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 시정조치 대상 회사 확정 바람직하지 않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분할 전 회사의 미지급된 하도급대금을 시정명령 등으로 분할 후 신설회사에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HD현대중공업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등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옛 현대중공업은 2015년 협력업체 A사로부터 실린더헤드 108개를 납품받았으나 물품대금 2억5000만원 상당과 초과기간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후 옛 현대중공업은 2019년 6월 사업 부문 물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인 한국조선해양과 신설법인인 HD현대중공업으로 나뉘었는데, 공정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옛 현대중공업의 권리·의무를 승계했다며 재발방지명령 및 지급명령을 부과했다.
HD현대중공업은 현행법상 과징급납부명령의 경우 회사분할 이전의 행위를 신설회사의 행위로 보고 처분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으나, 시정조치의 경우 그러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1심은 하도급법상 분할 이전의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신설회사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할 수 없다며 HD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하도급대금 지급 의무의 존재는 시정조치의 종류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요소에 불과하지, 시정조치의 요건 자체가 아니다"라며 "신설회사가 하도급대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는 사실에서 곧바로 시정조치 요건이 충족된다는 결론이 도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회사분할을 하면서 분할계획서를 통해 특정 사업 부문을 분리하되 그와 관련된 채무는 존속시킴으로써 사업 부문과 관련 채무의 부담 주체를 분리하는 것도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지급의무의 소재에 따라 기계적으로 시정조치의 대상 회사를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또 재판부는 "'법 위반 행위를 한 원사업자의 지위를 승계한 자'가 아닌 단순히 '승계한 지급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는 시정조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부작위에 의한 법 위반행위에 있어 '채무불이행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신설회사'가 '법 위반행위를 한 원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hyun9@newspim.com