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법원·검찰

속보

더보기

[기고] 한신은 왜 팽(烹)당하였는가?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홍정모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당나라의 유우석이 '전략과 용병술이 일세를 호령하였다'고 우아하게 표현한 바와 같이 한신은 당세에, 어쩌면 중국의 전 역사를 통틀어서도 비할 바 없는 군략의 천재였다. 유방의 막하에서 그를 도와 항우를 멸하고 천하를 유방에게 가져다 준 데에 그와 비견될 만한 공을 세운 사람은 거의 없으며, 아마 유방이 언급한 세 공신 중 나머지 두 명, 장량과 소하 정도만이 공적에 있어서 그와 필적할 것이다. 그런데 기량과 공훈의 양면에서 한신은 최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천하가 평정된 이후 그는 유방의 묵인 하에 여후에게 모살되었다. 한신은 왜 팽(烹)당하였는가? 이 글은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한 것이다.

홍정모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사진=화우]

한자오치는 그의 저서인 '사기 교양강의'에서 한신이 유방의 미움을 산 이유를 몇 가지 나열한다. 한신이 제나라를 멸한 후 멋대로 제나라 왕위를 승인해 달라고 유방에게 조른 일, 고릉 전투에 참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다가 영토를 주겠다는 언약을 받고서야 뒤늦게 참전한 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방보다 자신의 역량을 우위에 두고, 이를 적나라하게 유방에게 표현한 다다익선(多多益善)의 고사. "이상 세 가지는 어떤 제왕도 용납할 수 없는 언행입니다. 그렇다면 한신이 마냥 억울하게 죽은 것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한신의 이러한 일화들을 읽으면서 한신이 자기과시욕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신은 소하의 천거에 의해 유방에게 발탁되기 이전에도 자신의 기량의 크기를 스스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한신은 자신의 대장군 취임 연설에서 항우의 기질에 대해 놀랍도록 예리하게 통찰한 후 천하의 형세를 분석하여 천명과 민심이 유방에게 있음을 역설하는데, 명나라 왕세정은 이러한 한신의 통찰에 비견할 만한 것은 제갈량이 융중에서 유비에게 말한 천하삼분지계 뿐이라고 극찬한다. 그러나 그는 젊어서는 불량배의 가랑이 사이를 기었고, 항우의 막하에서는 말직에 머물렀으며 유방에게 와서도 한동안 그러하였다. 한신의 기량은 천하를 뒤덮을 정도였고 한신 자신도 이를 잘 알고 있었으나 그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으니 한신은 얼마나 자신의 기량을 뽐내고 싶어하였을까?

한신이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하였다는 것은 사마천이 '사기' 회음후열전에서 기술하고 있는 유명한 일화, 즉 한신이 초나라 왕으로 봉하여진 후 젊었을 때의 치욕을 잊지 않고 자신을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게 했던 불량배를 불러 초나라의 관료에 임명한 일화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날 과인이 어떻게 되었는지 다들 보았는가?"고 거들먹거린 한신의 말에서 드러나듯이, 한신은 복수의 방식조차 자신의 기량을 드러내기 위하여 선택했다.

한신은 자신의 광채를 감추지 않았고 겸손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다익선의 고사에서 보듯이 한신은 자신의 주군인 유방 앞에서도 자신의 기량이 유방보다 우위에 있음을 거리낌없이 직설적으로 말하였다. 한신은 실제로도 자신의 자신감을 정당화할 만한 일신의 재능을 갖추었기에 유방은 한신을 두려워했고, 유방이 가졌던 그 두려움이 천하를 얻은 후에 한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한신의 자기과시가 그를 죽였다는 점은 장량과 대조해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한신과 장량은 유방이 패업을 달성하는 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두 사람이며 그 재능은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것이다. "막사에 앉아 전략을 짜고 천리 밖에서 승부를 결정한다."는 유방의 장량에 대한 촌평은 장량의 위대함을 간결하게 요약한다. 재능과 공적에 있어서 엇비슷하였던 두 사람이었는데 어째서 한신과 달리 장량은 천수를 누렸는가? 장량의 처세가 그를 살렸다. 장량의 처세에 대한 한자오치의 촌평은 이렇다. "조언을 하거나 건의하는 경우, 장량은 대개 유방이 먼저 물어야만 입을 열었습니다. 혹은 다른 사람이 먼저 말을 꺼내도록 하고 장량은 상황을 봐 가면서 보충할 것이 있는지 결정했습니다. 요컨대 장량은 신중했으므로 행동은 느렸지만, 일단 행동하면 반드시 성공했습니다. 또한 조언하거나 건의할 때도 적정선에서 그치고 말았지, 유방의 심기를 건드릴 정도로 끝까지 밀어붙인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장량이 살아남은 이유는 여럿 있을 것이다. 장량은 애초에 필생의 목적이 자신의 조국인 한(韓)나라를 멸망시킨 진나라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었기에 그 이외의 목적, 그러니까 부귀공명에는 초연하였다. 이는 모든 전쟁이 종결된 후 유방이 장량에게 논공을 통하여 제나라 땅 3만 호를 부여하자, 이를 사양하고 유(留) 땅 3천 호에 만족한 점에서도 드러난다. 그리고 장량은 군대를 직접 지휘하여 전쟁을 수행한 한신과는 달리 책사였기 때문에 수중에 직접적인 병권을 쥐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 유방을 위협할 요소가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한신과는 달리 자신을 내세워 과시하지 않는 장량의 태도가 장량을 통일 이후의 숙청기에 살아남게 한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한신은 유방을 배신할 마음이 없었던 것같다. 사마천은 회음후열전에서 한신이 괴통의 독립 권유를 거부한 내용을 자세하게 기술함으로써 한신에게 죄가 없음을 변호한다. 한신은 자신을 등용하여 능력을 마음껏 펼치게 해준 유방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으며 공훈을 세워 제후왕에 봉하여지는 정도로 만족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신의 최종적인 목표가 그 정도였다면, 그러니까 지존의 자리가 아닌 제후의 위치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면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기량을 감추고 겸양의 미덕을 발휘했어야 했다. 자신을 거리낌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일신의 재능뿐만 아니라 지위까지도 합당한 위치에 있는 사람뿐이다. 사마천 역시 "만약 한신이 도리를 배우고 겸양의 미덕을 발휘하여 자기를 공을 과시하지 않고, 자기의 재능을 과신하지 않았다면, 그가 세운 공은 아마도 주나라 천 년 왕조의 기틀을 마련한 주공(周公), 소공(召公), 태공(太公) 등이 세운 공훈에 비견되어 후세들로부터 혈식(血食)을 받아먹으며 받들어졌을 것이다."고 한신의 과오를 냉정하게 평가한다.

다만 한신의 기량은 비할 바 없이 거대했으므로, 한신이 자신의 재능을 과대평가하였다는 촌평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신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가졌던 목표가 그의 기량에 비해 작은 것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재능이 야망에 미치지 못하면 스스로 무너지고, 야망이 재능에 미치지 못하면 배척된다.

 

홍정모 변호사

· 2023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

· 2016-현재 법무법인(유한) 화우

· 2016 제5회 변호사시험 합격

· 2016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2010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 2002 한영고등학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광주도서관 현장 매몰자 추가 수습 [광주=뉴스핌] 박진형 기자 =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철제 구조물이 붕괴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 상태다. 11일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8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옥상 2층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주=뉴스핌] 박진형 기자 = 11일 오후 광주 서구 지평동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안전 사고를 대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2025.12.11 bless4ya@newspim.com 이 사고로 하청업체 소속 작업자 1명이 이날 오후 2시 52분에 의식 불명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4시 1분을 기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날 오후 2시 53분쯤 지하층에서는 또다른 작업자 1명이 구조물에 깔린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 당국이 8시 13분쯤 잔해를 치우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나머지 2명은 실종 상태다. 건설 현장에 투입된 작업자는 총 97명이며 사고를 당한 이들은 미장 및 철근, 배관 관련 작업을 각각 담당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대형 크레인 2대,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구조견 2마리, 열화상카메라, 드론 등을 활용해 나머지 실종자에 대한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밤샘 수색 작업에 대비해 한국전력의 협조를 구해 조명도 설치했다. 11일 오후 광주 서구 지평동의 한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매몰자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광주 서부소방서] 사고는 콘크리트 타설 중에 구조물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발생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단계다. 광주대표도서관은 연면적 1만1640㎡,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으로 총사업비는 516억원이다. 완공 시점은 내년 4월 13일까지였다. 광주시는 이날 오후 2시 40분을 기해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소방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 콘크리트하고 철근이 집중돼 있어 구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less4ya@newspim.com 2025-12-11 21:26
사진
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