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연구자 넘어 산업계 위한 '익명DB' 고안
산업계 "필요한 부분 추출 어려워…심평원 데이터 쓸 듯"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산업계를 위해 의료 빅데이터 서비스 '익명DB'를 개방했다. 간소화된 절차와 넓어진 제공 범위라는 특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바이오헬스 업계에서는 활용도가 낮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서는 지난달 28일부터 '익명DB'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최근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안전하고 편리한 의료 빅데이터 개방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 측에서 고안한 새로운 사업 중 하나가 '익명DB'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자격, 보험료, 징수, 보험급여, 건강검진, 장기요양 등 공단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터 중 연구에 필요한 일부 자료를 추출해 연구용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자료를 구축해, 보건의료 정책 수립 및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료제공=국민건강보험공단] |
'익명DB'는 기존 서비스 이용자를 넘어 산업계의 빅데이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건보공단 측은 "시장동향 파악 및 마케팅 전략 수립, 연구개발을 위한 기초 정보 획득, 신속한 의사결정 지원 등이 필요할 때 익명DB를 제공해 산업계를 지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업체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 간소화된 절차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기존에 건보공단이 제공하던 가명데이터는 결과값이 나오기까지 일반인의 경우 6개월, 정책 연구자의 경우 3개월이 걸렸다. 반면 익명 DB는 그 기간을 평균 4주로 대폭 줄였다.
익명DB는 데이터를 제약바이오사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헬스케어 기업에게까지도 제공한다. 진료비 기록뿐 아니라 보험료와 건강검진 데이터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익명DB가 생겼다는 소식은 반기면서도 활용도에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서비스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현업에서 쓰기는 어렵다는 게 주된 평가다.
A사 관계자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부분 추출이 어려워서 데이터를 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DB는 각 제약사가 판매하는 품목별로 데이터를 뽑을 수 없어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익명DB는 상병이나 주성분코드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사용하는 게 일종의 관례로 자리잡아 서비스를 쉽게 바꾸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B사 관계자는 "건보공단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연구계획서나 연구자 이름을 적어서 내야 했기 때문에 마케팅 부서에서는 쓰는 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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