에 대전 자치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로 속히 현장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jongwon345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