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세력 3900억원 부당이익 취해
피고인 이익 281억원은 몰수·추징보전 절차 진행
"외환 송금 시스템 문제 확인…불법 외화 유출 범행 엄정 대응할 것"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악용해 가상자산 매각대금을 해외로 유출한 해외유출 사범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8월부터 관세청, 금융감독원과 함께 집중 단속을 시행한 결과 1년간 총 49명을 기소하고 해외로 도주한 5명을 기소중지(지명수배) 했다고 25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2022.05.03 pangbin@newspim.com |
김치 프리미엄은 최근 2년 동안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투자 열풍이 일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시세가 해외 시세보다 현저히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검찰에 따르면 이 기간에 비트코인 기준 김치 프리미엄의 평균치는 약 3~5%였으며, 최고점 기준으로는 20%를 상회했다.
가상자산 투기세력들은 전체 송금액 13조원 기준으로 최소 3900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했으며, 이번에 기소된 피고인들은 국내에서 가상자산을 매각하고 허위 무역대금의 해외송금 등을 담당한 대가로 그중 281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수익 281억원에 대해선 몰수·추징보전 절차가 진행 중이다.
또 검찰은 불법 외화 유출 사범들의 범행을 묵인하거나 도와준 대가로 현금과 고가 명품, 골프 접대 등을 받은 금융회사 직원 7명도 재판에 넘겼으며, 외국환거래 전반의 관리·감독상의 주의의무를 하지 않은 2개 금융회사 법인에 대해 양벌규정을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제출된 증빙자료 등이 허위인 사실을 알면서도 대가를 받고 거액의 불법 외화 유출 범행을 지속시킴으로써 사건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며 "불법 외화 유출을 방지·감독해야 할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운 것"이라고 밝혔다.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외화 유출은 4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우선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구입한 가상자산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 전송한 뒤 이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매각한다. 이후 가상자산 매각대금을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송금하고, 허위 무역대금 등의 명목으로 해외업체 계좌로 외화를 송금해 김치 프리미엄 수익을 공제한 후 다시 돈을 모으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통해 외환 송금 시스템상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실적 위주의 관행으로 인해 외국환거래 절차가 방치됐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 외환 유출 사범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가 허위 서류를 이용해 1일 최대 800억 원의 해외송금을 반복하며 천문학적 규모의 외화를 반출했음에도, 이를 감시·감독하기 위한 금융시스템이 부재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금융시스템의 부재와 미작동이 이를 잘 알고 있는 금융회사 관계자들의 금품 수수 등 범행 가담으로 이어지게 된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또 검찰은 외환 영업 실적 경쟁 분위기 속에서 일부 영업점이 외환 송금 고객을 유치하는 데만 혈안이 돼 송금 사유나 증빙서류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도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부터 금감원, 관세청 등과 자료, 정보를 공유하는 등 합동 수사에 준하는 협업으로 신속하게 사안의 전모를 밝힐 수 있었다"며 "이 사건 수사를 통해 외환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나 이를 개선하기 위한 행정관서와 외국환은행들의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가상자산 투기거래로 인해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선량한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불법 외화 유출 범행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며 "또 유관기관과 협의해 금융회사들의 외국환업무 수행에 관리·감독에 대한 개선방안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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