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최신칩 나온 화웨이폰...명확한 선긋기로 대응
中빠른 반도체 기술 추격 "삼성에 위협 될 수도"
[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용 기자 = SK하이닉스가 중국 화웨이가 출시한 최신폰 '메이트 60 프로'에 자사 최신 메모리반도체 칩이 나오며 경위 파악에 나서고 있다.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둔 하이닉스는 미국이 1년 단위로 중국 공장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유예해 주고 있는 상황에, 자칫 미국 심기를 건드릴까 화웨이에 제품을 납품한 것이 없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해 더 강도 높게 반도체 수출 통제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이다.
◆미→중 반도체 규제 강화? "美기업도 영향, 곤란할 수도"
13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메이트 60 프로'에 사용된 메모리 반도체 중 일부는 SK하이닉스 저전력(LP)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D램 제품과 유니버설플래시스토리지(UFS) 3.1 낸드플래시로 비교적 최근 생산된 제품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020년 중국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면서 화웨이에 제품을 납품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최근 제품이 화웨이 신제품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SK하이닉스 측은 화웨이폰 신제품에 SK하이닉스 제품이 들어갔다는 외신 보도가 있고 즉각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수출 규제를 철저하게 준수한다는 것이 당사의 확고한 방침"이라며 "화웨이 제품에 자사 칩이 쓰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신고를 했고, 이 사안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화웨이의 최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표했지만,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한국과 대만 기업에 대해선 1년간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다음 달에 유예조치가 연장될 지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번 화웨이 사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전자 중국 시안공장에선 낸드 반도체의 40%, SK하이닉스 우시·다롄 공장에선 D램 반도체 50%, 낸드 30%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수요 위축, 가격하락 등과 맞물려 재고조정을 하고 있는 양 사는 중국 공장 중심으로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두 기업 모두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양은 막대하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앞으로 미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국이 제시한 제재 규칙에 따르라는 등의 강요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기업이 미국 규제를 어기지는 않겠지만, 중고 시장이나 블랙마켓 등 우리 기업의 제품이 중국에 팔릴 수 있는 루트가 있는 만큼 상황이 좋지는 않다"고 우려했다.
김용석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성균관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정부의 입장과 기업의 입장이 다른데, 미국 입장에서 중국에 대한 규제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미국 기업 입장에선 반도체 장비를 팔아야 하는데 못 팔게 되면 비즈니스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고, 판로가 막히니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곤란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에 돈 퍼붓는 중국...SMIC 성장, 삼성 경쟁자로?
여기에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 성장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SMIC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
로이터통신은 지난 5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미국 등 반도체 강국과 경쟁하기 위해 30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54조7000억원을 목표로 새로운 국가 지원 투자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투자 영역은 반도체 제조 장비다. 이를 위해 중국 재무부는 기금의 20%에 해당하는 600억 위안(약10조 9000억원)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반도체 칩이 올라오려면 단계가 있는데, 이번에 중국에서 7나노 칩이 나온 것은 이미 그만큼 기술력이 올라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지난 2~3년간 미국의 중국 수출 통제는 앞으로 2~3년 뒤 중국의 반도체 기술 개발 속도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예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석 부회장은 "중국은 SMIC를 통해 파운드리를 강화할 것이고, 투자가 계속돼 성장하게 된다면 삼성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면서 "중국이 3나노, 2나노로 쫓아오는 것이 빠를 수 있고, 미국의 경우 TSMC나 삼성의 미국 공장이 잘 돌아가 파운드리가 안정화될 때까지 중국에 대한 제재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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