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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디지털 주권' 위기

기사입력 : 2023년07월31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07월31일 08:00

[서울=뉴스핌] 김양섭 중기벤처부장 = 한국은 구글이 '검색'으로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중국, 러시아 등도 그렇지만 이들은 구글에 대해 폐쇄 정책을 쓰는 국가들이다. 비교적 건재했던 우리나라의 '디지털 주권'이 최근 위기 상황을 맞았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서서히 잠식당하고 있다. 최근 리서치 통계를 보면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약 54%, 구글은 36% 정도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네이버는 10%포인트(P) 정도 낮아졌고, 구글은 그 정도 더 높아졌다. 추세적인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다. 

디지털 주권을 잃어버린 대표적인 곳이 유럽이다. 유럽에서 생산된 데이터는 물론, 이로부터 파생되는 부가가치도 모두 미국 기업이 차지하게 된다. 이런 위기감은 이미 충분히 감지됐지만, 이를 역방향으로 되돌리기엔 시기를 놓친듯 하다. 지난 2019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유럽 국가들이 힘을 합쳐 독자적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미 놓친 디지털 주권을 다시 되찾는 것은 쉽지 않다. 구글의 유럽 검색시장 점유율은 15여년 전부터 90% 수준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작년 말 혜성처럼 등장한 챗GPT(Generated Pre-trained Transformer)는 10년 만에 나올까 말까 하는 '게임 체인저'급이다. 1990년대 후반 초고속인터넷, 2000년대 후반 애플의 아이폰, 그리고 다시 10여년 만에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등장한 것이다. '디지털 주권'을 넘어 '인공지능(AI) 주권'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이다. 검색으로 전 세계 디지털 주권을 장악한 구글조차 비상 상황을 선포할 정도다. 에릭 슈밋 전 구글 CEO는 '이노베이션 파워'라는 기고에서 AI를 '시대의 게임체인저'로 선언했다. AI는 전 산업 분야의 기술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며, AI 주권을 갖고 있는 국가가 패권을 갖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생성형 AI' 사업을 준비중이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이 뛰어든 경쟁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지털 주권을 잃으면 일상을 해외 빅테크에게 의존해야 한다. 작년에 발생했던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생각해 보자. 그나마 카카오는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여론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이지만, 만약 카카오가 아닌 해외 빅테크였다고 가정해보면 상황은 더 끔직하다. 한국 지사에 질문을 해도, 협조 요청을 해도 '본사의 의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식의 앵무새 식 답변만 반복될 게 뻔하다. 일상 생황이 무너졌는데, 아무것도 모른채 저 멀리 있는 해외기업의 본사 입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보상 논의도 아마 없었을 것이다. 국가의 보안과 관련된 것들이 해외 빅테크로 노출돼 의존돼 있다면, 정말로 주권을 잃은 것이나 다름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급부상한 메신저 중에 '텔레그램'이 있다. 익명성이 높아 범죄에도 많이 악용되는 플랫폼이다. 범죄 유통경로에 대한 수사도 텔레그램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 서버를 들여다 보는 것은 불가능하고, 협조조차 구하기 어렵다. 현직에 있는 한 경찰은 "운영자에게 메일을 보내 협조 요청을 하는 수준인데, 답이 거의 없고 언제 올지도 모른다"고 답답한 상황을 토로했다. 할 수 있는 건 범죄 혐의가 있는 자를 특정해 압수수색 영장을 받고 핸드폰, PC 등을 포렌식 하는 방법 뿐이다.  

어설픈 규제들은 기업들을 해외로 도망가게 한다. 최근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이들이 본사를 미국 등 해외에 두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유를 들어보니, 성장 시기에 애매한 법률에 걸려 이슈가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투자 유치를 받아 고속 성장을 추구하는 게 스타트업들의 생리인데, 어느정도 커지면 반드시 이슈가 생기게 된다는 설명이다. 전세계에 법률 또는 규제 이슈가 없는 곳은 없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미국 등 해외가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아울러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데 있어서 '포퓰리즘'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사회 발전을 저해시키고, 결국 그 시간에 기술을 더 발전시킨 해외 기업들에게 시장을 먹히게 된다.

최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타다' 사태에 대해서도 정치권과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익 집단인 택시 단체의 눈치를 봤고, 국민 대다수의 여론보다는 결국 '표가 되는' 택시 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결정으로 관련 산업 발전은 적어도 10년은 퇴보했을 것이다.

생성형 AI는 '세계전쟁' 초입에 들어섰다.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시기는 '골든 타임'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내 주요 기업들이 우선 국내에서, 나아가 해외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디지털 주권, AI 주권을 지키기 위해 규제보다는 지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ssup82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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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中 특별교역국 박탈 가능성" [서울=뉴스핌] 박공식 기자 =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자존심을 건 관세전쟁이 계속 고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부여한 특별교역국(PNTR: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 영구정상교역관계) 지위까지 박탈해 중국에 대한 관세를 평균 61%까지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무역전문가들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1월20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에게 중국의 특별교역국 지위와 관련한 입법적 조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PNTR은 이전 '최혜국대우(most-favored-nation treatment)'로 불려진 것으로, 관세와 항해 등 양국간 관계에서 제3국에 부여한 조건보다 절대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교역의 일반원칙으로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중국의 WTO 가입 전 중국에 PNTR 지위를 부여했다. 이후 중국의 대미수출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재검토 지시 이후 존 물레나 공화당 의원과 톰 스워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23일 하원에 공정무역복원법안(Restoring Trade Fairness Act)을 공동발의했다. 물레나 의원은 하원 중국관련특별위원회의 공화당 의장을 맡고 있다. 상원에도 동시 발의된 법안은 중국과 정상교역 관계를 중단하고 관세를 5년간 35~100%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슷한 법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의회에서 발의됐지만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해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무역 전문가들은 민주 공화 양당 지지가 점점 확산돼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짐 루이스 부소장은 중국이 글로벌 무역규칙을 따르지 않아 PNTR 지위가 박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트럼프는 중국과 어떤 거래를 할수 있을지 지켜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 컨설턴트와 법률가는 거래 기업들이 중국의 PNTR 지위 상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망을 중국 바깥(제3국)으로 이전하거나 외국인 직원을 귀국시키고 중국내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있다고 했다. 추가 관세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납품 계약 조건을 재협상하는 기업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무역단체인 미중무역위원회(USCBC:U.S.-China Business Council)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PNTR 지위를 상실하면 연료를 제외한 모든 중국산 제품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했더라도 관세가 현재 19%에서 평균 61%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USCBC는 "중국에 대한 PNTR 지위 박탈은 중국의 무역 관행을 바꾸는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미국이 가진 다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지시간 2월4일 0시1분을 기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10%가 발효되자 중국도 즉각 보복 관세 조치로 맞섰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선임연구원 데렉 시저스는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없이는 PNTR 취소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과 정상적 교역국 지위를 가지지 못한 나라는 쿠바와 북한, 벨라루스, 러시아 등 4개국 뿐이다.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구에 접근하는 콘테이너 화물선 [사진=로이터] kongsikpark@newspim.com 2025-02-0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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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유리기판'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판 기술로 '유리기판'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FC-BGA(Flip-Chip Ball Grid Array) 기판은 플라스틱 재질로 제작돼 대면적 적용 시 휨 발생과 평탄성 저하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PLP(패널 레벨 패키징) 및 유리기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반도체 업계에서는 유리기판이 반도체 패키징의 한계를 넘어설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유기 소재 대신 유리를 사용함으로써 수율 문제와 패턴 왜곡 현상을 해결하고, 이론적으로는 칩의 패키징 두께를 최대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유리 기판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71억달러(약 10조 3063억원)에서 오는 2028년 84억 달러(12조 1934억원)로 18%가량 고속 성장이 전망된다. AI 등 차세대 기술 활용을 위해 고성능 메모리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등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중요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가 그린 유리기판의 모습. [사진=챗GPT] 국내 기업들도 유리 기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SKC는 CES 2025에서 유리 기판을 선보였으며, 자회사 앱솔릭스(Absolics)는 연간 7만2000㎡ 규모의 제2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또한 유리 기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스닥 상장사 나인테크도 FO-PLP 및 유리기판 관련 장비 개발을 완료했다. 나인테크는 열팽창 계수의 변화에 따른 기판의 휨 현상을 핸들링하고, 기판 두께가 얇아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장비 개발 및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향후 수요에 대비해 생산 시설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나인테크는 지난 3년간 FO-PLP에 적용되는 모든 WET STATION 장비를 해외 반도체 회사와 글라스 코어기판 회사에 납품해왔다. 과거 레퍼런스와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생산 시설까지 증설된다면 유리 기판 관련 매출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인테크 관계자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PLP 장비 납품 경험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여 반도체 패키징 공정을 선도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아낌없는 R&D 투자를 통해 PLP 및 유리기판이 상용화되는 시점에 나인테크가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nylee54@newspim.com 2025-02-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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