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증권·금융 채권·외환

속보

더보기

[격랑의 통화전쟁]⑦아베노믹스의 명암

기사입력 : 2023년10월01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10월03일 11:37

이철환 금융연구원 비상임 연구위원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기축통화로 역할해 온 미국 달러화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 G2로 성장한 중국의 위안화가 급부상했고, 암호화폐가 기존 통화의 대체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철환 금융연구원 비상임 연구위원의 기고 연재를 통해 통화전쟁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한다.

이철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일본경제의 역사는 '엔고(円高)와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5년 9월의 플라자합의는 일본경제에 대전환점이 됐다. 이후 엔화 가치는 10년 만에 3배나 올랐다. 그 이후에도 엔화는 계속 상승하여 2012년 9월에는 77엔을 기록했다.

이는 결국 일본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를 가져왔다. 여기에 내수 부진이 더 큰 문제로 가세했다.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980년대 평균 4.7%에서 1990년대 이후 1%대로 급락한 것은 주로 내수 부진에 기인했다. 그리고 이 내수 부진은 현재 일본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 문제인 '디플레이션(deflation)'에서 비롯되고 있다.

2011년 9월 출범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취약한 재정과 장기간 시행중인 제로(0) 금리정책으로 인해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바닥이 나면서 한계에 봉착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 억제와 경기부양 차원에서 엔고 저지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 역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격랑의 통화전쟁] 글싣는 순서

1. 미국 경제력과 달러패권의 위상
2.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부채한도 증액
3. 반복되는 금융위기
4. 중국경제력 확대와 위안화 상승
5. '탈달러' 현상에 편승한 위안화 파고들기
6. 유로화, 존재감 약한 2위 기축통화
7. 아베노믹스의 명암
8. 암호화폐의 기축통화 가능성과 미래
9. 달러패권의 시대는 저무는가
10. 위안화가 달러를 넘어서기 어려운 이유

다만, 아베신조(安倍晋三)가 총리가 되면서부터는 상황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아베는 2012년 총리가 된 이후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쓰기 시작하는데, 이를 흔히 '아베노믹스(Abenomics)'라고 부른다. 그는 취임 후 지난 약 20년간 계속된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연간 물가상승률을 2~3%로 정하고 과감한 금융완화, 인프라 투자확대 재정정책, 적극적인 경제성장 정책을 펼쳐 왔다.

우선 취임 후 10년간 약 200조 엔의 자금을 각종 토목공사에 투입하는 과감한 재정정책을 추진을 선언하였다. 또 아베는 당시 미국이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출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이는 '아베노믹스'가 공격적인 엔저 정책 및 양적완화에 이어 무역협상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였다. 수출기업의 실적회복을 통해 경기부양을 노리는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이 엔저 정책에 이어 관세철폐로 더 힘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통화정책이었다.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해서는 무제한의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미국이 2009년부터 양적 완화를 단행하자 일본도 이에 동조하여 양적 완화에 나섰다. 2010년 11월,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0~0.1%로 동결하는 한편, 금융자산 매입기금을 활용해 국채와 주식펀드, 부동산 신탁 등의 매입에 착수했다. 이후 일본은 자금의 공급 규모와 매입자산 대상을 지속해서 늘려왔다.

2013년 4월, 일본은행은 아베노믹스의 전도사로 알려진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가 취임하면서 양적 완화는 더욱 탄력을 받으며 가속화되었다. 그는 물가상승률 2%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 본격적으로 질적 및 양적 면에서의 금융완화 시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후 금리를 추가로 인하여 기존의 제로금리에서 2016년부터는 아예 -0.1%의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였다.

이와 아울러 양적완화 시책도 오히려 미국보다 더 과감하게 추진해 나갔다. 우선 양적완화의 총액 한도를 제거하면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이를 때까지 무기한으로 통화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매입대상 국채도 장기화하는 한편 위험자산까지 확대했다. 이를 위해 일본은행은 40년 만기 국채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국채를 매입대상으로 확대하는 한편, 주식과 부동산 관련 위험자산 매입도 늘렸다. 국채매입 방식 또한 자산매입기금을 따로 설정해 이를 통해 매입하는 간접 방식이 아닌 일본은행이 직접 국채를 매입하는 일반 방식으로 일원화했다.

아베노믹스는 시행 즉시 상당한 효과를 나타내었다. 엔/달러 환율이 2012년 9월 13일 1달러당 77.49엔이었으나, 총리가 된 2012년 12월 16일 83.70엔, 2013년 1월 들어서는 90엔을 웃돌기 시작했다. 더욱이 G20 재무장관 회의가 개최된 2013년 4월 중순을 고비로 마침내 달러당 100엔 선에 이르게 되었다. 그만큼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동안 닛케이(日經, Nikkei) 평균주가도 약 40% 상승하였다.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일본이 변하기 시작했다. 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20여 년 동안 일본은 경제가 나락에 빠지면서 이제는 세계 이류 국가그룹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혀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아베노믹스 이후 뭔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어쩌면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적지 않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베노믹스에 대한 국내외 비판이 제기되었다. 첫째, 일본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근본 대책이 없는 단기처방이란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를테면 그간 일본 장기 침체의 원인으로 지적돼 온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한 내수시장 축소, 기업의 과당 경쟁, 혁신 능력 상실 같은 문제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둘째, 아베노믹스는 그러지 않아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본의 국가부채 규모를 더욱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아베노믹스에는 재정지출 확대 계획만 있고, 세수 증대 계획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취임 후 10년간 200조 엔의 토목공사를 공언하였는데, 정작 재정 확보를 위한 소비세 인상에는 소극적이었다.

셋째, 과도한 엔저의 지속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일본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는 일본 제조업체들이 장기간 지속된 엔고로 생산 기반을 아시아 등 해외로 이전해 버린 관계로 엔저가 가져올 이득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 제조업의 해외생산 비율은 1990년 6.0%에서 2010년 18.1%로 높아졌고 2020년 24%로 늘었다. 그리고 엔저로 수혜가 기대되는 제조업의 비중은 1990년 26%에서 2020년 20.5%로 떨어졌다. 반면,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휘발유 등 수입 물품 가격이 크게 올라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었다.

아베노믹스의 정책 기조는 현재의 기시다 내각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22년부터 전 세계는 41년 만의 인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초고속으로 금리를 올렸지만,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했다. 양적완화 시책도 지속하고 있다. 2023년 4월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신임 총재는 기존의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엔화 약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일본경제는 2023년으로 들어서면서 뚜렷한 회복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2023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7%, 연간으로 환산하면 2.7%에 달했다. 익숙해져 있던 제로 성장에서 탈출하게 된 것이었다. 닛케이지수는 3만 3천을 넘어서며 33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줄곧 1% 안팎에 머물던 소비자물가상승률도 3~4%대에 달한다. 아베노믹스가 드디어 결실을 보고 있다는 낙관론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가장 큰 외견상의 문제는 국가부채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64%로 선진국 중 가장 높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국채발행량이 증가한 데 기인한다. 그 결과 금리 인상이 어려운 등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지속되는 엔저 현상도 꼭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엔화는 달러당 140엔을 웃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엔저에도 불구하고 2023년 1분기 수출은 4.2% 감소했다. 더욱이 통화가치란 한 나라의 기초체력 즉 펀더멘탈(fundamental)을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통화 약세는 그만큼 국력이 약화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일본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이미 대만에 밀린 상태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아직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독일의 추격으로 위태로운 실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외형상의 문제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아직도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UN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일본은 13위에 그쳤다. 도전과 변화보다는 체제에 순응하는 데 익숙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세계 1위 고령화 지수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경제사회의 활력과 역동성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그러기에 일본의 장밋빛 미래 청사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의 여지가 남아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명동성당 프란치스코 교황 애도 물결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선종한 가운데, 국내 명동대성당에 공식 조문을 위한 분향소가 마련됐다. 조문을 하러 온 천주교 신자들은 애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명복을 빌었다.  22일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프란치스코 교황 빈소가 마련됐으며 이날 오후 3시부터 일반 조문이 진행됐다. 여기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조문을 다녀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2일 오후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서 조문객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2025.04.22 pangbin@newspim.com 이날 공식 분향소에는 염수정 추기경, 정순택 대주교, 구요비 주교, 이경상 주교를 비롯한 주교단 조문 이후 일반인들의 조문이 시작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공식 분향소를 찾아 분향하고 "제266대 故프란치스코 교황은 천주교회와 전 세계 신자들에게 깊은 영적 가르침과 믿음의 유산을 남기셨다"면서 "늘 겸손하고 소탈하신 모습으로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신 故프란치스코 교황께 깊은 감사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천주교 신자인 유인촌 장관도 오후 3시 20분께 조문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염수정 추기경, 정순택 대주교 등 서울대교구 주교단이 22일 서울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5.04.22 photo@newspim.com 적지 않은 비가 내리는 평일 낮 시간임에도 공식 분향소에는 천주교 신자들의 조문이 조용히 이어졌다. 번잡하거나 사람이 북적이지는 않았지만, 차분한 표정으로 분향소를 향하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검은 복장으로 공식 분향소를 찾은 박 씨(70대, 여)는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좋은 곳으로 가셔서 이제는 평안하시길 빈다"고 애도했다. 신앙을 함께하는 이들과 동행한 그는 "예수님을 먼저 뵙고 조문하려고 한다"면서 예배당으로 들어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2일 오후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조문객들이 추모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5.04.22 pangbin@newspim.com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제266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가운데, 22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영성센터 건물 외벽에 교황의 사진이 걸려있다. 2025.04.22 yym58@newspim.com 또 다른 천주교 신자 김 씨(60대, 여)는 "이렇게 빨리 가실 지 몰랐다. 제겐 비보로 다가왔다. 불과 며칠 전에 공식석상에서 말씀하셨던 모습을 기억한다"면서 "그분 말씀을 하니 마음이 또 뭉클하다. 항상 가난한 이들을 돌보셨던 훌륭한 분이다. 부활절 다음날 돌아가신 게 분명 좋은 곳으로 가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측에 따르면 이날부터 언제까지 조문을 받을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향후 교황청에서 장례 일정을 정하면 그에 따라 조문 절차를 운영할 예정이다.  jyyang@newspim.com 2025-04-22 16:49
사진
中, 3조 미국산 쇠고기 타국산 대체중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미·중 관세 전쟁으로 인해 중국 내 스테이크 레스토랑들이 미국산 쇠고기 대신 호주산 혹은 자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양국의 관세 분쟁으로 인해 미국산 쇠고기 가격이 급등할 것을 전망하는 중국 내 레스토랑 업체들이 미국산 쇠고기 사용을 중단하고 있다고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22일 전했다. 이들 레스토랑은 호주산 쇠고기로 공급선을 전환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은 맞불 관세 125%를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고 있다. 중국 내 미국산 쇠고기 재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 가격은 같은 등급의 호주산에 비해 50% 이상 비싸다.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던 중국 레스토랑들은 속속 미국산 사용을 포기하고 있다. 베이징의 유명 스테이크 체인인 번레이(本垒)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해왔지만 이제는 호주산을 사용할 방침"이라며 "다음 달부터는 호주산 쇠고기와 소시지를 원자재로 구매해 사용할 예정이며, 돼지갈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미국산을 사용하지 않고 캐나다산을 사용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중국의 대형 마트 역시 미국산 소고기 판매를 감소시키고 있다. 기존의 재고가 소진되면 미국산 소고기를 더이상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 쇠고기의 대중국 수출액은 20억 달러(2조 8500억 원)였다. 미국산 쇠고기는 중국 내에서 주로 호텔, 고급 레스토랑 등에서 사용되어 왔으며, 높은 단가의 메뉴에 사용되어 왔다. 미국 쇠고기 수입분은 호주산, 중국산 제품으로 전량 대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브라질산 쇠고기의 수입도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 이스턴 마킷 소고기 판매 매장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2025.03.28 kongsikpark@newspim.com ys1744@newspim.com 2025-04-22 10:0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