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해마다 전력 사용량 급증
전력공급 차질·요금 상승에 가격 경쟁력 하락 우려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반도체 공장 건설이 확대되면서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력 공급 문제에다 전기요금까지 높아지고 있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00조원을 투입해 오는 2042년까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곳을 확보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120조원을 들여 4개의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한다. 이 클러스터는 세계 최대 규모로 지어지며 반도체 생산시설 및 200여개의 반도체 팹리스·소부장 기업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운영하려면 10GW(기가와트) 이상의 대규모 전력이 필요해 지금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의 전력 수급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GW는 수도권 전체 전력량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초미세공정을 거친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해마다 전력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등에 2020년 1만9654기가와트시(GWh), 2021년 2만2624GWh, 지난해 2만5249GWh 등의 전력을 썼다.
또 삼성전자는 올해 말 평택에 네번째 반도체 공장(P4)의 공사를 마쳐 내년 상반기 가동을 앞두고 있다. 곧 다섯번째 공장(P5)을 착공하고, 여섯번째 공장(P6)까지 지을 예정이지만 한국전력공사와 전기공급 협약을 했을 뿐 아직 구체적인 전력 공급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P3~P6 공장의 전력 수요 예측량은 2만1600GWh에 달한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019년 8189GWh, 2020년 8688GWh, 2021년 9948GWh를 사용하는 등 해마다 전력 사용량 증가 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로고. [사진=뉴스핌DB] |
특히 IT기업들이 반도체 공장이 몰려 있는 수도권 지역에 잇따라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 점도 향후 전력 공급 차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데이터센터의 저장공간 급격히 커지면서 전력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전국 데이터센터의 약 70%가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다. 또 이차전지 및 전기차 보급까지 확산하면서 외부 전력 수요 증가요인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런데도 한전의 대규모 적자 문제로 반도체 공장 인근에 송전탑 등 신규 설비를 설치하기 어려운 상태다. 기업들의 자가발전소 설치 방안 또한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수년간 전력 공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 청주에 LNG발전소를 지으려다 주민 반발로 사업에 난항을 겪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전력 설비 개조 운영 및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등의 방안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한전 등 정부와 뚜렷한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도 자체 전기 사용량 절감과 실내온도 준수 등으로 제한적 대응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높아진 전기요금도 반도체 기업들의 부담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1조7460억원이 발생했으며 지난해에는 요금 인상 21%를 감안하면 약 2조원 이상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도 2021년 8670억원을 납부했으며, 지난해에는 1조원 이상 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력공급 및 요금 등에 대한 부담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수도권에 너무 많은 전력 수요가 편중돼 있는데 기업 단독으로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 및 정부 차원의 수요 분산 등 전력 공급망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생산 단가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반도체 기업들은 전력공급과 자금 지원까지 해주는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전력과 전기요금 등 문제가 발생하면 앞으로 당연히 반도체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